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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협 전망(문여는 「한ㆍ소시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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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협 전망(문여는 「한ㆍ소시대」:3)

입력
1990.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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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시장” “성장모델” 이해일치/투자등 보장땐 제2도약 계기/일부선 “선진국들 꺼리는 시장” 회의적 시각도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한소 정상회담은 양국의 경제관계를 급속히 밀착시키면서 경제협력의 폭을 넓히는 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회담의 성과여부에 따라서는 수출부진에 빠진 우리 경제가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도 기대되고 있다.

정상적인 경제협력관계가 정착되기까지에는 극복해야 할 과제와 장애요인들이 많지만 소련이 개방과 개혁정책을 계속 추진하는한 양국의 경제협력은 질과 양적인 면에서 비약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 정부관계자와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일부에서는 우리가 지나치게 들떠서 법석을 떠는 것은 아닌가,과연 소련과의 경제교류가 우리에게 얼마나 실익을 줄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않다. 특히 소련은 그동안 선진국가들이 외면해온 시장이라는 점에서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소련과의 경제협력에 관한한 선진국들과 우리나라는 입장과 여건이 다르다. 적어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한국과 소련이 협력할 경우 서로에게 이익을 주수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미국의 CIA나 소련의 KGB를 뺨치는 종합정보망을 갖고 돈벌이가 되면 지구의 구석구석 안가는 데가 없는 일본 종합상사들은 우리 기업들의 저돌적이다 싶을정도의 소련러시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보력ㆍ자본력ㆍ기술력을 두루 갖춘 일본이 꺼려하는 시장에서 무엇을 얻겠다고 접근하느냐는 지적들이다. 한 일본기업인은 『한국의 소련진출계획은 장미빛으로 채색돼있다. 그러나 그빛은 계획에 머무를 때에만 화려하다. 소련에 진출해보면 그같은 계획이 얼마나 무모했나를 깨닫게 될 것이다』라고 비아냥거림이 섞인 경고를 하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는 일본의 주의를 무조건 무시할 필요도 없지만 액면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함정에 빠진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일본자위대의 가상의 적이 소련이고 북방4개 도서 반환문제가 남아있는 일본은 결코 소련의 경제협력파트너가 될 수 없다. 경제대국으로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일본이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소련에게 경제력을 넘겨줄 까닭이 없다. 소련도 일본을 파트너로서 끌어들이기에는 거북한 상대다. 일본의 산업기술을 소련이 소화해내기가 벅차다. 자칫 일본경제의 속국이 될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떤가. 한반도의 긴장완화,나아가 통일을 위해 북한의 우방인 소련의 영향력 행사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자원의 공급처로서,경공업제품의 수출시장으로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소련측에선 짧은 기간내 후진국에서 선진국문턱에까지 도달한 한국의 자본주의 체제하의 정부주도형 경제성장 모델이 필요하고 바로 소련내 생필품산업과 접목이 가능한 기술을 얻을 수 있다. 동시에 결코 경쟁상대가 아니라는 이점도 있다.

한마디로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다는 얘기다. 소련의 이른바 신남하정책과 한국의 북방정책은 서로의 이해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해일치의 배경에는 상호보완적인 경제구조가 있다. 이점이 양국 경제협력이 엄청나게 확대될 것이라는 근거가 된다. 우리에겐 소련이 급히 필요한 생필품과 또 이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설비와 기술이 있고 소련에는 우리가 필요로하고 있는 석유ㆍ천연가스ㆍ목재ㆍ철광석ㆍ금ㆍ니켈 등의 자원과 우주ㆍ항공ㆍ의학ㆍ화학 등 첨단분야의 축적된 기초과학기술이 있다.

소련의 심각한 외환부족,투자보장및 이중과세방지협정 등 경제교류장치 부재,루블화의 태환성결여,정부간 통상교섭창구의 부재,경직된 관료조직 등 숱한 장애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년간 양국간의 교역규모가 급신장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상호보완적 경제구조에 의한 이해일치의 긴밀도를 말해주는 것이다.

지난 86년이후 급신장세를 보인 양국간 교역규모는 86년 1억1천8백만달러에서 89년 6억달러로 연평균 72%의 신장세를 기록했다. 양국간의 국교가 정상화되고 투자보장및 이중과세방지협정체결,청산계정설치 등으로 교역및 투자환경이 개선되면 교역규모는 놀라운 신장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국교가 없는 상태에서 올해 대소수출이 5억달러에 이르고 내년에는 1백20% 증가한 11억,95년에는 40억달러로 연평균 1백4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입까지 포함하면 교역규모는 1백여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전망인데국교가 수립되면 신장세나 규모가 배증될 것이고 90년대안에 미국ㆍ일본ㆍECㆍ동남아와 함께 우리의 5대 교역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소련과의 교역이 시작된 초기에는 각 기업들은 소련의 대금지불능력부족때문에 망설였던 게 사실이다. 현재 소련이 대금결제를 미루고 있는 금액이 5억달러에 달하고 우리 기업의 미수금도 5천만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소련을 「유망시장」으로 분류해놓고 있다. 당장 외환이 없을 뿐이지 구상무역형식으로 얼마든지 대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89년말 현재 대서방 외채가 4백80억달러에 이르고 있으나 소련의 경제규모와 대서방 민간예치금(88년 1백50억달러 수준및 금보유고(3백억달러 규모)를 감안하면 그리높은 수준도 아니라고 본다. 이 정도의 장애요인을 감내할 만큼 소련은 우리 기업들에게 신천지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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