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경제파탄… 투자대상으로는 “낙제”/북방4도 감정앙금ㆍ극동개발땐 일 위협 판단/현물방식 과실송금ㆍ코콤규제도 장애로 작용【동경=정훈특파원】 일본은 샌프란시스코 한소 정상회담으로 두나라간의 경제협력문제가 국제적인 이슈로 등장하자 한국을 강력한 라이벌로 인식,한국기업의 동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실 일본은 지금까지 대소관계에 있어서 경제적으로는 별로 재미를보지 못했다. 어느면 소련은 투자대상국으로서는 낙제라는 평가가 이미 내려져 있는 셈인데 한국이 뒤늦게 대소진출을 서두르고 있으니 일본으로서는 경계심과 호기심이 교차된 눈길로 긴장감을 표하는 것이다.
상술이라면 세계에 으뜸가는 일본이 소련에서는 왜 실패했는지 그 이유를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소 두나라간의 경제관계는 지난 57년 2월 국교정상화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2차대전의 교전상대국이었던 두나라는 평화조약도 맺지 않은채 공동선언의 형식을 빌려 수교를 이루었는데 이것이 바로 두나라관계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해왔다.
소련이 일본과의 평화조약을 거부한 것은 지난 5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대일강화회의에서 미국 영국등의 주도로 채택된 대일평화조약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
소련은 평화조약을 맺으면 전후 점령한 일본의 북방4개 도서를 반환해야할 형편이었다. 이지역은 전략상 요충이기 때문에 되돌려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같은 상황하에서 두나라간의 경제관계가 제대로 이루어지리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무리였다. 지난 70년대 초까지 양국간의 무역거래총액은 10억달러 미만에 불과했고 지난해의 경우도 60억8천5백19만달러(일본의 대소수출 30억8천1백9만6천달러,소련의 대일수출 30억4백9만4천달러)로 한일간의 50% 수준이었다.
일본의 대소경제협력은 지난 68년부터 시작됐다.
협력내용은 ▲블란겔항만건설 ▲펄프ㆍ팁개발 ▲제1.2차 극동삼림개발 ▲사할린대륙붕 석유가스 탐사개발 ▲야쿠츠크 천연가스개발 등 시베리아와 극동지역 자원개발사업 7건이었다. 이들 사업중 자원개발에는 일본측으로부터 총액 15억달러가 신용공여로 제공됐는데,당시 사업에 참가한 기업들은 생산물로 되돌려받는 소위 PS방식(Production Sharing Methodㆍ생산분여제)에 따라 하찮은 이윤을 취했다.
79년에는 ▲사할린 펄프공장개수 ▲보스트치누이항만 건설 ▲제3차 극동삼림개발등의 3건(12억달러)의 사업에 참여했으며 88년에는 ▲제4차 극동삼림자원개발 ▲사할린 천연가스개발 ▲91년 완공예정인 폴리에스테르제조설비 공급계약 등 3건의 사업이 확정됐다.
이들 정부간 베이스사업은 소련이라는 국가로 볼때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었고 민간기업의 대소투자역시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민간기업의 투자는 지난해 연말 현재 2천만루블. 이는 소련에 투자를 하고 있는 서방국가중 투자자금순위로는 8위이다. 투자자금순위로 보면 제1위가 미국으로 1억3천만루블,서독ㆍ프랑스가 각각 9천만루블로 2위이며,다음이 이탈리아ㆍ핀란드의 순이다.
일소간의 경제협력이 지지부진한 것은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우선 소련이 지금까지 점령하고 있는 북방도서에 대한 일본인들의 감정적 앙금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소련이 일본측에 요구하고 있는 경제개발이나 합작투자가 모두 시베리아와 극동지역에 집중돼 있어 이지역에 대한 개발이 일본에는 현실적으로 위협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는 일본정부의 판단과 이에 곁들여 미국측의 압력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소련의 루블화가 국제적인 태환성이 없다는 것과 합작투자의 과실송금이 모두 PS방식에 의한 현물이라는 점이다. 특히 지금까지 루블화가 대달러화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평가돼 소련경제를 악화시킨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소련정부가 지난해 11월 외국인에 대해 환율을 1달러대 6.2루블로 10분의 1이나 절하한 것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넷째는 COCOM(대공산권수출통제위원회)의 규제. 실제로 지난 87년 일본의 도시바(동지)기계가 소련에 잠수함용 프로펠러를 수출했다가 2년간 대미수출을 금지당한 일도 있었다.
다섯째는 소련에서 수입할 수 있는 물품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이 소련에서 수입한 물품을 보면 기초 공업용자재가 전수입품의 76.7%였으며 식료품이 10.3%였다.
지금 일본은 한국의 소련접근을 경계의 눈으로 보기도 하지만 소련의 경제개혁이 이미 파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 자국의 경험에 비추어 한국의 섣부른 소련붐을 우려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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