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인의 「왜」자에서 게다짝을 끄는 왜소한 일본사람을 연상한다. 그러나 정작 일본사람들은 「왜」자를 한국이나 중국사람들이 일본사람을 가리키는 별호쯤으로 생각한다. 결코 나쁜 뜻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왜구하면 우리는 고려와 조선조에 걸쳐 동해안과 남해안을 누비며 분탕질하던 긴 칼에 훈도시 차림의 「왜놈」의 해적떼를 떠올린다. 하지만 일본사람들은 「왜구」하면 일본의 남단 규슈(구주)지방의 토호들이 거대한 선단을 만들어 중국과 한국으로 무역하면서 더러는 약탈도 했던 바다의 개척자쯤으로 여긴다. ◆한일 양국간에 같은 글자를 가지고도 이렇듯 전연 다른 의미로 받들여지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한일 양국이 그렇게 국민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일본의 교과서는 과거 군국주의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전후 45년동안 시종여일하게 식민지사관에 입각해서 한일 관계사를 기술해왔다. 한국하면 침략만 받아온 열등민족이고 일본은 하늘에서 낸 우수민족이라고 기술돼 있다. ◆일본고대사의 가장 대표적인 왜곡 부분은 「임나일본부설」이다. 일본이 4세기께 대화정권이 통일하고 난 뒤 백제와 신라를 복속시켜 한반도를 지배했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다. 더욱 기가 막힌 일은 고구려의 영광을 기록한 광개토대왕비를 일본이 날조하여 임나일본부설의 근거로 삼고 있는 점이다. 일본의 왜곡 역사는 임나경영설에서 시작하여 「한반도 침략」을 「진출」로 표현하는 등 최근세에까지 이르고 있다. ◆일본정부가 노대통령의 방일에 따라 한일간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키 위해 무엇보다 역사교육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것은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관심을 모았었다. 그러나 보도에 의하면 왜곡 교과서는 고치지 않고,초ㆍ중ㆍ고교 수업시간에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 지배문제를 반드시 다루도록 일본문부성이 지시했다고 전해진다. 이번 방일후 국내의 집약된 여론은 일본의 「실천」을 두고보자는 것이다. 왜곡 교과서를 고치는 것이 「실천」의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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