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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의 한/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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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의 한/박승평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0.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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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소 관계가 호전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는 요즘이다. 잦은 각종의 소련공연단 방한에 소련상품전시회 마저 지금 열리고 있다. 이럴때 일수록 아직도 망향에 겨워하며 소련영토 사할린에 살고 있는 4만명에 이르는 우리동포들을 생각하게 된다. 특히 언젠가는 모국에 돌아가기를 기원하면서 아직도 고집스레 무국적으로 남아있는 4천여명의 동포1세 노인들을 생각하면 누구나 가슴이 아파진다.최근 이같은 동포들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한ㆍ일 의원연맹소속의 두 나라 국회의원 일행 8명이 사할린을 공동방문하고 돌아와 귀국보고한 내용이 우리들의 관심을 끈다. 공동방문단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 19일 유진사할린스크서 열렸던 한국인 집회에는 현지 한국인 모임으로는 최대인 6백여명의 동포1세들이 참석,지난 50년간 가슴속에 사무쳐온 망향의 염을 토로하는 눈물겨운 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그때 동포1세들의 요망사항은 일본으로 부터의 손해배상으로 영주귀환후의 생활대책과 모국방문 경비충당,광복후 45년간 연락이 끊긴 친족찾기,친족초청장이 없는 비연고자의 출국허용,모국방문 전세기 운항증편과 비연고자의 체재비부담 등이었다고 한다.

이같은 요망은 사할린동포 모국방문이나 귀환이 한일양국의 적십자 공동사업단에 의해 이뤄지고 있지만 동포1세들에게는 70대 노령으로 자활능력이 없는데다 현지서 월1백20루블씩 받고 있는 연금이 끊어지는등의 사정으로 사실상 그림의 떡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친족의 초청장이 없으면 출국시키지 않고 있는 소련의 정책에도 아울러 문제가 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현지에서 생생히 전해들은 우리 방문단은 이번 대통령의 방일로 타결된 원폭피해자에 대한 50억엔의 기금설치처럼 사할린동포 귀환기금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뜻을 모으고 오는 10월 동경서 열릴 한일의원연맹총회에서 정식제안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광복 45년만에야 「통석」이라는 일본측 사과를 받고 일제때 강제징용당했던 우리동포들의 명단밝히기가 비로소 거론되고 있는 시점이긴 하다. 그러나 70만 재일동포들의 떳떳한 지위부여와 사할린동포들의 자유귀환 및 생활보장이야말로 마지막 남은 숙제로 차제에 집중거론해 함께 타결을 봐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눈물겨운 유랑의 민족사이다. 일본에 의해 사할린의 동토에 끌려간 많은 동포들이 죽어갔으며 이제는 고향땅을 그리며 눈물짓고 있고,앞서 사할린에 살았던 우리동포들은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으로 하루아침에 중앙아세아의 황무지로 쫓겨 한많은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잡초처럼 끈질기게 되살아난 우리동포들이기도 하다.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선거에서 동포가 대권에 도전했다는 최근 소식이 우리의 마음을 한편으론 달래주기도 한다.

어제의 고난과 역경을 딛고서 오늘의 우리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래서 강제징용의 연장인듯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는 사할린 선배들의 한을 하루빨리 우리는 달래고 풀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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