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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방미 정상외교 5박6일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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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방미 정상외교 5박6일 결산

입력
1990.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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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새 질서」 한ㆍ미ㆍ소 협력 길터/냉전대결 청산 안보부담 덜어/북방정책 결실 외교력 급신장/「고르비」의 정책 성패에 앞길좌우… 냉정유지 과제샌프란시스코 한소 정상회담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노태우대통령의 5박6일 방미 정상외교는 동북아및 한반도지역의 전략적 변화를 가져오기에 충분한 것이다.

한소 정상회담 결과로 초래되어질 전략적 변화는 40년에 걸친 이 지역의 냉전체제를 무너뜨리고 화해와 협력의 새 질서를 창출하는 것으로 모아질 것이다. 전후의 마지막 분단 분쟁지역으로 남아있는 한반도는 이제 마침내 국제질서 재편기류에 동승하게 됐으며,민족의 염원인 통일로 가는 우회로를 최소한 확보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노대통령은 6일 하오(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일련의 방일ㆍ방미 정상외교를 총결산하면서 「과거를 정리하고」(한일 정상회담),「현재의 디딤돌을 굳건히 하며」(한미 정상회담) 「미래지향적 발판을 다지는」(한소 정상회담) 일정을 마쳤다고 자평했다. 노대통령의 이같은 결산자평은 극히 추상적 표현이다.

노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가진 한소 정상회담은 한반도에 평화통일의 새시대가 열리게 되었음을 전세계적으로 「증거」하는 것이었으며 뒤이어,부시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은 이에대한 초강대국 미구의 「인준절차」라고 해야 할 것이다.

노대통령의 소ㆍ미 정상과의 연쇄회담 결과는 크게 세가지 의미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전략적 가치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한소간에 관계정상화가 이뤄짐으로써 오랜기간의 냉전이데올로기의 대결구도를 청산하게 됐으며,이로인해 우리의 정치군사적 힘의 부담지수를 최소화시키게 됐다. 소련은 우리와 첨예한 대립관계에 있는 북한의 맹방이다. 노­고르비간에 합의한 한반도 냉전체제 종식,안정과 평화정착을 위한 협력,북한에 대한 간접적 압력다짐은 부담지수 최소화의 가장 강력한 배경이 된다.

노대통령은 이에 덧붙여 갑작스러운 동북아 전략구조변화에 따른 힘의 공백가능성에 대비해 미국으로부터 견제력 유지의 재확인을 받아냈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로 나타난 긴밀한 안보협력유지 합의는 바로 이것을 뜻하는 것이다.

이와함께 한국은 소련과 공식적인 경협파트너가 됨으로써 경제분야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게됐다. 우리의 중급 소비재기술,자본과 경영의 효율성,소련의 하이테크산업,무진장한 자원 등이 합쳐질때 양국에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여진다.

소련내 자원개발에서 미국의 협조가 이뤄진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ㆍ미ㆍ소 3국 경제협력에 관한 긍정적 논의도 포함됐다.

힘의 부담지수 최소화로 여유를 갖고 한편으로 새로운 경협파트너를 만든다는 것은 상당한 전략적 가치로서 의미를 지닌다.

둘째 남북관계에서 중대한 변화계기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한소 관계정상화는 북한에 대한 대단한 충격이다. 북한은 당분간 바깥흐름을 외면하면서 더욱 폐쇄지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크지만 미소를 축으로한 화해와 협력의 국제질서 재편기류를 끝까지 거역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문제일뿐 궁극적으로 개방외압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북한이 개방사회로 나올때 남북간의 대화ㆍ교류는 결국 동ㆍ서독의 유형을 닮아가리라는 성급한 추측도 가능해진다.

노대통령이 고르바초프대통령에게 제시한 북한고립불원원칙은 지금 이순간 「병 주고 약 주는」 방법이 될지는 모르나 장기적 안목으로는 설득력을 갖는다.

서독이 동독을 돕듯이 우리도 자존심 상하지 않게 북한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의 상호협력으로 신뢰의 기반이 구축되면 자연스럽게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통일의 문턱에 다다를 것이다.

셋째 외교적 가치로서의 의미를 들 수가 있다. 노­고르비회담을 계기로 우리가 추구해온 북방정책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면서 확실한 외교실세로서의 위치를 차지했다는 평가도 나올 수 있다.

노대통령은 최근 잇따른 정상외교를 통해 아ㆍ태지역서 가장 영향력있는 정치지도자로 등장하게 됐다.

앞서 지적한 세가지의 긍정적 의미와 함께 노대통령과 정부는 뜻밖에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소련의 개방ㆍ개혁정책을 지원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됐으며 그로부터 비롯되는 국제질서 재편의 능동적 참여와 북한개방화촉진의 책임도 함께 갖게된 셈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노대통령은 이제부터 고르바초프와 정책성패의 한배를 타게된 셈이다.

미국과 서방이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지원해야 하는 것처럼 노대통령도 어떤 형식으로든 소련과 그를 지원해야 한다. 또한 미국과 소련의 그늘에 가려 있던 한국외교가 독립적 변수로서 합당한 역할을 찾아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됐다. 외교는 탄탄한 내치를 바탕으로 할때 가능하다. 따라서 국내의 안정적 기반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경제의 지속발전과 정국안정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노대통령의 어깨에는 더 무거운 하중이 실린 셈이다.

한소 정상회담은 국내에 「소련 붐」을 몰고오고 있다. 따라서 소련붐이 갖고 있는 손익을 계산,국민들에게 냉정을 되찾도록 해야 하는 것도 당장의 정부과제가 될 것이다. 엄밀한 시각에서 보자면 한소간 공식수교는 정상회담의 긍정적 결과에도 불구,아직도 미지수이다.<하와이=이종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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