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상 「명확한 시기」합의할 듯/중간단계 없는 대사급엔 변수/실무협상단장,양국외무장관이 맡을 듯한소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간 외교관계수립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점에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느정도의 합의가 이루어질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이나 양측이 일단 미수교의 상태에서 정상회담을 결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관계개선의 적극적인 의사를 표시한 것이기 때문에 수교는 실무상의 시간문제로만 남는다고 할 수 있다.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곧바로 수교의정서에 서명한다는가 수교자체를 발표하는 등의 일은 현단계에선 생각하기 어렵다.
양국정상회담이 갑작스럽게 성사된데다 회담장소가 제3국이라는 점이 외교관행상 수교성립에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교에 따른 구체적인 실무협의가 없는 상황에서 수교자체로 곧장 진입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양국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앞으로의 수교일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지난 3월 김영삼민자당대표등의 소련방문시 이미 한소간에 원칙적인 수교합의가 이루어졌던 만큼 이번 회담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내용의 합의가 나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국정상은 수교의 시기에 대한 명확한 합의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교시기는 우리측이 당초 예상했던 금년말이나 91년 상반기보다는 훨씬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소련은 우리측과 수교원칙에 합의해 놓고서도 북한이라는 변수를 고려,시기에 대한 확실한 언급을 피해왔다. 심지어 연구기관 등 비공식채널을 통해서는 수교의사 및 수교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외무부 등 당국은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소련이 한소정상회담에 응한 사실로 미루어 이같은 표면상의 북한의식 태도에도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판단된다. 소련은 이미 한소정상회담개최 사실을 북한에 통보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한소련은 북한에 정상회담 사실을 알리면서도 회담장소가 제3국이라는 점등을 들어 그 의미를 축소시키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상회담자체는 북한에 큰 충격을 주었을 것이 분명하며 소간의 수교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깨닫게 했을 것이다.
이에 따라 한소수교 시기는 지금부터 2∼3개월내로 대폭 단축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며 이는 양국정상회담이 실현된 마당에 그리 놀랄일도 아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수교일정이 합의되면 양국은 곧바로 실무적인 수교협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교자체를 위해 특별한 실무협상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수교와 함께 형성될 양국간 공식관계를 뒷받침할 각종 협정등의 체결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선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양국간에는 특히 투자보장협정이나 무역협정등 경제협력을 위한 각종 제도적장치 마련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그동안 소련은 우리 민간기업들의 투자진출을 희망해 왔으나 이러한 제도적 보장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때문에 제대로 경협이 이루어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 소련측은 정부간 공식관계를 유보한다는 원칙에 따라 협정체결 등 정부차원의 투자보장장치를 희망하는 우리기업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소정상회담과 함께 수교가 합의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협정체결등의 문제는 단지 실무적인 차원으로만 남게될 뿐이다.
양국은 경제협력과 관련된 각종 협정 뿐 아니라 문화ㆍ학술ㆍ과학 등 제분야에서의 교류를 위한 협정등도 수교를 계기로 함께 체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양국정부는 이들 협정의 체결등을 위해 관계부처 실무당국자들로 이루어진 대표단을 구성,정상회담 이후 곧바로 협상에 들어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교실무협상대표단의 단장은 정상회담이 이루어진 점을 감안할 때 양국외무장관이 직접 맡게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리측에서는 소련과 경협협상등의 필요성때문에 막강한 정치력을 가진 인사가 단장을 맡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도 검토해왔으나 정상회담이 실현될 정도면 어느정도 양국간 의견이 수면하에서 조정됐을 것으로 보이므로 단장을 누가 맡느냐가 중요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수교단계는 어떠한 중간단계도 없이 곧바로 대사급외교관계로 들어간다는 것이 우리측의 입장이나 소련이 내부적인 필요성으로 인해 중간단계를 주장한다면 수교시기를 명확히 못박는 선에서 대사급관계에 근접한 대표부 설치등을 설정할 가능성도 있다. 대표부는 외교관행상 정형화된 것이 아니라 양국간합의에 따라 지위가 결정되는 것이므로 수교전 수개월간 설치를 전제로 대사급관계가 갖는 모든 권한을 부여하는 수준서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노태우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이 끝난후 이같은 회담결과를 공동성명 또는 각자의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2년 닉슨의 중국방문시에는 닉슨과 모택동이 서명한 상하이 코뮈니케가 발표됐으나 최근 들어서는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않는 것이 외교관행의 추세가 되고 있으므로 개별적인 발표에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