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미 존스홉킨스대서 열리는 군축관계세미나에 참석할 예정인 C모교수는 최근 관련자료를 수집하다 푸념을 늘어 놓을 수밖에 없었다. 6공정부가 북방정책에 쏟은 열성을 떠올리며 큰 도움을 기대했던 그는 당장 문의할 만한 마땅한 전문연구기관을 찾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정부관계자들의 대답도 한결같이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며칠을 수소문한 끝에 그는 국방부에 군비통제실이란 기구가 있음을 알아냈으나 그의 기대는 또한번 빗나갔다. 비록 남북한 신뢰회복이 전제되지 않는 한 북한의 감군및 군사력 축소주장이 비현실적이긴 하나 이런 논의가 세계적 추세인 만큼 전향적 대비가 있을 줄 알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C교수가 느낀 곤혹감은 한소 정상회담이후 휘몰아치고 있는 「소련특수」를 보는 적지않은 사람들의 공통시각이기도 하다.
한소 정상회담이 동ㆍ서냉전의 종식을 선언한 세계사적 의미를 갖고 있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없다.
그러나 이같은 「위대한」 의미를 처음과 끝을 이어나갈 우리 내부의 준비나 국민적 공감대 도출노력이 충분하냐는 물음엔 대체로 회의적이다.
88년 7ㆍ7선언이 내건 개방기치가 국내외의 큰 환영을 받았음에도 후속조치의 미흡으로 밀입북사건과 공안정국으로 연결돼 빛을 바랬고 국민갈등을 낳은 기억도 있다.
때문에 C교수의 당혹감은 조그만 경험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물밀듯한 북방드라이브가 낳을 수밖에 없는 「부메랑 효과」와 관련,우리에게 숙제를 던진 것이라 할 수도 있다.
한소 정상회담의 의미가 크면 클수록,이에따라 북한의 개방과 체제변화가 「멀지않은」 일로 예상하면 그럴수록 우리는 북한의 대응을 주시하며 대북 탄력성의 공감대를 넓혀가야 한다는 얘기다.
뒤늦게나마 정치권에서 『감군등 북한의 공세적 제안에 대한 능동적 대처를 서둘러야 한다』 『군축문제를 군사전략적 차원보다 정치적 이슈로 생각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일단 이같은 문제인식의 단면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안법개폐논란이 수년씩 계속되는 데서 보듯 이들이 다원적인 우리 사회의 통합노력을 얼마나 절실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며 이 물음은 정부에도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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