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통합” “선창당” 민연추 양분 위기/“「반민자」위해 야권결집 급선무”/오늘 중앙위도 불참,「서명」 합류○…결렬상태에 빠진 야권통합협상의 돌파구로 재야의 참여여부와 그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평민ㆍ민주당(가칭)으로부터 통합의 한 당사자로 인정받고 있는 민연추가 야권통합을 둘러싸고 자칫 잘못될 경우 2분 조짐을 보여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민연추는 28일에 이어 29일에도 상임위를 열고 야권통합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급기야는 고영구공동대표와 이부영집행위원장등 핵심간부 14명이 「선통합」을 주장하며 간부직 사퇴서를 제출하게 된 것.
이들은 탈퇴의 변에서 『지금은 민주세력이 대동단결해 통합야당을 통해 거대여당에 대응해야 하는데도 민연추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못하다』고 주장해 자신들과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선창당파」가 결국은 야권통합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고대표는 『사표수리여부를 결정할 30일의 중앙위에 출석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선통합」의 의지를 거듭 강조했는데 이들은 「선통합」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때는 개신교 지도자들이 주축이 된 「범야 통합추진기구」에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탈퇴인사들은 민연추의 목적이나 지지기반이 기존의 야당과는 다르다는 점등을 들어 독자정당 불가피론을 펴온 「선창당파」와 심각한 노선투쟁을 벌여왔으며 이 과정에서 상호간에 쌓인 감정의 앙금도 간단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탈퇴인사들이 개신교지도자등과 재야의 야권통합기구를 결성해 통합협상에 본격 참여할 경우 지금까지 평민ㆍ민주의 양측으로 진행되어온 야권통합 협상은 3자협상이 되면서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 14명의 「탈퇴의사」는 지난 21일 구성된 야권통합방안 6인 조정소위의 이견대립에서 비롯되어 「선통합」과 「선창당」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을 빚기 시작했다.
제정구ㆍ여익구ㆍ이호웅씨 등 민주연합을 주장하는 「선통합파」와 장기표ㆍ이재오ㆍ조춘구씨등 독자정당을 고집하는 「선창당파」의 6인으로 구성된 조정소위는 당초 「야권통합실현을 위한 전담기구를 내부에 설치하고 6월중 제3차 중앙위원회를 열어 창당문제를 논의한다」는 원칙에 가까스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28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열린 상임위에서 이 원칙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서로가 크게 격돌,감정대립상태까지 갔고 이를 풀어보고자했던 장기표여익구씨간의 막후절충도 끝내 실패했다는것.
「선통합파」측은 29일 상오 별도의 모임을 갖고 사표제출을 강행해 버렸고 민연추의 목소리를 재야의 야권통합기구쪽으로 가져가고자 하고 있다. 이들은 한걸음 더나아가 30일의 중앙위서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사표수리 여부와는 관계없이 민연추 탈퇴를 선언키로 내부방침을 정해놓는등 배수의 진까지 쳐두고 있다. 또 탈퇴후의 행동은 박형규목사와 이돈명씨등 개신교지도자 5인이 이달초부터 펴고 있는 범민주세력통합추진기구 구성 서명운동에 적극 참여한다는것.
○출범 46일만에 내분지경에 이른 민연추의 대립양상은 민연추 발족당시부터 내제해 있었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즉 지난 87년 대통령 선거당시 「독자적 정당결성」을 주장하며 후보로 출마했던 백기완 공동대표측과 「제도권 정당과의 제휴ㆍ연합」을 내세웠던 이부영 집행위원장측이 재야정당 결성이란 목표아래 민연추를 결성하는데 까지는 뜻을 함께 했으나 두 산맥의 노선대립은 민연추의 이름을 「민중의 정당건설」(백 공동대표측 입장)과 「민주연합 추진」(이 집행위원장측 입장)이 맞선끝에 이를 봉합해 민연추로 명명할 만큼 적지않은 이질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립적 분위기는 평민ㆍ민주의 야권통합 협상이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재야측에 촉매역할을 기대하는 형국이 되자 첨예한 대립의 상태를 맞아버린 것이다.
○…민연추의 양분현상이 재야의 통합논의에 어떤 형태로든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데는 재야인사대부분의 시각이 같으나 야권통합을 위해 재야가 설정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느게 중론.
평민당은 지난 21일 서명파동이 시작되었을때부터 재야의 조직적 움직임이 통합운동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점을 공공연히 주장해 왔지만 재야에 대해 상대적 취약점을 지니고 있는 민주당까지 꼭 그렇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견해가 만만치 않다.
재야가 지니고 있는 통제하기 힘든 특성과 지나친 명분성으로 인해 스스로의 입지를 좁힐 가능성등을 고려해 재야가 참여하는 야권통합의 3자협상이 평민ㆍ민주의 2자협상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30일 사표수리 여부를 최종결정할 중앙위에서 극적 돌파구가 마련될 여지나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평민ㆍ민주당의 야권통합논의가 외압으로 작용,선통합이냐 선창당이냐를 놓고 대립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목표나 인식의 흐름에 있어선 큰 상이점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9일 민자당 창당대회때의 「반민자당 투쟁」이 예상외로 열기가 높았다고 자체판단을 하고있는 재야가 동일목적을 위한 방법상의 차이때문에 또다시 분열해서는 안된다는 두터운 공감대가 형성돼있고 민자당에 맞서는 대체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가 뭉쳐야 한다는데에 의견을 함께하고 있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정병진기자>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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