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전경난동,이 무슨 괴변이냐(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전경난동,이 무슨 괴변이냐(사설)

입력
1990.06.04 00:00
0 0

기강유지와 명령복종은 군의 생명과 같다. 전투경찰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경찰의 일부 임무를 떠맡은 전경은 엄격한 기율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조차 없을 줄 안다. 기강이 흐트러진 전경이라면 그것은 오합지졸의 집단에 지나지 않는다.배속조치에 불만을 품은 부산기동대소속 전경 1백여명이 만취한 채 난동을 부려 내무반 식당의 기물등을 마구 부수고 거리로 뛰쳐나와 농성까지 벌였다. 도무지 거짓말같은 이 소식에 우리는 다만 하늘을 우러러 통탄하며 놀라움과 분노를 달랠 수밖에 없음을 슬퍼하는 바이다.

아무리 막 가는 세상이라 해도 하늘아래 이런 괴변이 어찌 일어날 수 있는지 가슴을 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전경을 어떻게 운용하기에 이런 해괴한 돌발사가 생긴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간다. 우리 경찰이 탈이 나도 보통 난 것이 아니지 않는가.

우리는 전투경찰의 고초를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각종 시위가 격화되면서 전경은 몸을 방패로 삼아 화염병과 투석세례를 받아 내고 질서 회복에 전력투구하는 실정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시위진압에 동원되다 보니 때론 미움도 사고 완강한 저항에 희생당하는 것을 우리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노고를 애서 깎아내릴 까닭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경 자체내에서 간혹 불미한 사건이 터지는데 대해,늘 우려를 금할 수 없었으며 불만의 해소와 원활한 운영의 묘가 살려지기를 바라고 있음도 솔직한 사실이다.

부산기동대 전경들의 이번 난동은 경찰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 볼수 있을 줄 안다. 무리한 기합과 내부 갈등이 자주 표출되더니 급기야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만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질서유지의 책임을 맡은 전경이 거꾸로 질서를 파괴하고 불만의 표현을 시위로 했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민생치안의 불만이 여전한 마당에 전경까지 나서 집단난동을 부렸으니 치안자체가 큰 상처를 입은 셈이다. 이제 시민들은 누구를 믿고 안심하고 생업에 열중하며 벼개를 높이 베고 잘 수 있겠는가 기막힌 노릇이라 할 수밖에 달리 말을 못할 지경이 되었다.

전경의 집단난동은 예사일로 볼수 없다. 경찰의 기강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에 빠졌는가를 이번 사건이 그대로 실증해 준다. 자기 내부 질서조차 확립 못하고 사회질서를 바로 잡고 유지하겠다는 말이 감히 나올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치안본부는 다급한 생각에 주동자를 처벌하겠다고 지시를 내렸다지만 그 정도로 덮어둘 사태가 아님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전경운용과 관리 전반을 철저히 재점검할 필요가 시급하게 되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