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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은 희생양/유석기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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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은 희생양/유석기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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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당국이 오르는 물가와 씨름하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해묵은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든다.당국은 물가안정대책을 펼 때마다 버릇처럼 정부비축물량 무제한 방출과 무차별 수입확대로 이어지는 농수축산물 가격안정방안을 내놨다. 올해도 예외없이 정부미를 풀고 쇠고기 참깨 땅콩등의 수입을 늘려 가격앙등을 「원천봉쇄」키로 했다.

당국의 이같은 대응은 말할 것도 없이 농산물값이 물가상승을 선도한다는 「단골메뉴성」 물가동향 분석에 따른 것.

하기야 전체 소비자물가에서 식료품의 가중치가 37.99%에 달하니 농산물가격이 곧장 물가앙등으로 연결됨도 수긍이 간다.

따라서 『물가당국 발표대로 농축산물가격이 올랐다면 농민들은 벌써 옛날에 부자가 됐을 것』이란 말도 우스갯 소리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농산물수입이 국내 가격안정에 과연 얼마나 도움을 줄지는 의문이다.

수입쇠고기처럼 전체소비량의 60%가까이를 차지해도 한우 쇠고기값은 끄떡않는다.

한우값이 떨어져 농민들이 아우성쳐도 한우정육값이나 음식점의 불고기 가격이 내린다는 얘기는 듣기 힘든 게 현실인 것이다. 까다로운 소비자 입맛덕택에 수입농산물은 재빨리 국내산과의 이중가격을 형성,물가관리에도 도움없이 농민들 가슴에 못을 박고 유통관계자들엔 기대치 않은 소득을 덧붙여 준 것이 다반사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물가당국이 기댈 언덕은 그나마 농산물밖에 없는 것 같다.

최근의 아파트분양가 현실화 과정에서 보듯 건설업계는 강력한 로비능력을 바탕으로 건자재및 노임상승분을 떠넘기는 데 성공했다. 그렇지만 농민들은 기껏 지난해 고추시위때처럼 간헐적으로 「외마디」소리를 질러댈 뿐이다.

물가와의 진흙탕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경제기획원 실무관계자들은 이렇게 불평했다.

『부동산투기로 올라버린 집값 임대료가 이제 음식값등 개인서비스 요금을 차례차례 들쑤실 게 분명하다.

여기에다 연초이래 총통화 증가율은 23%선 이하로 내려올 기미가 없고 환율은 올들어 4.5%나 인상됐다. 물가와 가장 밀접한 정책변수들이 이모양이니 농산물 가격안정에라도 매달려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손발 묶인 채 배로 기는 「올챙이포복」꼴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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