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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제 논의할 때 아니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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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제 논의할 때 아니다(사설)

입력
1990.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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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분과 마찰로 국민에게 큰 실망를 주었던 거대여당­민주자유당이 전당대회 20여일만에 이번엔 「내각제 개헌추진합의」설로 심상치 않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노태우대통령과 김영삼ㆍ김종필최고위원이 전당대회직전 극비리에 회동,내각제개헌원칙과 1년내 완전마무리를 다짐한 비밀각서를 작성했다는 것과 이에따라 임시국회가 끝나는 대로 여론조성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대해 민자당은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해명했으나 당내 각계파는 긍정과 침묵의 엇갈린 반응을 보여 더욱 혼선을 빚게 하고 있다.결론부터 말해 우리는 내각제 조기개헌합의설과 각계파의 반응을 접하면서 불쾌감과 거부감을 감출 수가 없다. 1년내의 개헌추진이 사실이라면 이야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지않아도 경기침체 물가앙등 치안부재 시국불안 등으로 온 국민이 난국돌파에 신경을 모으고 있는 이때 거대여당이 내각제 개헌으로 정국을 다시 흔들어 놓겠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일 뿐 아니라 이같은 세수뇌의 밀약이 사실이라면 아직까지 대다수 국민들의 동의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3당통합이 장차 대권분점을 위한것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이같이 중요한 사안을 국민의 의사를 묻지 않은 채,또 국민을 외면한 채 밀실에서 비밀리에 약속을 했다면 이야말로 새정치와는 거리가 먼 구시대의 작태가 분명한 것이다.

당초 지난 1월22일 3당통합을 선언했을 때 장래 헌정의 권력구도를 현재의 대통령 중심제에서 내각제로의 전환이 중요한 전제의 하나였음은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더구나 지난 9일 전당대회때 강령1조를 「의회와 내각이 함께 국민에게 책임지는 의회민주주의를 구현한다」고 고쳐 사실상 내각제 추진을 당책으로 제시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아무려나 강령개정때나 이번 내각제 조기개헌설때나 각계파의 태도와 반응은 적지않은 의구심을 주고 있다. 즉 민정ㆍ공화계는 내각제추진은 기정사실이며 어떤 과정으로 추진하느냐만 남았다는 의견이며,반면 민주계는 당론채택여부는 확인하지 않은 채 지금은 개헌을 운위할 때가 아니라며 「유보」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민자당이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려한다면 다음의 요건과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본다. 먼저 왜 내각제로 바꿔야 하는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논거를 마련해야 한다. 이같은 논거와 이유는 대다수 국민과 야당이 경계하는 대로 3계파의 대권나누기가 아니라 미래 국가발전과 민주체제의 정칙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한마디로 지도자들의 대권장악을 위한 위인설관식의 개헌은 절대 용납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시간을 두고 민자당내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개헌추진스케줄을 마련,국민앞에 공개하는 일이다. 스케줄이 마련된 뒤 각종 대화 강연회 토론회 공청회를 통해 국민설득 작업을 벌여야 하며 이런 과정을 거친 후 개헌문제를 제기,공식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선행작업과 관련,중요한 것은 모든 개헌논의­추진과정은 철저히 공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몇몇 고위지도자나 계파의 절충,또 여야간의 흥정으로 이뤄져서는 안된다. 다음으로 지적할 것은 아무리 훌륭한 개헌의 명분을 세웠다 하더라도 지금은 이 문제를 꺼낼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적어도 노대통령이 지난번 특별담화에서 경제와 민생안정을 이룩하겠다는 연말까지는 이 문제가 제기돼서는 안된다. 난국극복이 무엇보다 급선무인 것이다.

민자당은 내각제문제로 당분간 국민을 어리둥절케 하거나 혼란을 가중시키지 말아야 한다. 민자당의 할일은 개헌보다 바닥에 떨어진 국민의 대거여 평가를 고양할 수 있게 난국수습에 여당구실을 다하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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