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이 곧 수교전제… 시기 명시/소 경협 치중속 북한설득 요청/고르비 특유의 스타일대로 파격내용 거론 가능성도한소 정상회담은 전격적인 개최결정으로 인해 의제에 관한 완벽한 협의 없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이정빈외무부제1차관보를 미국에 급파,현지에서 소련측과 의제문제를 협의토록 했으나 미소 정상회담이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세부적인 의제까지는 완벽히 협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양국정상 간에 논의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한 자료마련등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정부는 특히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 특유의 스타일로 미루어 회담 시간이 파격적으로 길어지거나 상호 거론하기 껄끄러운 부분도 의제에 오를 수 있다는 판단아래 가능한 모든 문제에 대한 우리측의 입장을 정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관계자들은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는 크게 보아 ▲한소수교 ▲양국경제협력 ▲한반도안정 및 평화정착 등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소 수교문제는 양국이 미수교상태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외교관계수립을 전제로 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최소한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합의도 단순한 수교필요성이나 당위에 대한 공동인식 정도가 아니라 시기를명백히 한 구체적인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이 자리에서 양국정상이 수교차체에 서명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동안의 준비상황등에 비춰볼 때 실무교섭의 여지를 남기기 위해 수교시점은 2∼3개월 가량 뒤로 잡고 『가까운 시일내에 실무교섭을 통해 수교키로 한다』는 등의 합의사항만 발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양국간 경제협력문제는 소련측에서 적극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련은 85년 페레스트로이카정책이후 경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
특히 생필품등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자의 부족은 페레스트로이카에 결정적인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소련은 88년 서울올림픽이후 한국을 경협의 파트너로서 주시해 오고 있다. 특히 한국이 일본이나 서구등 선진국의 첨단기술보다는 소련이 필요로 하는 소비재제조에 수준높은 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에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고르바초프 소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소간의 경협필요성을 역설하고 한국측의 역할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대해 노태우대통령은 소련의 결제수단부족등 우리기업들이 우려하고 있는 투자환경을 설명하면서도 우리측의 성의있는 노력을 약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련은 특히 시베리아및 레닌그라드지역의 대형사업에 한국기업이 참여해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관련,소련은 지난달 31일 미소 정상회담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외국과의 합작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조치중의 하나로 소련내 극동지역을 새로운 국제경제협력실현을 위한 특별지역으로 선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측은 이번 회담에서 민간기업들의 대소투자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투자보장협정이나 이중과세방지협정 등의 체결을 제의할 예정인데 이는 수교를 위한 실무협상과정중 함께 논의키로 합의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소련은 우리측에 50억달러 규모의 차관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고르바초프 소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차관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반도 안정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중 하나이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우리는 물론 미소가 현재 똑같이 원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 심도있게 협의될 것으로 보인다.
노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남북한 관계개선을 위해 소련이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주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우리측은 특히 남북한 관계개선을 위해 ▲남북 정상회담 조기개최 ▲각종 남북대화 및 인적ㆍ물적교류의 활성화 ▲비무장지대의 실질적 비무장화 등 군사적 신뢰구축조치마련 등을 할 수 있도록 소련이 북한을 설득해 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우리측은 또 한반도 안정을 위해 북한이 핵무기개발을 중지해야 하며 소련도 북한에 최신무기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노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지역의 평화정착을 위한 방안으로 미일을 포함한 「동북아 평화회의」의 구성을 다시 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은 노대통령이 지난 88년 유엔총회에서 처음 밝혔던 것으로 고르바초프 소대통령도 88년 크라스노야르스크연설에서 이 지역의 다국간 협상회의개최를 주장한 바 있기 때문에 의견접근이 이루어 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방안은 미국과 중국등이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 성사는 불투명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우리의 유엔가입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소련이 수교를 전제로 정상회담에 응한 것이라면 우리나라를 승인했다는 의미이므로 우리의 유엔가입에는 반대를 표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회담분위기에 따라서는 6ㆍ25나 83년 KAL기 격추사건등 한소간의 불행한 과거사도 함께 거론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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