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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팽창이 물가불안 부채질/넘치는 돈… 억제대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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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팽창이 물가불안 부채질/넘치는 돈… 억제대책 없나

입력
1990.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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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에 밀려 무감각방치/“증시위축”통화채발행 어려워/부동산처분으로 기업자금여력… 고삐잡을 호기경기회복을 위한 여러가지 단기처방중에서 기업금융지원,부동산투기억제,환율의 안정적 운용등이 어느정도 마무리되면서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물가불안이 의외의 걸림돌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잉통화 문제가 물가불안의 핵심적 요인으로서 새로운 현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워낙 화급한 문제들이 많았기 때문에 시중에 통화가 지나칠 정도로 풀려있어도 각별한 주목을 받지 못한채 5개월을 끌어왔는데 이번달까지의 물가동향이 소비자물자가 6%를 웃도는 등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남에 따라 정부내에서도 안정기조가 엉뚱한데서 붕괴되는게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경제회생을 위한 단기처방을 어느정도 마무리짓고 기술개발,신제품개발 등 장기과제의 해결에 나선다하더라도 물가가 무너질 경우엔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기 십상이라는 판단에서다.

시중의 통화동향은 일반적 예상보다도 훨씬 심각한 국면에 놓여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증가율 수준면에서 올들어 5개월째 22%를 넘고 있어 8년이래의 이례적인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는데다 이처럼 높은 수준속에서도 그동안 한은이 증가율 억제를 위한 수단들을 거의다 써버려 통화를 줄일 마땅한 방법이 거의 바닥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올들어 22%선밑으로 떨어져 본적이 없는 총통화증가율은 한은으로서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맨처음 1월달에 증가율이 22.5%로 높아지고 2월달엔 드디어 24.4%를 기록했을때도 한은은 다소간의 우려속에서 조만간 「정상에 가까운 수준」으로 끌어내릴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지금 통화가 문제냐,경기회복이 문제지」라는 전반적인 정부내의 분위기에 밀려 비정상적 통화팽창이 별다른 장애없이 계속돼온 것이다. 통화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일부주장은 그야말로 뭔가 상황돌아가는 걸 제대로 모르는,감각이 무딘 소수의견쯤으로 치부됐다.

통화가 물가불안의 핵심적요인이라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는 사실.

한은이 지난해 말 새로 개발한 거시계량경제모형에 따르면 83∼88년간의 경제실적치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통화가 적정략보다 5%넘게 공급되면 물가는 당해년도엔 0.35%가 오르고 2차년도엔 1.75%,3차년도엔 1.80%가 각각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한은의 또다른 분석결과 이같은 통화팽창이 사회의 전반적인 인플레 기대심리와 상승작용을 하게되면 단순한 과잉통화에 의한 물가상승 유발치 이상으로 급격한 물가폭등이 초래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물가변동구조 분석결과에 따르면 올해는 우리경제에 과잉통화와 비용상승요인이 함께 겹쳐 발생하기 때문에 특히 큰폭의 물가상승이 우려되는 시기라고 지적되기도 했다.

물가상승엔 물론 통화말고도 임금상승이나 환율인상(원절하)등이 적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중에서도 임금상승은 올들어 인상률이 억제돼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으며 지난해말보다 4.61%가 절하된 환율은 물가상승의 또다른 주요요인으로서 수출증대효과와 아울러 그부작용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통화당국은 최근의 과잉통화를 줄일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난관에 부딪치고 있다.

일상적인 수단인 통화채발행 예대상계 대출금회수등이 그동안 거듭사용돼온 나머지 여력이 별로 없는 상태다.

통화채발행은 주된 대상인 제2금융권 금융기관이 증권시장의 침체로 자금여유가 없어서,혹은 있다하더라도 통화채로 돈을 흡수하면 침체를 못벗는 증권시장이 푹주저 앉을까봐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대상계역시 올들어 이미 2조원규모를 해왔기 때문에 더이상 손쓸여지가 없는 것으로 통화당국도 인정하고 있다. 통화환수의 비상수단으로 쓰이던 대출금회수도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시중자금흐름에 급격한 경색현상을 초래할까봐 쉽게 써먹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아울러 최근들어 신규로 늘어나고 있는 통화증가분도 60%이상이 농사자금,주택자금,무역금융등 정책자금 이어서 통화를 줄일 여지를 별로 없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추경예산으로 2조5천억원을 추가로 편성하려는 계획은 통화를 완전히 고삐풀리게 하는 위험한 조치로 지적되고 있다.

과잉통화가 안정기조를 완전히 붕괴시켜버리는 최악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여러가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통화는 적정수준으로 고삐가 잡혀야 한다.

이와 관련,최근에 취해진 정부의 기업부동산 보유억제대책은 기업의 투기적 자금수요를 없앰으로써 지난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통화증가율로도 기업생산활동을 위한 자금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마련해주는 호기를 제공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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