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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소 접근 유감/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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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소 접근 유감/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0.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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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한소 정상회담의 역사적 중요성은 새삼 얘기할 필요조차 없다. 회담자체의 그 중대한 의미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기때문이다. 그러나 그 회담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해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서는 안될 것 같다. 중요할수록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없나 두번 세번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한국에서는 이 역사적인 한소 정상회담 광경을 위성중계로 보여준다는 방송국의 예고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TV수상기 앞에서 기다렸다.

그러나 우선 회담이 한 시간 이상 늦어지게 되었다는 소식에 머리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건강때문에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일정이 순차적으로 늦어져서 그렇다는 이유설명은 알듯말듯 했다.

「한 동네에 사는 친구들끼리의 약속도 아니고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역사적인 한소 정상회담인데…」하는 생각에 잠시 잠기기도 했다.

이윽고 고르바초프대통령이 너무 지쳤으면 그럴 수도 있으려니하는 생각으로 넘길 수도 있을 것 같았던 서운함은 이어서 나온 보도 원천봉쇄조치로 갑자기 실망감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 역사적회담을 TV로 지켜보기 위해 장시간 기다려온 시청자들에게는 당연한 것이었다. 당초 소련측은 한소 양국기자 각 6명,미국기자 3명,한소 기록사진사 각 1명 등 모두 17명을 회담장에 들여보내기로 한국측과 합의했다고 했는데 사전에 아무런 통고도 없이 일방적으로 기록사진사 1명만 입장시켰다니 TV화면에서 회담광경을 보기는 영영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가닥 기대를 버리지못해 TV스위치를 끄지못하고 기다렸으나 끝내 허사였고 회담이 65분만에 끝났다는 뉴스가 들어왔을 뿐이었다. 「겨우 한 시간밖에 얘기를 못했단 말인가」「그러면 한국어 러시아어 영어로 통역되는 시간을 빼고나면 실제회담시간은 불과 수십분밖에 안된다는 말인가」­적어도 2시간 정도는 갈 줄 알았던 시청자들은 다시 한번 실망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노대통령이 샌프란시스코나 미국내에 사는 사람도 아니고 다른 일을 보기위해 거기간 것도 아니고,오직 고르바초프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멀리 한국에서 일부러 가지 않았던가.

소련측에서는 의도적으로 했는지 모르나 우리로서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이러한 일련의 태도가 한국민에게 불쾌감과 서운함을 안겨줄 것이라는 것을 고르바초프대통령이 몰랐을리는 만무할 것이다.

아마도 북한측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하고 대한수교를 바라지않는 소련내의 보수세력을 의식,회담의 의의를 애써 축소 격하시키려 한데서 나온 태도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대국 답지않고 세계적인 인물답지 않은 약삭빠른 짓이라고 비난하고 싶기도 하지만 「만났다」는 그 자체의 역사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우리 욕심만 내세울 수도 없다는 생각이든다.

문제는 우리가 소련을 너무 모르고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이다. 경제진출도 마찬가지이지만 상대방을 모른채 일방적으로 허겁지겁 달려가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한번쯤 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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