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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소」 중요할수록 차분하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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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소」 중요할수록 차분하게(사설)

입력
1990.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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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있을 노­고르바초프회담을 계기로 양국간의 경제ㆍ기술협력이 빠른속도로 구체화될 것이 예견된다. 한ㆍ소 정상회담의 1차적 중요성은 말할필요도 없이 한국과 동북아 안보정세의 변화에 있겠지만 그 못지않게 큰 의미를 갖는 것이 바로 경협문제이다. 사실 국교관계도 정상화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례적인 정상회담을 가능케만든것 자체가 어는 의미에서는 경제적 이유때문인 것으로 이해해도 과히 빗나간 추정은 아니될 줄로 안다.이번의 정상회담에서 곧바로 경제협력에 관한 구체적 제의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되지는 않지만 앞으로 갖게될 실무자회의에서는 경협문제가 보다 실질적으로 논의의 중심이 되지 않을까 전망된다.

양국사이의 경제ㆍ기술협력은 두나라 모두에게 적지않은 이득을 갖다줄것이 분명하다. 소련은 기초과학과 첨단기술분야에서 월등히 우리를 앞서있고 우리는 응용및 상품화기술 그리고 그를 바탕한 각종 소비재 상품생산에서 상당한 힘을 지니고 있으므로 두 나라사이의 기술접목은 상호보완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체제가 다르고 사고방식과 상관습이 다른 두 나라사이의 협력관계를 구체화 시켜나가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며 또 미리 해결 해 두어야할 전제조건들이 적지않지만 양국간의 정식국교가 이루어질 경우 그다지 큰 애로사항은 되지않으리라고 여겨진다. 이미 두 나라사이에는 미수교 상태 에서나마 상당량의 교역이 있어 왔고 지난해의 왕복 6억달러에 이어 올해에는 약 10억달러의 교역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련의 외환사정 때문에 지불조건은 딴 구미나라에 비해 약간 뒤지는 편이나 대외거래에서 소련의 신용도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므로 크게 염려할 것 까지는 없을 것이고 약간의 지불지연이 있다손 치더라도 소련시장이 갖는 무게는 갈수록 커져갈 것이 틀림없다.

양국간의 경제ㆍ기술협력이 본격화되려면 투자촉진을 위한 투자보장협정과 2중과세 방지협정이 있어야 할 것이며 과실송금의 리스크를 없애는 제도적 보장과 상품거래 대금의 원활한 결제를 위한 루블화의 태환성문제등이 먼저 타결되어야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이 순조롭게 해결된다면 양국간의 교역은 기하학적으로 증대될 것이 기대되고,우리의 생필품 수출과 소련으로부터의 원자재수입 그리고 산림ㆍ가스ㆍ석탄개발 등 대규모 자원개발프로젝트와 건설시장에의 한국참여도 기대해 볼만하다.

앞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소련측이 앞서있는 생명공학 우주공학 등 첨단분야기술과 우리의 전자ㆍ섬유 등 생필품산업기술을 상호교환 내지는 제휴하면서 이들 비교우위분야의 합작투자가 활발해질 경우 지금까지 부머랭 효과를 핑계로 첨단기술 이전을 기피하고 있는 일본과의 기술협력 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 예상되므로 한소간의 기술교류는 부수적 효과까지 낳게 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우리는 두 나라사이의 경제ㆍ기술협력을 낙관적으로만 판단해서는 안될줄로 안다. 고르바초프의 개방정책에도 불구하고 소련경제는 아직도 혼미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투자와 교역에 있어서의 위험성은 언제나 상존해 있다고 보는것이 옳기때문이다. 시장경제체제에 익숙치못하고 배분원리에 입각한 법적ㆍ제도적 관행이 생활화된 나라와의 경제 협력관계에서는 의외의 곳에서 예기치 못했던 장애요인들이 생길수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협력의 기조는 서로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상호충족시키는 호혜주의에 바탕해야 할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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