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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소 정상회담 파장과 시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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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소 정상회담 파장과 시각:상

입력
1990.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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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샌프란시스코에서의 한소 정상회담은 양국관계의 정상화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정착 및 동북아 안정등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대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회담으로 개방의 문을 굳게 걸어잠그고 있는 북한과 중국은 물론 우방인 일본까지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한소 정상회담에 대한 우리측과 소련,한반도 주변강국,북한의 시각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서울/북 개방유도 북방외교 정점/소의 설득예상… 북 변화 불가피/“경협 우리몫도 크다”소 붐 기대

한소 정상회담결과를 바라보는 우리측의 시각은 기본적으로 남북한관계개선에 대한 기대와 연관되어 있다.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양국간 관계정상화도 결국은 북한개방을 위한 북방외교의 최종적 성과이기 때문이다.

남북한은 분단이후 지금까지 대립과 반목의 대결구조를 유지해왔다. 최근 들어 우리측이 7ㆍ7선언을 계기로 적극적인 화해의 몸짓을 보이고 있으나 북한측의 완강한 폐쇄정책으로 인해 이같은 대결구조는 계속되고 있다.

남북한관계에 있어서 우리측의 입장은 북한을 개방사회로 끌어내 남북이 상호화해와 협력을 추구해나가는 상황을 만들자는 것이다. 즉 북한의 개방을 통해 한반도긴장의 주원인인 「남조선해방」논리를 폐기토록 하자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88년이후 북방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왔으며 지난해 2월 헝가리와의 수교를 시발로 현재 한소 정상회담에까지 이른 것이다.

평양의 문을 열기 위한 이같은 우회적인 방법은 이번 한소 정상회담에서 보듯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정부내에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은 이제 개방이냐 체제위기냐의 갈림길에서 마지막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한소 관계정상화를 계기로 소련이 북한에 대해 직접적이고도 물리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단지 북한의 맹방인 소련과의 수교,즉 소련의 한국승인자체를 통해 북한의 대외ㆍ대남정책수정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개방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우리측은 소련이 북한에 대해 남북정상회담,군사적 신뢰구축조치,남북대화 및 교류 등 남북관계개선에 적극적으로 응하도록 설득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소련이 북한에 물리적인 지렛대를 사용하지 않는 한 이같은 설득은 일종의 자극에 그칠지 모르나 북한의 입장에선 사회주의 종주국인 소련의 태도변화에 지극히 당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동구각국에 이은 소련의 대한정책변화는 북한내부에 어떤 방식이든 변화의 필요성을 일깨워주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일부 지도층들은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흐름과 우리측의 북방정책성공이 북한을 개방의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방바람을 계속 거부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체제위기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점도 알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북한의 핵심권력층은 개방이 곧 권력체제의 근본적 개편을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개방은 바로 남한사회의 긍정적실상과 국제정세의 조류를 주민들에게 알리는 결과를 낳는 동시에 체제유지의 기본축인 「남조선해방」논리를 허물어 뜨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내부는 개방과 폐쇄정책 고수라는 2가지 선택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내에서 신적존재에 가까운 김일성의 강력한 권위로 인해 개방필요성을 주장하는 세력이 어느정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는 미지수이나 북한은 더이상 개방여부에 대한 결정을 유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최소한 시간을 벌기 위한 제스처라도 보여야하는 상황으로 몰린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은 우리측의 강력한 북방정책을 현체제에 대한 위협적인 공격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북한이 우리의 북방정책을 「2개조선 책동」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이러한 위기감의 일단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한소정상회담은 북한에 가장 결정적인 위기감을 안겨주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우리측이 한소관계개선등 북방정책으로 북한을 고립화시키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노태우 대통령이 5일 고르바초프 소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밝혔듯 북방정책은 북한을 개방사회로 끌어내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

북한이 개방자체를 체제위협으로 느낀다해도 적화통일이라는 대남전략이 살아있는 한 북방정책은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유효한 카드로서 계속 사용될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한소 정상회담을 정점으로 중국과의 관계개선이 강력히 모색될 것이며 이는 북한의 개방을 더욱 촉구하는 결과를 낳게될 것이다.

물론 한소 정상회담이 양국관계에서 갖는 의미도 간과할 수는 없다. 수교자체와 경제협력등 양국간의 긴밀한 협력관계의 새장을 여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경제협력은 소련측이 우선적으로 희망하고 있는 분야이지만 우리측으로서도 경제적인 실리를 취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중동붐에 이어 소련붐을 노리는 기업인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 경제계의 설명이다.

우리측은 한소 정상회담 자체가 갖는 이같은 「역사적」의미에 주목하고 있다. 회담과정에서의 의전적인 절차와 소련의 침묵등은 이 거대한 의미와 비교할때 묻어놓아도 좋은 사소한 문제라는 것이다.<정광철기자>

◎모스크바/정치적의미 축소… 경협강조/"반대급부 불원”불구 실리 겨냥/북한ㆍ신중론자 의식 부각기피

【워싱턴=이재승특파원】 『한소 정상회담은 한국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소련의 경제적 이해관계의 결합이 아닌가』

세계적인 경제일간지인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 기자는 노태우대통령이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통령과의 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와 같이 질문했다.

노대통령은 『어느 나라는 경제,어느 나라는 정치적필요,그런것이 있어서가 아니라…』하고 이를 부인했다.

노­고르바초프 양국 대통령은 『개방과 화해의 조류가 동북아와 특히 한반도에 파급되어 이지역에 냉전체제의 대결이 불식되고 안정과 평화가 정착되도록 협력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청와대는 발표했다. 한소 양국대통령은 한소 친교의 목적을 단순한 상호호혜적인 「편의의 결합」이 아니라 안정과 평화의 구조적정착에 두고 있다는 말이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은 노대통령과 회담에서 『지난날의 대결적세계가 변하고 있고 한국과 소련 스스로도 변화해야 하고 또한 변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한소 두나라관계도 변해야 한다는 결심에 따라 노대통령의 제의를 수락해 오늘의 회담을 갖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발표문은 밝혔다.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도 한소 정상회담이 꼭 특정의 반대급부를 겨냥한 것임을 시사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련이 현단계에서 한소관계를 어떠한 양상으로 전개하고자 하는가는 한소 정상회담에 대한 소련측의 태도에서 감지할 수 있다.

한소 양국은 지금까지의 관계증진과정에서 접근동기와 방식에서 우선 순위의 차이를 선명히 드러냈다. 한국은 조속한 수교를 요구해온데 비해 소련은 「선 경협 후 수교」의 단계적관계 정상화를 주장해왔다. 소련의 점진론은 물론 그들의 오랜 동맹국인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한 탓이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은 금년초 한국과의 관계정상화에 장애물이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알려졌었다. 그는 5일 노대통령과의 회담으로 이를 입증했다. 외교가 없는 국가간의 정상회담은 국교의 수립이나 재개를 의미한다.

미중관계가 대표적 선례다. 한소의 수교가 시간문제인 것은 이제 더욱 극명해진 것이다.

그러나 소련은 북한의 반응에 상당한 신경을 쓰는 것이 분명하다.

소련의 관영타스통신은 노­고르바초프 정상회담해설 기사에서 『한소정상회담은 회담 그자체만으로도 대사건』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이번 회담은 모든 국가와 직접적인 정치적관계를 증진시킨다는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 외교정책과 부합,특별히 예외적인 것은 아니다』고 했다. 타스통신은 이어 고르바초프대통령이 크라스노야르스크연설을 통해 『전반적인 한반도상황의 개선이라는 테두리안에서 한국과 경제관계를 수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켰다.

타스통신은 또한 샌프란시스코발신 기사에서 외교관계수립문제에 대해 『이 문제는 쌍무적인 관계개선과 동북아지역과 한반도 정치상황의 전반적 개선이라는 맥락속에서 제기될 것이다』고 말했다.

소련은 고르바초프대통령이 노대통령회담제의를 수락한 정치적결단의 중요성과 합리성을 강조하면서도 수교는 한반도의 정치적정세와 연계시킬 것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한소경협을 강조했다.

소련은 수교이전이라도 경제협력의 적극화를 촉구하자는 의도다. 이것은 소련의 대한접근에의 기본전략이다. 소련은 이번 한소 정상회담이 경협의 촉매제가 돼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소 양측은 노­고르바초프회담의 논의 및 합의사항을 추진하기 위한 정부실무위원회구성에 합의했다. 한소양측은 관계증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정부간 창구를 마련했다. 소련이 그들의 당초 계획대로 교역 및 경협에 역점을 둘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측근사이에 대한수교를 적극주장하는 측과 신중론을 내세우는 측이 있는 것 같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의 보좌관이며 소련과학원의 미국 및 캐나다문제연구소장 게오르기ㆍ아르바토프는 『개인적으로 한소수교를 적극지지해왔다』고 말하고 『올림픽,무역사무소설치,영사관계의 개시 등 관계증진을 해온 한소관계는 이제 새로운 진전을 보일 단계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샤슬린 당중앙위대변인은 뉴욕 타임스지에의 논평에서 『우리도 우리자신의 정책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적대관계와 긴장을 해소하기 시작한 소련은 북한의 중국경사외교에서 큰 불이익을 예상치 않는다. 소련이 북한에서 기대할 것은 거의 없다. 북한의 상대적인 가치하락이 대한수교의 적극화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신중론도 상당히 강한 것 같다. 정부의 의사를 반영하는 타스통신의 해설도 신중을 반영한다 하겠다.

형식상으로는 노­고르바초프회담을 소련은 「비공식회담」이라는 이유에서 부각시키는 것을 기피했다. 겐나디ㆍ게라시모프 외무부대변인은 『사적인 회담이므로 논평할 것이 없다』고 했다. 마슬레니코프대통령대변인은 회담이 있기 전까지 회담개최여부에 대해서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알렉산더ㆍ자소코프 소연방최고회의 국제문제위원장은 『정부의 외교역사로 보아 정상회담이 반드시 국교정상화를 결과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국교없이도 경제교류가 확대돼야하며 이것이 정치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이번 회담의 의미를 지나치게 부풀리지 않나 하는 느낌과는 대조적으로 소련이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는 것은 대 북한관계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자소코프 같은 신중론자들의 논평은 철저한 정경분리원칙에 따른 실리추구발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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