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소개선 작은다리역 보람”/모스크바시 건축부장 맡아『여기저기 통역을 하느라 목이 아플 지경이지만 내 서툰 한국말이 한국인과 소련인의 마음을 서로 이해하고 통할 수 있게 해준다는 생각을 하면 그저 감격스러울 뿐입니다』
지난달 28일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회관 종합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소련물산전」에서 한국어통역을 맡고 있는 소련교포 유금자씨(46ㆍ사진)는 자신이 한소관계를 가깝게 하는데 작은 다리역할을 하고 있다는데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씨는 지난 44년 일본 동경에서 태어나 한살때 부모를 따라 사할린으로 건너간 뒤 19살때 모스크바 종합대학에 진학,경제학을 공부했으며 지금은 모스크바시 경제원의 실험실 건축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소련경제사절단의 유일한 한국어 통역관으로 서울에 온 유씨는 『하루종일 통역일을 하느라 피곤한몸을 이끌고 숙소인 친언니 유미자씨(60ㆍ서울 종로구 운니동 54의1) 집으로 돌아가면 언니와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느라 밤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일제치하에서 이국땅에 건너가 노동일에 전전하시다 지난 78년 사할린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유학인ㆍ충남 논산생) 이야기를 할 때는 언니와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녀는 오는 4일 노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못하며 『두 정상의 만남이 한소관계의 획기적 진전은 물론 우리나라의 통일을 앞당기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모스크바시내 크렘린궁 근처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유씨는 지난 65년 한국인 남편 박사샤씨(56ㆍ언어학자)와 결혼,슬하에 외아들 박세료샤군(22)을 두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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