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시장 뺏기고 한국경제 탈일본 가속”/정보수집팀 내한… 방해 우려도한소정상회담개최로 연내 국교수립이 기정사실화되고 그동안 우리기업들이 추진해온 대소교역확대 및 투자진출 등 양국간의 경제협력사업들이 속속 결실을 맺으면서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일본경제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한소정상회담개최 사실이 알려진 이달초순부터 일본의 종합상사관계자들은 물론 은행ㆍ연구기관 등의 관계자들이 내한하기 시작했는데 국교수립 원칙이 합의된뒤에는 이들의 발길이 더욱 잦아지고 있다는 것.
이들은 국내주재 일본상사원들과 우리측 거래선,지면 있는 인사등을 만나 우리기업들의 대소진출현황과 추진중인 프로젝트들을 면밀히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조사에 그치지 않고 시베리아삼림개발등 우리기업들이 이미 계약을 체결한 프로젝트에 대해 10%의 프리미엄을 주겠다며 개발권인수를 타진하는 사례도 나타나 한국의 대소경협 본격화에 때맞춰 일본경제계가 심상치 않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88서울올림픽이후 정부의 북방정책에 따라 기업들이 활발한 대소진출을 시도하자 일본상사들은 교류진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추진상황을 추적해왔는데 현대그룹의 경우 스베틀라야삼림개발사업과 토볼스크석유화학단지 조성사업 참여등이 발표될 때마다 일본상사ㆍ금융기관ㆍ특파원들이 수시로 사업의 진전도를 문의해오고 있다는 것.
이같은 일본의 탐색움직임은 특히 한소정상회담개최 사실이 알려짐과 거의 동시에 삼성이 1백20억달러 규모의 소련 TDX(전전자교환시설)사업에 참여하는 대신 소련의 위성통신기술과 고화질TV용 브라운관 기술등을 도입키로하자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일본의 상사원등 한소경제교류 조사팀들은 개별업체와 은행,경제연구소등을 샅샅이 뒤지며 한소경제교류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수집하면서 그때마다 『일본이 오랜기간 검토ㆍ연구한 결과 시베리아진출 등 소련과의 경제교류는 문제점이 많다』는 충고를 빠뜨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과 접촉한 상사원들은 일본측이 지적하는 문제점은 상당히 과장된 듯한 인상을 풍긴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기업들의 소련진출을 강건너 불보듯한 태도를 보여온 일본이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것일까. 우선 소련시장의 선점경쟁에서 한국에 뒤처질 가능성과,다음으로 한국이 항공우주ㆍ유전공학ㆍ공작기계 등 소련측의 첨단기술 도입으로 일본의 품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 업계는 또 일본이 소련의 풍부하고 저렴한 자원이 한국경제에 경쟁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모두 일본이 원하는 바가 아님은 물론이다.
첨단을 달리는 소련의 군사기술이 우리의 생산기술과 접목돼 민생제품을 생산한다면 엄청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은 당연하다. 예를 들어 미국과 자웅을 겨루는 항공기술이 태동단계에 있는 우리에게 이전된다면 항공산업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며 소련이 위성통신에 적용하고 있는 첨단 전자기술을 TV에 응용할 경우 화질을 현재의 수준보다 50배나 선명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HDTV에서도 우리가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경제협력은 일본을 위협하기에 충분,더이상 좌시하고 있을 수만은 없게 하고 있다는 것.
업계는 또 해외시장에서 우리상품의 진출이나 기업의 진출을 방해해온 전례로 보아 우리의 활발한 대소진출에 제동을 거는 전략을 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북방 4개도서 반환문제로 본격적인 소련진출에 한계를 갖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이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한국이 소련에서 기반을 잡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전략을 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 일본상사와 은행ㆍ연구기관의 조사활동도 이같은 전략수립의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는 소련의 대한접근이 일본이나 미국을 소련의 경제개발에 참여하도록 유인하기 위한 조치로보는 시각도 있어 자칫하다간 우리는 길만닦고 제3국이 열매를 거두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분석,앞으로 대소투자진출을 너무 떠벌리지 말고 신중하고도 은밀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방민준기자>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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