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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성의 뒤편/조재용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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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성의 뒤편/조재용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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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르비」의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은 분명 역사교과서를 바꾸어야 할 6공화국 최대의 업적으로 기록될 만한 「역사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한소 정상회담은 그 역사성으로 인해 한세기에 가까운 관계단절사를 한꺼번에 보상할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당장 양국 외무장관회담 개최 얘기가 나오는가 하면 남북통일의 기대까지 눈앞에 앞당기는 듯해 양국 정상회담은 극적 이벤트로서 결코 모자람이 없다.

이같은 세기적 이정표가 안내할 양국관계의 미래에 대해 갖가지 예측과 전망이 무성한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그 한켠으로 어딘지 비어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 찜찜해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의전이나 경호상의 허점들이라든지,일정상의 불확실성등이니 하는 대목들은 부제로 밀릴 수도 있겠지만,고르바초프대통령의 회담직후 논평은 회담의 차후 결실을 마냥 보라빛으로 채색하려는 안일함에 제동을 걸고있다는 지적들이 만만치 않다.

그는 노태우대통령을 만나기로 결심한 이유가 양국 통상관계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는데,이는 곧 「전문가」들이 이어갈 수교협상이 어떤 관문을 넘어야 하는지를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게한다. 노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반해 고르바초프의 언급이 단 한토막이었던 대비는 고단수외교의 절묘함으로 이해하고 말기에는 수교마무리에 끈질긴 제동력으로 작용할 것같은 느낌이다.

여기에다 「정상외교」로 해낼 수 있는 최대치의 성과를 이번 회담이 발휘했다해도 정상들의 주도가 소련에대한 우리 국민들의 적성관념을 우방국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지도 아직 검증의 대상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다. 국제사회의 운동원리가 이해관계라는 점은 「머리」로 알 수 있는 문제일테지만,일왕의 대한 사과문제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을 낳을 만큼 한일당국을 최대이슈로 괴롭혔던 것도 감정의 정리가 그토록 어려웠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다. 한소 정상회담이 갖는 「역사성」에 치우쳐 지나친 기대와 환상을 국민들에게 불어넣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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