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는 중립입장서 각당 대화중재 그칠 것/모든 이질적 목소리 적극 수용… 거리투쟁 안돼『텅빈 야당의석을 바라보노라니 무거운 마음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고 서운한 느낌만으로 그칠수야 없겠죠. 오히려 이를 주어진 현실로 받아들이고 이같은 현실을 극복하는 것이 13대 국회의 남은 과제라고 여기면서 막중한 사명감을 새기고 있습니다』
이같은 취임 일성이 「사실 고백」이라고 굳이 강조한 박준규 신임국회의장은 그리 밝지 못한 표정으로 중압감에 시달린 빛이 역력했다.
야당과의 최후절충을 위해 정회까지 기록한 29일의 임시국회에서 결국 여당만의 단독표결로 새 국회의장자리에 오른 그는 그러나 이런 상황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탓인지 특유의 정연한 논리로 새 의장상을 피력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국회의장자리에 앉으시기까지 꽤나 숨이 차셨겠습니다.
『우리 국회가 40년 헌정사의 진일보된 시대를 맞고있는 것으로 생각하나 아직도 뚜렷한 징후가 잘 보이지 않아 상당히 무거운 마음으로 의장직에 취임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13대 후반기 국회는 국회 스스로가 해야할 일을 찾아나서야 합니다. 국민 신뢰를 구축하는 데서부터 국회가 민주발전의 도의적,제도적 기수가 되도록 하는 문제에 까지… 사명감은 오히려 각박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내각제에 대한 소신은 변함이 없으신지.
『특정정치제도에 관해서는 각 당간의 대화와 의사형성을 돕는 선에서 그칠 생각입니다. 평소의 지론은 의장직을 수행할 때만큼은 뒷전으로 물리는 것이 옳다고 봐요. 국회의장의 본분에만 충실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지요』
1노2김간의 내각제 합의설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아는게 없습니다』
민주적인 국회운영을 특히 강조하셨는데.
『민주는 각양각색인데 내가 말한 민주는 서구식의 원칙을 강조한 것입니다. 당리당략에 얽매여 자기의 깃발만 흔드는 것은 옳지 않아요. 만인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민주적 인식이 필요합니다. 실력저지라는 말도 안썼으면 합니다』
결국 야당의원들의 불참속에 의장이 되셨는데.
『불참한 의원들을 몰이해하다고 보진 않아요. 모두들 참석한 것으로 믿고 그렇게 받아들이려고 해요. 결국 명분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데…. 이젠 정치적으로도 세련미가 필요한 것 아닙니까』
구상중인 국회활성화 방안을 좀더 구체적으로….
『국회의원이 정당의 대표자냐 아니면 선출해 준 국민의 대표자냐는 문제는 결코 양립될 수 없어요. 서로 크로스보팅(교차투표)도 할 수 있게끔 자유스런 활동이 나타나야 해요.
이는 정당활동에 앞서가는 것인 만큼 의원모두가 이를 통해 좌절감이 아닌 보람을 느낄 수 있게 돼야 합니다. 국회라는 무대에 모든 이질적인 목소리를 수용하되 거리의 정치나 정당투쟁의 무대화가 돼선 곤란합니다. 결국 상임위 중심의 국회운영에 대한 제도검토를 통해 문제점을 제기,각 당에 반영되도록 할 각오입니다. 지금 우리는 일본식 국회운영과 흡사한데 일본식 운영방식이 과연 바람직한가도 생각해 봐야겠지요』
6월 국회에서 일방 표결처리가 강행될까요.
『구체적으로 사안을 봐가며 판단하겠지요. 최후까지 성의있는 노력을 해야겠지만 다수결 원칙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지 않겠어요. 다만 그런 사태가 자주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할 것입니다』
김의장은 의장공관을 항시 개방해 여야대화의 장소로 활용하겠다면서 서울 1가 1002호 벤츠승용차도 공식 행사때에만 사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취임연설에서 스스로를 「비재박덕」이라고 겸손해왔지만 「다재박식」이란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수완있는 보수정객이자 TK의 핵심인물인 그는 『어떻게 처신하는가 주의깊게 지켜봐 달라』는 말로 취임소감을 맺었다.<정진석기자>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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