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되면 곧이어 투자보장협정 체결/미뤘던 수십건 합작진출계획 본격화/「여건」여전 불확실… 신중필요한소정상회담개최는 양국간 경제교류에 획기적인 대전환을 예고해 주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수교문제가 매듭지어지면 지금까지 경제협력확대에 걸림돌이 되었던 각종 장애물들이 빠른 시일내에 제거될 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지난 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적극적인 북방정책을 전개해온 정부가 그동안 꾸준하게 경제교류를 추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장애 때문에 한소경협은 부분적인 물자교류수준을 크게 넘지 못하고 있었다. 야심찬 합작투자계획을 세웠던 기업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쳐 투자를 유보하거나 큰 위험이 따르지 않는 소규모 투자에 관심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나 기업들이 환상에 가까운 의욕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대소진출이 이처럼 지지부진했던 요인들은 수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최대의 장애물은 투자보장협정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것.
양국간에 국교가 열린다면 투자보장협정이 체결될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를 계기로 갖가지 장애물이 서서히 제거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되면 국내기업들은 그동안 보류했던 투자진출계획들을 본격적으로 추진,그야말로 대소투자진출이 봇물터지듯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의 양국간 경제교류확대 추세를 보면 이같은 전망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지난 81년 간접교역을 포함한 교역규모가 수출 2천만달러 수입 1천만달러로 3천만달러 수준이었으나 88년에는 수출 1억2천2백만달러 수입 1억7천8백만달러로 교역규모가 7년사이에 6배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수출 2억8백만달러 수입 3억9천2백만달러로 전년대비 교역규모가 3.4배나 늘어났다.
국내기업들의 합작투자도 아직 구체적인 결실을 맺지 않았지만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진도가 국내기업으로는 처럼으로 지난해 3월 소련의 인터링크사와 합작투자계약을 체결,이미 모스크바에 모피 및 피혁의류매장을 개설했고 92년에는 모피제조공장과 원피탈지가공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소련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현대그룹은 연해주의 합작제재소건설ㆍ나홋카무역센터합작건설ㆍ석탄개발ㆍ산림개발ㆍ퍼스널컴퓨터 합작공장건설ㆍ비누합작공장건설 등 10여개의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며 대우그룹도 우즈베크섬유공장 합작건설ㆍ전자제품공장건설ㆍ모스크바호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ㆍ럭키ㆍ금성ㆍ삼환기업 등이 합작사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특히 삼성의 경우 1백20억달러에 달하는 TDX(전전자교환기)의 수출 및 합작생산계약을 체결하는등 가장 구체적인 결실을 얻어내기도 했다.
우리기업들이 소련 진출에 얼마나 적극적인가는 그동안 소련에서 개최된 각종 전시회에 열심히 참가한 예에서 알 수 있다. 지난 87년 7월 레닌그라드에서 열린 산업로봇전시회를 비롯,지난 1월에 모스크바에서 열린 소비재전시회 등 모두 13개 전시회에 약 1백여개업체가 참가했다.
종합상사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4월 무공의 모스크바 무역사무소가 개설된 뒤 현대ㆍ삼성ㆍ대우ㆍ럭키금성 등이 모스크바지사를 개설했고 코오롱ㆍ선경ㆍ삼성전자 등이 지사개설을 서두르고 있다.
소련이 그동안 중화학공업위주의 정책을 지속,기초과학기술이 발달된 반면에 경직된 사회주의 경제체제로 생산기술ㆍ품질ㆍ효율성 등이 낙후돼 있고 특히 소비재경공업을 비롯한 산업생산기술이 뒤떨어져 있으나 우리나라는 공산품의 국제경쟁력이 강한 반면에 산업구조고도화를 위한 기초과학기술이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에 한소간에 상호보완적인 교역확대 및 산업협력의 여지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품목별로는 소련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섬유ㆍ신발ㆍ생활용품ㆍ철강제품ㆍ가전제품ㆍ선박ㆍ퍼스널컴퓨터ㆍ자동차ㆍ카메라 등과 소련의 소비재공업육성정책에 따라 산업생산설비와 기계류의 수출이 유망하며 대신 원목ㆍ펄프ㆍ원유ㆍ석탄ㆍ수산물ㆍ광산물ㆍ모피ㆍ원면 등 자원 및 에너지 관련제품과 화학제품ㆍ공작기계 등의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교가 열린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소련이 우리의 황금시장이 된다고 볼 수 없다. 여전히 장애요인이 상존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기업들이 몰두하고 있는 대소진출에 대한 일본의 시각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익이 생긴다면 지구끝까지 쫓아가는 일본기업들이 외면한 시베리아개발에 한국기업들이 정신이 팔려있는 것을 두고 일본기업들은 『선진국이 해보려고도 하지않는 일을 한국이 하려고든다』며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꼬집고 있다. 물론 비아냥거림이 섞여있지만 위험성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우선 고르바초프가 강력히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만성적인 경제침체로 경제개혁의 성패가 불확실하며 대금지불유예 사태가 속출할만큼 외환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투자가 보장된다 해도 루블화의 태환성이 떨어져 과실송금이 곤란하고 무엇보다 도로ㆍ통신ㆍ주택 등 기반구조가 취약하기 이를데 없다.
국교가 열린다고해서 무턱대고 뛰어들 것이 아니라 이같은 장애들을 하나 하나 점검해가면서 경제협력의 길을 닦아나가는 지혜가 우리기업들에 필요하다.<방민준기자>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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