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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기술협력 무엇이 문제인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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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기술협력 무엇이 문제인가:2

입력
1990.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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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전해야 일본도 산다/「부머랭」퇴색,오히려 새 기술촉진/구미빗장… 독점땐 아태시장 상실부머랭(Boomerang)은 원래 호주원주민이 사용한 도구의 일종으로 던지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특성을 갖고 있다. 경제에서 부머랭효과란 말이 등장한 것은 2차대전후 구미각국의 자본투자 및 기술원조를 받아 발전한 일본의 중화학공업부문이 그제품을 구미각국에 역상륙시켜 위협을 주면서부터다. 부머랭효과의 주인공인 일본이 이젠 우리나라에 대해 부머랭효과 운운하며 기술이전을 기피하고 있다.

특히 80년대중반 중급수준의 VTR기술을 한국에 이전했다가 한국이 보급형 VTR를 대량수출하자 일본기업들이 기술이전을 크게 후회,대한기술파이프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기술이전에 있어서 부머랭효과론은 퇴색하고 기술이전이 단기적으로는 불리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보다나은 기술개발을 유도한다는 샘물효과(Sping Effect)론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샘물이 흘러넘치면 새로운 샘물이 솟아나듯 기술도 성숙기에 접어든 기술을 이전해야 새로운 기술이 개발된다는 주장이다. 즉 기술이란 물처럼 넘치면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을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은 오늘날 일본이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보유국이 된 것은 실은 한국ㆍ대만ㆍ싱가포르 등 개도국들에게 기술을 이전함으로써 새로운 기술개발이유도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이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에 접어든 기술을 계속 장악하고 있었다면 미국이나 유럽국가의 기술수준에 크게 뒤처졌을 것이라고 보고있다.

세계경제가 블록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기술이전의 샘물효과는 대단한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블록화한 경제권의 국가들이 기술을 공유하지 않고선 그 경제블록의 힘이 약해 다른 블록과 경쟁할 수가 없게 된다. 경제블록의 핵심은 기술블록이라는 뜻이다.

일본은 말로는 아태경제권구성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기술의 유아독존을 고집,화를 자초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차세대TV로 불리는 HD(High Definition)TV기술이다.

일본은 64년 동경올림픽을 치른뒤 보다 화질이 뛰어난 고화질TV개발에 착수,NHK주도로 뮤즈방식의 HDTV를 개발,이미 시험방송을 끝내고 실용화단계에 접어들었다. HDTV개발경쟁에서 가장 파앞서고 있는 일본은 자국이 개발한 방식에 의한 국제규격통일을 시도했으나 미국과 EC(유럽공동체)의 반대로 수포로 돌아갔다. 일본제 컬러TVㆍVTRㆍ자동차 등에 국내시장을 석권당한 이들 국가들이 더이상 자국시장이 일본상품의 안방이 되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서독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국제무선통신자문위원회 총회에서 HDTV국제규격이 일본과 유럽간의 차이점을 용인한채 채택되었다.

업계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도 아직 방식은 결정하지 않았지만 무슨일이 있어도 일본방식을 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이같은 결정은 일본에겐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이 개발한 HDTV의 수출이 사실상 붕쇄당하기 때문이다. 기술우위가 최대의 무기라는 일본의 신앙이 기술블록앞에 여지없이 깨진 좋은 예다.

EC측이 생산기술을 갖춘 우리나라에 자기네방식의 HDTV개발에 동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만약 우리가 유럽방식을 택한다면 일본은 가까운 이웃시장 마저 빼앗기고 만다.

전세계의 컬러TV방영 주파수의 70%가 유럽방식인 50헬츠이기 때문에 일본은 기껏 나머지 30%밖에 차지할 수 없다. 물론 유럽방식의 개발을 서두르겠지만 개발투자가 이중부담이 된다.

산업연구원(KIET) 일본실장 김도순박사는 경제권의 블록화에 따른 일본의 고립은 90년대 중반이후 본격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C는 그때쯤이면 통합국가로서 빗장을 단단히 걸어잠가 요새화할 것이고 미국은 경제의 저성장으로 보호주의 성향이 더욱 강화되는 추세를 보여 일본의 활동무대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수출지향형인 일본은 신흥공업국과 아세안 등 후발개도국에 대한 수출을 늘려야 하는데 이들 국가들은 경제예속을 피하기 위해 대응수입과 기술이전을 요구하고 나서 무역마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무역마찰이 생길 경우 일본은 현재 점유율이 30%에 달하는 이지역 시장마저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김실장은 따라서 일본은 아태경제권차원에서 역내국가와 분담구조를 형성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본은 역내국가중 가장 양호한 기술소화능력을 갖춘 이웃인 한국에 기술을 이전하고 한국은 중국ㆍ태국ㆍ인도네시아 등에 성숙기에 접어든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 이 경제권의 경쟁력을 확대하고 나아가 국가간의 빈부격차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기술이전이 한일 양국간의 문제가 아니라 역내국가들이 서로 맞물려 이뤄지는 연대형산업기술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은 한국에 기술이전을 해서 경쟁자를 키웠다고 주장하지만 일본의 제품들이 세계시장에서 그만큼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것이 실은 기술이전을 통해 부품들을 OEM(주문자 상표부착방식)으로 공급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란 점을 망각하고 있다.

이점은 기술이전이 일본에게도 유리하고 역내국가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이같은 기술이전이 활발하게 이뤄져 아태경제권이 힘을 갖춘뒤에야 다른 경제블록에 대항할 수 있고 협력관계도 구축될 수 있는 것이다.<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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