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1200종 중 “쉽게 구입” 50종 불과/수입대금 연체로 일선 수출상담 중단/물가폭등ㆍ재정적자ㆍ마이너스성장 등 무정부방불【동경=정훈측파원】 한국과 소련 두나라 정상간의 만남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관련,그자체로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벤트다.
그런데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게된 배경에 대해 일본에서는 색다른 풀이가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번 양국 수뇌회담이 한국의 정치적인 이해와 소련의 경제적인 이해가 함께 맞물린,「필연적인 것」이라는 분석으로,특히 소련측의 경제적 이해가 더 강력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소련경제의 실상은 어떤가.
우선 일본무역진흥회(JETRO)의 통계를 보면 소련은 금년들어 5월말까지 일본에 대해서만 2억5천만달러의 수입대금을 연체하고 있으며,이에 따라 일본제 강관ㆍ화학제품 등의 수출상담이 완전 중지상태에 있다.
이같은 수입대금 연체는 지난 85년 고르바초프 정권이 탄생한후 출발한 경제개혁이 완전 실패했다는 증거이기도 한데 소련의 최근 경제성장률은 소련의 공식통계를 보더라도 88년을 제외하고선 3% 전후로 정체돼 있다. 특히 금년 1ㆍ4분기(1월∼3월)에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이날자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현재 소련경제의 문제점은 소비물자 부족,비능률,시민간의 소득불균형에 있다는 것인데 이런 문제점들이 한계점에 도달,폭발직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특히 소련사회의 비능률은 경제난을 부채질하고 있는데 이는 곡물의 생산과 소비를 비교하면 한층 분명해진다. 소련의 곡물생산량은 총량면에서 볼때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도 말단에서는 항상 부족한 상태이다. 이는 소련사회 특유의 비능률과 유통구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소련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도 지난 5월11일자에서 이를 거론하면서 개탄한 바 있다.
프라우다는 『소련은 필요이상의 곡물을 수입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 이유로 『서구는 식육 1㎏을 생산하기 위해 곡물 3.1㎏을 사용하고 있으나 소련은 두배이상인 7.2㎏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외화수입의 중심이 되고 있는 석유와 금값의 하락이 경제난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86년부터 88년까지 석유가 하락으로 소련은 4백15억루블의 수입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련경제의 이같은 심각성에 대해 일본의 한 소련문제 전문가는 『현재 소련의 가정 상황은 기아를 염려할만한 상태는 아니지만 무역수지 재정적자 석유가 하락 등으로 장래를 예측할 수 없게 됐다』고 말하고 『금년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가 예상돼 고르바초프 정권으로서도 막바지에 도달해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소련이 난국타개를 위해 미국 일본 서구외에 이제는 한국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고 진단,『소련이 이번 한ㆍ소 정상회담에 손쉽게 응해준 것도 이같은 저의가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파리=김영환특파원】 유럽의 신문들도 최근 소련경제의 심각성을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소련은 끝인가」「무정부 소련」 등의 제목이 붙어있는 이기사들은 한결같이 소련경제의 위기를 강조한다.
소련에서 서구기준으로 장바구니를 채우는 생필품 1천2백종중 자유롭게 혹은 줄을 길게 서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은 불과 50개 종목 정도라고 한다.
주부들은 줄서는데 하루 3시간을 보낸다. 뭘 살 수 있는 가는 중요하지 않다. 다른 것과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이건 사야 한다. 때문에 소련은 지금 거대한 물물경제체제에 있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살것이 없어서 국민저축고가 3천억마르크나 됐던 동독처럼 소련 역시 형편없이 낮은 이자에도 불구하고 총 저축예금액이 3천5백억루블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며 또 같은 액수가 장롱속에 사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련은 세계 제1의 원유ㆍ가스 생산국이며 최대의 곡물수입국이다. 작년 소련은 곡물수입에 60억달러,외화수입의 3분의1을 썼다. 밀 운반선 등의 임차료만 6억8천만달러나 들어 하역을 못해 묵히기 일쑤라는 것이다. 프라우다지는 하루 손실이 50만달러라고 보도했다.
경제개혁 임박소식이 전해진 지난 5월14일 야로슬라브 상점에선 마카로니가 평소의 10배,해바리기 기름이 8배,소금이 4배값에 팔렸었다.
모든 사람들이 개혁에 공포심을 느끼고 있다. 금년 2백만인 실업인구는 향후 5년안에 3배로 늘어날 것이란 추정이있다.
결국은 국민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게 하기 위한 개혁안이지만 당장 허리띠를 졸라매기를 강요하는 것이어서 인기는 커녕 불안만 가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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