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순국회의장이 29일로 2년임기를 마치고 신임 박준규의장에게 13대 국회 후반기를 담당할 의사봉을 넘겼다.소수여당 출신으로 대야의 협조로 의장에 선출된 직후 개원국회 취임사를 통해 『여소야대 4당체제는 하늘이 내려준 황금분할』이라고 극찬했던 그는 3당합당후 열린 임시국회에서 「황금분할론」을 스스로 번복했다. 소여시절에는 「대야」의 타당성을 주장했다가 거대여당이 탄생하자 「거여」의 정당성을 옹호했던 그는 바로 이로인해 똑같이 여야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그가 마지막으로 사회를 보는 29일의 임시국회는 거대여당인 민자당만의 단독소집에 의한 것이었다.
평소 개회사가 길었던 김의장은 이날 5백자도 안되는 짧은 개회사를 읽어 재임중의 다난한 의정단상을 더욱 함축하는 느낌이었다.
김의장은 스스로도 진단하듯이 우리 의정사에 드문 「소수여당의장」으로서 「여소야대정국」의 상징이었다. 무력한 국회의장으로 자기를 지명해준 여당의 눈치도,선출해준 야당의 눈치도 보아야 했다.
『의장 사회를 똑똑히 보시오』(야당의석),『여러분들이 의장을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어놨으니 난들 어떡하란 말이오』(김의장).
이 두토막의 야유와 항변은 지난 2년 국회본회의장에서 수없이 들을 수 있었던 말들이었다. 13대초반 야대국회는 공화당ㆍ유신ㆍ5공국회에서 여당독주의 쓴 경험을 의식,의장권한을 무력화시킨 게 사실이었다. 본회의장에서 의원의 저질행위를 예방할 권위도,징계할 힘도 없는 존재이다. 물론 이같은 현상은 13대국회가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숙명의 일면도 있지만 국회내의 질서와 관행도 새로 잡혀야 된다는 김의장 재임기간중에 얻어진 교훈일 수 있다.
김의장은 국회운영의 어려움을 『초선의원이 과반이 넘는 것은 우리가 민주정치를 잘 진행시키지 못했던 증거』라고 우회적인 의원자질론을 폈지만 그러면서도 의장권한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13대 마지막 국회에서 「발언제지권한」과 「품위없는 의원들에 대한 징계권한」을 의장에 주도록 국회법을 고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김의장의 대과없는 퇴진을 논하기에 앞서 앞으로 남은 2년의 13대국회가 겪을 진통이 상상키 어려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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