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과시용 핵감축 성사노력/재래무기선 진척가능성 없어/미의 대소 최혜국 부여는 리투아니아가 걸림돌【워싱턴=이재승특파원】 부시고르바초프 미ㆍ소 정상회담 (5월30∼6월3일)은 지난해 12월 몰타예비회담이후의 재회이고,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으로서는 87년 12월이후 두번째의 워싱턴방문이다. 국제환경의 급변,특히 동구와 소련의 혁명적변화에 따라 미ㆍ소의 위상이 달라졌고 이 양대 초강대국 정상회담의 의제와 무게도 달라지고 있다.
이번 회담은 제1차 워싱턴회담(87년 12월)과도 다르고 불과 6개월전에 열린 몰타회담과도 차이가 있다.
월리엄ㆍ하이랜드 포린 어페어즈지 편집인은 이번 정상회담을 냉전종결이후 첫회담이라는데 유의하면서 『45년 얄타회담과 포츠담회담에서 잃어버렸던 「역사의 가닥」을 다시 이을수 있는 첫기회를 제공할지 모른다』고 평가했다.
부시고르바초프 양국정상은 지난해 12월 몰타예비정상회담에서 ▲전략무기제한협정(START) 및 유럽재래식 군비감축협정(CFE)의 연내타결 ▲미ㆍ소 경제협력강화 ▲미국의 페레스트로이카 지지 및 소련의 동구개혁 불간섭 ▲졸속한 통독에의 반대와 베를린협정의 재확인등에 합의하거나 양해했다. 그러나 몰타회담이후 동구에는 약속됐던 최초의 자유선거가 실시돼 잠정개혁지도자들의 집권을 정착시키거나 아니면 다른 개혁주체들로 대체,새로운 민주체제의 기틀을 다졌다.
특히 동독선거에서 콜 서독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과 제휴한 세력의 승리는 그가 주장해온 조기통일론의 우세를 반영했다. 선거후 동ㆍ서독은 오는 7월2일부터 통화를 통일키로 했다. 이제는 정치통일이 긴박한 과제가 됐다.
이러한 동구의 변화에 따라 이번 미ㆍ소 정상회담은 군축협정,경제협력,쌍무관계 등 전통적인 의제의 진척도 중요하지만 더 의의가 있는 것은 새로운 쟁점,즉 ▲통일독일의 위상 ▲새로운 유럽에서의 미ㆍ소관계 ▲소련분리독립공화국의 문제등에 대한 의견접근이다.
중ㆍ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아 냉전이후의 새질서 설계에 상호간의 협력가능성을 찾는 것이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목적이다.
브렌트ㆍ스코크로프트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은 지난 27일 ABC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인 이슈는 군축이 아니라 독일정치지도의 재작성과 소련 사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ㆍ소양측이 회담성과로 PR를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전략핵무기 감축이다.
베이커셰바르드나제 미ㆍ소 외무장관은 핵미사일을 앞으로 8년간 약 30% 감축한다는데 합의했다. 미ㆍ소의 핵탄두수는 현재의 2만3천3백개에서 98년에는 1만6천개로 감축되는데 미국이 약 9천개,소련이 7천개의 탄두를 갖게된다. 당초에는 50%감축이 목표였지만 전후 장거리핵무기 감축에의 첫합의라는 것을 높이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ㆍ소양측은 핵군축협정의 「성사」 그 자체를 위해 서로 요구사항을 대폭완화했다.
우선 새로운 세대의 육ㆍ해ㆍ공 발사핵무기의 개발 배치를 허용하고,그숫자만을 상호간의 합의에 따라 제한했다. 베이커국무장관은 잠수함발사 크루즈미사일을 각각 8백80기로 제한하되,이것을 조약의 테두리밖에서 제한키로 소련측과 합의했다. 미국은 현재 잠수함 크루즈미사일을 3백기 갖고 있으나 소련은 한기도 없어 소련이 확인하거나 승선ㆍ감시하는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조약밖에서 제한키로 한 것이다. 미국은 그들이 절대 우위에 있는 잠수함발사 미사일의 기밀노출을 기피하려는 생각이다.
소련은 숫자의 제한과 구속력 있는 확인을 요구했으나 미국이 계속 거부해온 것이다.
한편 소련은 미국측이 요구해온 ss18등 이동식(차량적재)중형 핵지상미사일등의 철거,생산중단,확인등을 거부했다.
ss18 미사일의 수는 3백8기에서 1백54기로 제한될 것이나 제한 방법이나 확인방법등에 합의하지 못했다.
또한 부시대통령이 연내타결을 강조해온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간의 재래식병력감축협상은 바르샤바조직의 사실상 와해로 몇개월째 협상이 중단되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미국과 소련군의 유럽주둔수준을 현행 30만5백,60만명에서 각각 27만5천명으로 감축할 것을 주장했다. 올해 연두교서에서는 22만5천명으로 감축할 것을 새로 제의했다.
소련은 통일독일의 국방문제와 관련,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재래식 병력감축협상을 진척시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기치 않은 것은 미국의 대소최혜국대우(MFN)부여지연이다. 소련은 아랍국의 반발을 우려,유태인의 이스라엘 이민을 용이케 하기 위한 이민자유화법을 제정치 않기로 했다. 미국은 리투아니아등 분리독립운동공화국 사태가 미해결로 남아있는한 MFN대우부여를 보류키로 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미국과의 교역정상화는 소련경제의 시장경제화나 발전에 긴요하다. 정치적 동기에서 경제혜택을 포기하는 것이다.
한편 지역문제에서는 아프간사태에 대해 자유,공정선거에 의한 전후질서개편에 의견이 접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반도 긴장완화 문제는 큰이슈는 아니다. 통상실무급회의에서 논의되는데 이번 회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 정상회담은 몰타예비회담에서의 기대보다 군축등 전통적이슈에서 성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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