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8일 팀스피리트훈련 중지를 내걸고 모든 남북대화의 중단을 선언했던 북한이 근 4개월만에 대화재개 의사를 밝힌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우리는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통일기반조성을 위해 남북간의 접촉ㆍ대화ㆍ교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내실있는 진전을 기대하고자 한다.이번 북한의 대화재개 의사는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과 소련의 정상회담 사실이 발표,확인된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바로 20여일전 북한은 우리측의 적십자회담 고위당국자회담 국회회담 등의 예비회담을 열자는 제의에 대해 종래부터 주장해온 정치협상회의 수락과 비무장지대의 콘크리트장벽의 철거를 요구하며 전면거부하는 한편 현대그룹과 약속했던 금강산개발계획의 무효선언과 자동차등 일부 장비제공도 받지 않겠다고 천명했었다.
따라서 북한이 남북회담대표단연합회의의 성명으로 갑자기 대화재개를 밝힌 것은 동구변혁에 이어 이번 한소 정상회담으로 더욱 가속화된 국제적 대화압력을 완화하고 고립에서 탈피,사전에 대화를 통한 자신들의 평화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계산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가 여기에서 우려하는 점은 북한이 김일성의 유엔단일의석 공동가입등 「조국통일 5개방침」의 관철을 위한 성명으로 대화재개를 비치면서도 결실여부는 남한에 달려있다는등 종래식의 정치적인 부대조건을 내세운 점이다. 즉 그들은 남한정권 당국의 대화독점배격,팀스피리트 훈련중지,국가보안법 등 악법철폐,투옥한 애국적 민주인사들의 석방을 요구한 것이다. 이같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대화를 중단하고 책임을 남한쪽에 넘기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안탑깝게 여기는 것은 북한이 「대화」를 들고 나오면서도 「대화자세」는 여전히 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급변하는 세계속에서 한반도는 유일한 냉전지대로 남아있다. 격식을 뛰어넘어 한소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함인 것이다.
대화는 긴요하고 그것이 진정한 대화가 되기 위해 북한은 달라져야 한다. 체제운영에서부터 대외자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45년간 해오듯이 주민을 억압하고,획일적 체제를 유지하고 외부와 단절해온 방식으로는 대화의 결실에 이르기는 어렵다.
급격한 개방과 개혁으로 체제가 흔들리고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지도부가 남북대화와 대외교류를 통해 점진적으로 개방과 개혁을 흡수해나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 실종미군유해의 송환등으로 미국과 접촉을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다.
북측의 부대조건이 아니더라도 오늘의 시점에선 남북대화 추진에 있어 남한측은 보다 더많은 책임을 안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난날처럼 가시돋친 대화에서까지 득실을 따지는 것에서,체면과 선전과 명분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 김일성이 체제붕괴를 이유로 대화를 꺼릴수록 우리는 그들의 어려움을 돕고 또 함께 해결한다는 성의와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이번 미소 정상회담은 물론 4일에 있을 역사적인 한소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는 크게 달라질 것이 확실시된다. 새로 펼쳐질 정세변화에 즈음하여 남한측은 모든 부문의 대화와 교류를 통해 북한측의 초초감과 의구심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따라서 대화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서라면 비밀접촉 비밀회의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경제협력의 경우는 더욱 그러할 것 같다.
아무튼 이번에 재개되는 남북대화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발전시켜 한반도의 정세변화에 남북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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