동유럽 공산권 7개국의 군사동맹인 바르샤바조약기구가 「과도적 타협」에 합의하고 정상회담을 끝냈다. 애초에 소련을 맹주로해 온 동유렵 공산권 7개국의 이번 정상회담은 바르샤바동맹의 「사망」을 확인하는 동맹 해체회의가 되리라는 관측이 나도는 가운데 열렸었다.그러나 7일 모스크바에서 발표된 폐막성명은 해체보다는 「개편」에 합의했음을 밝히고 있다. 개편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밝혀져 있지 않으나 『민주적 원칙에 기초를 둔 주권국들의 동맹체제』라는 성명내용으로 봐서 소련이 일방적으로 움직여온 동맹기구의 권력배분을 민주화하자는 것이 최대의 안목이 아닌가 짐작된다.
바르샤바동맹은 새로운 개편안을 가지고 11월에 다시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해체가 아닌 개편을 택한 데에는 소련쪽의 「개편=존속」주장이 꽤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소련은 5백40만으로 돼 있는 동맹체 병력중 80%를 차지해 왔다. 그러나 소련은 이제 헝가리와 체코로부터 내년중반까지 소련군을 철수시키기로 동의했다. 뿐만 아니라 헝가리와 체코는 공공연하게 동맹탈퇴를 논의하고 있다.
바르샤바동맹의 정책협의위원회는 그동안 각국 공산당의 대표로 구성돼 있었으나,이제 소련을 제외한 각국 대표들은 비공산당으로 담당자가 바뀌었다. 서방측의 북대서양동맹(나토)과 맞서는 군사동맹으로서의 바르샤바동맹은 이미 사실상 해체된 상태나 다름이 없다.
바르샤바동맹조직의 민주화 개편은 우선 소련군 장성이 독점적으로 장악해온 연합최고사령부에 동맹 각국 장성을 참여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그러나 지난 3월 미국중앙정보국(CIA)의 웹스터국장도 지적한 것처럼 이미 『소련은 나토와 대결할 경우 동유럽 동맹군에 의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소련은 궁극적으로 나토와 바르샤바동맹을 해체하고,유럽을 하나로 묶는 유럽안보협력회의(CSOE) 구성을 주장해 왔다. 이런 바르샤바동맹 정상회담도 동맹체의 새로운 역할은 『군축및 범유럽안보체제의 창설과 관련된다』고 못박았다.
이번 바르샤바동맹회의가 「과도적 타협」에 합의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소련은 사실상 해체된 것이나 다름없는 동맹체의 간판을 적어도 연내에 합의될 가능성이 큰 재래식 군비의 축소협정이 이루어질 때까지 지금의 상태대로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걸음 나아가 범유럽안보체제는 통일독일의 위치설정과도 관련되는 문제인 만큼 아직은 두고 볼 과제라고 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바르샤바동맹은 일단 「과도적 타협」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민주화 개편과 「해체」를 전제로 한 범유럽안보기구를 내세운 만큼 역사적 존재이유가 끝났음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오는 11월에는 군사동맹보다는 폴란드가 주장하고 있는 것 같은 「정치적 협의기구」로서의 성격이 강화될 가능성도 클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