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본궤도 진입 한ㆍ소 경제교류(대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본궤도 진입 한ㆍ소 경제교류(대담)

입력
1990.06.07 00:00
0 0

◎“소 경제전모 다각적 파악 급선무”/기업문화 없고 물가체계 달라/경제 상호보완적… 시장성막대/기업 기술연수등 인적교류 확대 필요/소의 국제경제흐름 편입속도가 변수□참석자

이한빈씨 국제민간경제협 회장

이필곤씨 삼성물산사장

노태우­고르바초프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소양국관계의 진전이 더욱 속도를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한소 경제교류도 급속히 모습을 달리해갈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소간의 경제교류는 아직 일정한 틀을 갖추지 않은채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앞에 놓여있는셈이다.

양국 정상회담이후 경제교류는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는지,또 정부와 국내업계는 어떤측면에 주안점을 둬야하는지에대해 대공산권 경제협력문제를 맡고 있는 국제민간경제협의회(IPECK) 이한빈회장과 일선에서 소련경제와 직접 부딪치고 있는 삼성물산 이필곤사장간의 대담을 통해 알아본다.

▲이한빈회장=한소 정상회담을 통해 수교가 가시화됨으로써 서울올림픽이후 지금까지 탐색단계에 머물던 양국간 경제교류는 본궤도에 접어들 전망이다.

다만 소련이 대단히 급격한 정치ㆍ경제ㆍ외교적 변화를 한꺼번에 겪고 있는데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국내물가체계의 현실화와 자국화폐의 국제수준에 맞는 평가절하등 종합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데는 5년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대소교류도 3단계로 나누어 설정할 필요가 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수교직후의 2∼3년간을 내다보며 직접적인 상품교류 등에 힘쓰는 시기이다.

또 중기적으로는 10년정도를 내다보며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자는 맥락에서 더욱 두툼한 경제교류를 쌓아가는 일이 중요하며 장기적으로는 한반도에 새로운 광활한 경제공간이 문을열어 태평양동부의 미국 캐나다,남부의 호주 뉴질랜드 등과 아울러 북부의 시베리아가 새로이 등장해 태평양경제권이 명실공히 형성돼가는 과정이라고보며 교류를 추진해야할 것이다.

▲이필곤사장=이번 정상회담은 한소간 경제교류가 지난해 6억달러에 이르는등 점차확대되는 단계에 있으면서도 우리기업들에게 항상불안감을 안겨주던 교역ㆍ투자의 불안정성을 상당부분 해소시켜 줄 것이다.

돈벌이도 중요하지만 투자나 교역 자체가 보호되는게 더욱 중요한데 지금까지는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게 사실이다. 앞으로는 투자보장협정 등을 통해 제도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소련경제가 해외시장으로서 가지는 의미는 GNP(국민총생산)나 인구 등으로 볼때 매우 규모가 큰 시장이다. 더구나 기존의 미국 일본 유럽등 시장이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련시장은 분명 어렵기는 하지만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이회장=앞으로 대소경협을 확대해가면서 소련시장의 의미를 미리 점검하는 건 매우 의미있다고 본다. 인구로만 쳐도 2억8천만명이므로 EC(유럽공동체) 12개국 인구가 3억2천만명,아세안 6개국이 3억5천만명임을 감안하면 「잠재적 대시장」이다.

문제는 이 인구의 9할가까이가 유럽쪽에 몰려있다는 점이다. 이 측면만 고착해서 보게 되면 동시베리아가 비어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별의미가 없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나 중ㆍ장기적으로는 소련인구가 상당부분 동시베리아로 대거 이동할것이다. 이것은 필연의 대세다. 이점을 우리는 유의해야 한다고 본다.

▲이사장=소련시장의 실체와 관련해서 현실적으로 양국관계가 수교단계에 이르고 교역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잘 모르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점에선 대규모 투자ㆍ기술이전보다는 교역의 양을 크게 늘리면서 소련경제의 면모를 다방면에 걸쳐 깊이있게 파악해나가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양국간 경제교류는 산업구조가 서로 보완적이어서 가능성이 크다.

소련은 소비재ㆍ전자통신산업은 매우 취약하고 기계ㆍ중화학공업은 강하다. 우리는 대체로 그 역이므로 협력만 잘하면 엄청난 승수효과를 볼 수 있다. 소련경제의 대외의존도는 최근 8.6%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국내 기업은 금융 유통등 서비스산업도 참여가 가능한 상태다. 제약요인이 많지만 소련의 국민성에 동양적 사고풍습도 많아 의외로 일맥상통하는 측면도 종종 발견된다.

▲이회장=한소경제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보완관계에 있다. 소련 입장에선 21세기에도 계속 강대국으로 남기위해서 극동지역을 개발하지 않을수 없고 우리는 가장 가까운 지역에서 에너지원을 확보키 위해 시베리아개발에 참여를 서두르고 있다.

▲이사장=이번정상회담과 관련,한가지 지적할 점은 한소경제교류에서 나타나는 문제등이 부분적으로 해소된것이지 결코 전부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소련은 70년이상을 사회주의 체제에서 살아와 기업문화가 거의 없다. 그래서 같은 말을 주고 받지만 이해는 다른 경우가 많다. 금리만해도 우리는 영업비용에 포함하는것이 당연한데 저쪽은 그렇지 않다. 계약도 우리는 일단 맺으면 꼭 이행해야하는 것으로 인식하고있는데 소련사람들은 그 관념이 매우 약하다.

소련 중앙은행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물건마다 가격구조가 서구와 너무달라서 예컨대 집세를 기준으로 하면 1달러당 0.35루블이 적합한데 옷을 기준으로는 1달러당 3루블,가전제품을 기준으로는 1달러당 20루블이고 소련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컴퓨터를 기준으로하면 1달러당 40루블도 모자라는 형편이다. 이런 문제가 단시간에 해결될수는 없을 것이다.

▲이회장=한소 경제교류가 확대되는데는 소련이 어느정도 속도로 국제경제의흐름 속에 편입돼 들어오느냐도 매우 중요한 변수이다. 거기엔 경제담당자들의 사고와 행동양식이 근본적으로 바뀐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런점에서 소련과의 인적교류,그들에게 우리의 경험을 가르쳐 주는것도 요긴할 것이다.

선진국 경제개발경험은 이미 역사책 속으로 들어간 반면 우리는 손과 머리속에 지난 30여년간의 경제개발 경험을 온전히 갖고 있으며 이것이 소련엔 유익한 역할을 할수 있을 것이다.

▲이사장=인적 교류라는 면에선 지금까지는 상호방문을 통해 세미나를 개최한다든가 하는 식의 불규칙한 수준이었다. 앞으로는 각 기업별로 소련 사람들을 초청,장기간에 걸친 해외기술자연수과정을 밟도록 함으로써 교류를 보다 깊고 넓게 확대해 갈수 있을것이다.

▲이회장=정부차원에서도 KDI(한국개발연구원)나 산업은행등에서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인사들을 초청해 우리의 경험을 전달해줘 왔다. 아울러 우리편에서도 소련경제체제의 심층이해 등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조만간 교류확대에 따라 다수의 전문요원이 각계에서 필요할텐데 정부가 조속히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이사장=한소 경제 교류는 남북한 관계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수 있을 것이다. 북한도 경제적으로 완전한 자립상태가 아니므로 불가피하게 개방하게 될것으로 예상된다.

▲이회장= 서독이 동독을 EC로 끌어내 궁극적으로는 통독으로 이끌어가는것처럼 우리도 북한을 태평양경제권으로 나오도록 유도해야 하며 한소경제교류가 그 여건마련에 많은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점에서 한소경제교류등 북한경제 교역은 사실상 궁극적으로 통일로 향해가는길이 될것이다.<정리=홍선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