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 유태인 대량이주에 위기감/“미규탄”등 대응조치엔 강ㆍ온 분열【바그다드=윤석민특파원】 29일 이틀째 회의에 들어간 아랍정상회담은 산적한 중동의 현안문제에 대한 아랍권의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띤 토의를 계속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특히 「제2의 엑서더스」라고 불리는 소련계 유태인들의 이스라엘 집단이주사태로 전체 아랍국가들이 현저한 안보위협을 느끼고 있는 절박한 상황속에서 열렸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따라서 아랍권이 이같은 「비상사태」에 대해 얼마만큼 일치 단결된 모습을 보여 줄것인지,「실험대에 올라 있는 회의」로 평가되고 있다.
이 때문에 회담에 참석한 16개국 정상들은 이틀간 회의에서 무엇보다 아랍권의 형제애와 대동단결을 부르짖었다.
이번 회담을 제의한 야세르ㆍ아라파트 PLO의장은 유태인 이민문제를 「아랍권전체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아랍권의 영토와 권리보존을 위해 모든 제재조치와 경제ㆍ정치ㆍ도덕적 압력을 총동원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요르단의 후세인왕도 유태인 이민을 「침략행위」로 규탄하면서 아랍국가들이 전통적 형제애를 회복,공동격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같이 격앙된 분위기는 정상회담장 밖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정상회담이 열리는 바그다드 시내 곳곳에는 아랍연맹회원국 국가들이 나부끼는 가운데 『아랍지도자들이여,예루살렘이 당신을 부른다』 『뭉치면 일어서고 흩어지면 쓰러진다』등 아랍권의 단결를 촉구하는 플래카드들이 걸려 있었다.
이라크의 신문들도 이번 정상회담이 『아랍권의 연대회복에 결정적 전기가 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사실 소련계 유태인 이주문제는 『새로운 중동전을 유발할 수 있다』는 호스니ㆍ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경고처럼 중동지역의 세력균형을 해칠 수 있는 위험스런 사태발전이다.
소련의 해외이주 자유화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유태인의 이스라엘 점령지 이주는 이미 2만명을 넘어 섰으며,연말까지는 25만,95년까지는 75만명이 밀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랍국가들은 소련유태인들이 미국이주를 원하고 있으나 미국이 이민법을 강화,결과적으로 이스라엘점령지로의 이주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대해서도 커다란 분노를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아랍정상들은 30일 열리는 미소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당사국이 유태인의 이스라엘 점령지 이주문제를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외교각서에 합의,일단 단결된 모습을 과시했다.
그러나 외교각서의 세부내용이나 유태인 이민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 조치등에 대해서는 심각한 의견차이가 노출됐다.
아라파트의장이나 후세인왕은 70년대와 같은 석유자원의 무기화를 주장했지만 동조를 얻지못했고,미국의 대이스라엘 편향정책을 강력히 규탄하자는 이라크와 PLO의 주장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온건국가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이같은 분열상은 21개 아랍연맹회원국중 5개국이 회담에 불참한 사실에서 이미 예고됐었다.
한편 이번 회담 개최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이라크의 사담ㆍ후세인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통해 아랍권의 맹주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과시한다는 숨은 목적에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후세인대통령은 개막연설에서 『이스라엘이 아랍국가들을 향해 핵무기를 배치한다면 화학무기로 이스라엘국토를 초토화 시키겠다』고 선언,자신이 아랍권의 대이스라엘 「성전」에 앞장선 「맏형」임을 과시했다.
또 최근 핵무기 기폭장치 밀수사건,영국인 기자 처형사건으로 서방의 공격을 받아온 이라크는 폐막 공동성명에 이같은 서방압력을 주권침해로 비난하는 내용을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져 외교적으로도 큰 성과를 거둔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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