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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의 첫 합숙/정진석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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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의 첫 합숙/정진석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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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가락동의 민자당 중앙정치교육원.간이복차림의 소속의원들은 삼삼오오 마당에 모여 전날에 이은 세미나 시작을 기다리며 한가로이 환담을 즐기는 모습들이었다. 구민정당의 중앙정치연수원인 이곳이 민주ㆍ공화계 대다수의원들에겐 낯설었던 탓인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고 공화계 일부의원들은 마치 과거 이곳이 구공화당의 소유였던 탓인지 의도적으로 여유있어 하기도 했다.

전날밤 곁들여졌던 「폭탄주 여흥」이 너무 진했던지 숙취가 채 가시지 않은 피곤한 눈빛들도 간혹 있었으나 모두들 1학기 첫날 강의를 기다리는 학생들마냥 설레는 표정이 가득했다.

3당합당이후 처음 마련된 이번 세미나 개최를 통해 거대집권여당의 소속의원들은 저마다 동질화의 가능성을 탐색했을 수도 있고 한방의 같은 침상에 누워 불투명한 정국에 대한 「동상이몽」을 꿈꿨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하면 『민자당이 만에 하나 잘못될 경우 우리나라의 대안은 없다』는 김영삼대표의 역설에 공감하면서 의원들 스스로 정국주도의 책임감을 아로새겼을 법도 하다.

그간의 우여곡절이나 서먹서먹했던 느낌들이 단하룻동안의 「합숙훈련」으로 어느정도 해소되고 일체감에 대한 어렴풋한 자신이라도 얻게됐다면 그나마 퍽 다행스런 평가를 받을 만한 것이다.

그러나 외형적으로 단합을 과시하는 것만으로 이내 동질화의 결과를 기대할 순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당내 융화의 분위기를 언제라도 깨뜨릴 수 있는 「지뢰」가 곳곳에 잠복해 있으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민자당의 향후 진로에 불안한 시선을 모으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의 첫 합숙이 소속의원들의 결속과 동질화를 도모하기 위해서였다면 예정된 토론순서에 한명의 발언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역시 동질화가 쉽지 않음을 반증해 주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따라서 3계파간의 동질화작업은 외양의 추스름을 위해서가 아닌 스스로 「구국적 결단」이라고 웅변했던 신사고에 기초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세미나가 진정한 신사고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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