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완화ㆍ통일 중대전기/개방외면 북한엔 큰 외압작용/수교 초읽기… 경협 급진전 예고/중국관계도 영향… 한국 국제위상 신장노태우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과의 한소 정상회담은 세계적 충격뉴스라 할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이 갖는 의미와 충격파는 한반도와 주변의 동북아 정세,나아가 미소를 축으로 하는 국제정세에 심대한 파급효과를 끼치리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반도는 마지막 냉전지역,분쟁과 분단의 지역으로 남아있는 곳이다. 모든 국제질서의 급속한 재편 움직임과는 별도로 요지부동의 「냉전의 틀」로서만 여겨오던 한반도에는 마침내 변화의 회오리가 불어닥치는 것이다.
노고르비간의 정상회담은 마지막 분단국의 한쪽과 그 반대편 종주국 미수교 정상간의 만남,국제질서 재편의 결정적 모티브라 할 수 있는 미소 정상회담직후에 열린다는 타이밍상의 절묘함등으로 세계외교사의 빅이벤트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정착,나아가 통일의 여건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번 회담결과에 따라 북한에 대한 급템포의 개방유도는 물론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대화ㆍ교류 등 남북관계의 기존구도를 결정적으로 바꾸게 할 가능성마저 있는 것이다.
노고르비간의 샌프란시스코 한소 정상회담은 크게 세가지 긍정적 의미를 지닌다.
첫째 국제정세의 측면에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세계사의 조류,화해와 협력의 신데탕트시대에 한국도 구도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됐다는 점과 국지적 측면에서는 마지막 분쟁지역인 한반도도 마침내 화해의 시대에 동참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사실 극동지역은 지난 2년여간 신데탕트라는 거대한 기류속에서도 「냉전의 섬」으로 남아 팽팽한 긴장감으로 동서간의 대리적 대립관계를 유지해왔다. 남북한과 미일과 소중등 주변 4강의 이해관계는 실타래처럼 얽혀 긴장해소의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은 동북아라는 국지적 이해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다원화해가고 있는 신국제질서,그리고 경제대국 일본,국제화해 기류의 편승여부에 아직도 엉거주춤하고 있는 중국등에 결정적 영향을 끼쳐 국제정세의 긍정적 변화를 유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둘째로는 남북관계의 변화 또는 통일여건의 조성이라는 측면에서의 파급효과를 들 수가 있다. 6공출범이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우리의 북방정책의 종착지점은 북한과의 교류협력시대 개막이라 해야 할 것이다.
소련과 북한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북한에 대해 가장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는 소련이다. 가장 큰 경제 의존국,가장 강력한 군사무기 지원국,가장 큰 대외 채무국이 소련이다. 북한이 유사시에 대비하려는 원자력 기술은 바로 소련으로부터 직접 들여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번 제9기 1차 최고인민회의의 김일성연설에서 나타났듯 한치의 변화조짐이 없으며 오히려 폐쇄지향을 의도하고 있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의 한소 정상회담 결심은 한소경협등 자국내 이익,국제정세의 주도 등 복합적 동기와 함께 북한에 대한 강력한 개방촉구의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사를 역류하는 고립국가로 남든지,아니면 개방에 동참하든지 택일하라는 무언의 강요인셈인 것이다.
세번째는 우리의 국제적 위상은 물론 특히 노대통령의 국제정치적 역량에 긍정적 역할로서의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대통령은 취임이후 2년반간 신장된 국력,서울올림픽의 성공 등을 배경으로 화려한 정상외교를 펼쳐왔다.
노고르비 정상회담이후 한소수교는 눈앞에 다가왔다고 보여진다. 샌프란시스코회담에서 수교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며,수교합의가 되지 않는다 해도 수교는 이미 기정사실화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72년 2월 닉슨 미대통령과 모택동 중국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72년 9월 다나카 일본총리와 주은래 중국수상과의 일중 정상회담등이 곧바로 수교합의와 연결됐다는 것이 이를 잘 대변한다.
수교가시화는 물론 한소경협의 시대가 도래할 것은 명백하다. 양국간의 통상이 대폭 확대될 것이며,투자보장협정에 따라 플랜트수출등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양국간 교역의 장애물이 단숨에 제거될 가능성이 크며,인적 교류도 활발해질 것이다.
또한 정상회담이후 중국과의 국교정상화가 성큼 다가올 가능성이 크고 이 속에서 우리의 국제정치적 역할이 크게 증대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 노대통령과 중국 최고위당국자와의 한중 정상회담이 연내에 실현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노고르비간의 회담의제는 다른 때와 달리 사전조정되거나 구체적으로 협의되지 않은 이례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의제는 능소능대할 수가 있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세계및 동북아 정세,남북관계개선을 포함한 한반도 안정과 평화에 관한 문제,양국간의 관계정상화와 교류협력증진문제」이다. 이 의제속에는 모든 관심사항이 포함돼 있다.
노고르비회담은 분명 우리의 근세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라고도 치부할 수 있을 것이다. 소련의 관용어에는 「얼음이 깨지기 시작했다」(시작은 이미 됐고 진행중이다)는 표현이 있다.
노고르비회담은 분명 양국간에 「얼음이 깨지는」 계기가 된 것이다.<이종구기자>이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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