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술 산업전반에 20년 뒤졌다”/기계부문선 30년 “창피할 정도”/수출침체도 일 추격못해 경쟁력 상실탓기술왕국이라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기술격차는 도대체 얼마나 벌어졌는가. 업계에서는 이런 질문에 대해 창피해서 입을 열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산업전반적으로 우리나라가 일본에 약 20년이상 뒤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계ㆍ정밀화학등의 분야는 거의 30년격차를 보이고 있고 우리의 주종수출상품인 가전제품ㆍ자동차ㆍ섬유 등도 15∼20년의 기술격차가 있다.
유일하게 자랑할수 있는 분야가 신발과 반도체로 신발은 세계정상수준에 와있고 반도체는 약 2∼3년차로 간격을 좁혔다.
이같은 기술격차에도 불구하고 우리상품이 해외시장에서 팔릴수 있었던 것은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춘데다,저임금으로 값싼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엔저현상이 생기고 임금이 오르면서 값싼 맛도 사라져 해외시장에서 참패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심각한 수출침체는 바로 기술이 낙후돼 있는데다 가격마저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시장을 돌아보면 우리상품의 최대의 취약점이 기술이라는 것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미국인들은 꽤 합리적인 편입니다. 일제를 선호하긴 하지만 무 턱대고 일제만 찾는 것은 아닙니다. 소형인 현다이(현대) 엑셀자동차나 재생만되는 단순한 기능의 골드스타(금성) VTR도 「가격만 싸다면」많이 구입합니다』 외환은행 뉴욕지점에 근무하는 미국인 스튜어트ㆍ솔로몬씨는 「왜 미국인들이 최근에 한국제품을 잘 사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서두를 꺼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세컨드카가 아니고 쏘나타와 같이 퍼스트카의 개념일 경우 한국차보다는 일본차를 사게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즉 2천∼3천달러를 더 주더라도 쏘나타보다는 혼다의 어코드를 사고 싶다는 말이죠. 또 VTR도 단순히 재생만 되는것 말고 복잡한 기능이 부착된 것이라든가 거실에 비치해 놓는 다소 고급제품이라면 몇백달러를 더 주더라도 소니제품을 찾게됩니다』라고 말했다. 솔로몬씨의 이런말은 미국시장에서의 일본제품과 한국제품의 위상을 단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다.
나쁘게 말해 싸구려는 한국제,고급제품은 일본제라는 등식이 뿌리박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은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생산성향상으로 가격마저 내리고 있는 반면 우리는 종전과 똑같은 제품을 원고 및 임금인상으로 오히려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어 일본과 한국의 상품경쟁력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한국 전자제품은 뉴욕의 중급백화점인 메이시나 에이앤드에스에도 없다. 이들 백화점의 전자제품코너에는 소니나 도시바일색이었다. 전자제품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맨해턴의 위즈체인점에서도 금성 19인치 컬러TV와 전자레인지를 겨우 1대씩 볼수 있었다.
이 체인점의 매니저는 『한국전자제품은 기능도 다소 떨어지는데다 고장이 잦아 소비자들이 잘 사려하지 않는다』고 말하고『얼마전에 한국전자제품의 진열을 줄였다』고 덧붙였다.
뉴욕의 한 교포는 『기왕이면 한국제품을 사주기 위해 한제 VTR를 구입했으나 고장이 잦은데다 애프터서비스도 잘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면서 『다시 산다면 일제를 구입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뉴저지지사의 김동필과장은 『미국딜러입장에서는 기능이 좋은것도 아니고 가격이 싼것도 아닌 한국제 전자제품을 더이상 거래할 이유가 없어졌다』면서 『우리전자제품은 현재 위기에 놓여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일본은 계속 새로운 기능과 디자인을 개발,멀리도망가고 있고 대만,태국,인도네시아 등은 우리를 쫓아오고 있어 한국제품은 샌드위치가 된 꼴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의 경우는 일제와 한제의 차이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일본차는 대부분 실린더하나에 밸브가 4개인 DOHC(Double Over Head Cam)엔진을 부착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아직도 개발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당연히 한국차의 파워는 떨어질수 밖에 없고 스피드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에게 먹혀 들어갈리가 없다.
LA의 현대자동차딜러인 리처드ㆍ김씨는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렸던 혼다 어코드는 엔진을 틀었는지 안틀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소음이 없다』고 말하고 『그러나 쏘나타는 에어컨만켜면 털털거리는 소리가 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해 쏘나타가 미국시장에 처음 상륙했을 때 전기계통과 와이퍼 등의 잔고장이 심해 부품교환을 해주느라고 일대 소동이 일었다. 심지어 엔진자체의 결함이 심해 아예 엔진을 새것으로 교환한 경우까지 있었을 정도다.
한국차를 악평하는 사람들은 『붙어있는 것은 다 떨어진다』고까지 말했다.
미국인들이 일제와 한제자동차를 어떻게 비교하고 있는가에 대한 유명한 얘기가 있다. 한국차가 미쓰비시자동차와 제휴,미쓰비시부품을 쓰고 있다면 잘팔리는데 한국차가 『이제 일제는 쓰지않고 국산화율이 1백%』라고 선전해대면 그 다음부터는 잘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는 한예에 불과하다. 신발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품목이 일본의 기술력 앞에 맥을 못추고 있다. 한국상품이 다시 해외시장에서 성가를 얻는 길은 멀기만 한 일본과의 기술격차를 좁히는 방법외에 묘책이 없다.<뉴욕=방준식특파원>뉴욕=방준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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