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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총련동포의 「김일성타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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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총련동포의 「김일성타도」(사설)

입력
1990.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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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제9기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김정일을 국방위 제1부위원장에 앉히는등 세습체제를 굳히고 있는 가운데 조총련내부에서 김일성세습왕조를 타도하는 대회를 열었다는 보도는 그 규모에 관계없이 우리의 관심을 모으게 한다.이날 대회는 『오늘의 북한은 전국토가 하나의 감옥이며,김일성이 소련과 동구에서 휩쓸고 있는 민주화의 물결을 끝까지 외면하고 김정일에게 정권을 물려주는 부자세습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이같은 독재체제에서 신음하는 북한동포를 구출하기 위해서는 김일성세습체제를 타도하는 길밖에 없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보도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비록 전직간부가 주동이고 5백여 조총련계 인사들만이 참석한 대회이긴 하지만 그전의 조총련주변에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북한의 해외조직가운데 가장 강력한 전위조직인 조총련도 그간 불가피한 「변화」의 여건들을 감사해야 했다. 해마다 김일성의 생일이면 1백50억 엔의 「생일축하금」을 보내고 회원들의 집엔 아직도 김일성의 초상화를 걸어야 하는 가운데 회원은 계속 줄어왔다.

67만평의 재일동포중 약 41만명이 대한민국을 지지하는 민단계,약 20여만평이 북한을 지지하는 조총련계로 집계되고 있으나 초기엔 조총련이 45만명까지 육박하여 민단을 압도했었다. 이렇듯 변화를 가져올 만한 요인은 여럿 있다.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추진,동구권의 급격한 자유화,여기에 오래전 시작됐던 추석성묘단의 한국방문으로 대한민국의 실상이 재일동포사회의 널리 알려지면서 조총련조직도 변화를 맛봐야 했다. 지금 남은 20여만명의 조총련조직원 대부분이 9만3천여명의 북송자의 가족들이란 점은 이런 점에서 매우 주목된다.

소련등 거센 동구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김일성­김정일의 세습체제를 고수할 것을 다짐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세계적인 주문은 물론 개방과 민주화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이 문제의 기초가 되는 긴장완화,신뢰구축을 위한 남북대화를 촉구해 왔고,우리 주변의 국가 특히 미ㆍ일ㆍ소ㆍ중 등이 이런 맥락에서 북한을 대해줄 것을 희망해 왔다. 그러나 북한의 대응은 지난 26일 폐막된 최고인민회의에서 드러났다. 「그들식의」 고수인 것이다.

북한당국이 조총련에서 일어난 일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어떻게 대응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조총련에 비록 몸담고 있지만 북한체제에 대한 불만을 더이상 참고 있을 수 없는 층이 현실적으로 대두되고 있음을 말한다면 결코 가벼이 넘길 수만은 없을 것이다. 김일성정권을 하늘처럼 떠받들어 왔던 조총련내부의 이같은 반발은 조총련내부의 결속에 심리적인 영향을 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변혁의 세계에서 북한의 선택여지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그것은 조총련회원에서 마저 일고 있는 개방화요구 움직임에서 더 뚜렷해 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조총련내의 일은 앞으로의 전개과정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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