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적으로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노태우대통령의 일본방문이 2박3일간의 일정을 마침으로써 막을 내렸다. 이번 방일에 대해 정부는 벌써부터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찬하고 있는 듯하나 이것은 성급한 평가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방일의 성공여부는 거론되고 합의된 모든 것이 장차 일본측의 실천ㆍ실행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일본이 빠른 시일안에 얼마만큼의 성의를 갖고 의무와 책임을 다할 것인지 엄정하게 지켜볼 것이다.노대통령의 이번 방일의 의의와 목적은 대한사과를 통한 과거청산과 당면한 현안문제 타결을,그리고 21세기 아시아ㆍ태평양시대에 동반관계 구축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해 우리는 이 3가지 부문중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결되고 또 매듭된 것이 없다는 점을 말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겉으로는 선린우의를 강조하면서도 안으로는 실리와 우월의식을 내세우는 일본의 태도에 기인된 것이다.
최대 당면 현안의하나인 재일동포의 처우개선의 경우 일본측의 딱부러진 약속이 없음은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다만 영주권 부여와 지문날인문제 등에 있어 1ㆍ2세도 기합의된 3세 경우에 준하고 또 교육과 지방자치단체,공무원과 교원임용에 있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도록 검토하겠다」는 가이후(해부) 총리의 다짐을 지켜볼 뿐이다.
경제문제에 있어 최대관심사인 무역역조 시정에 있어 일본이 우리측의 산업구조 조정위 신설이나 합작을 통한 근본적 시정을 외면한 채 구매사절단 파한에만 동의한 것은 근치보다 일시적 처방의 저의를 드러낸 것이다.
산업과학기술 협력에 있어 원자력협정 체결 신소재 특성평가센터의 운영 등 6개항에 합의한 것은 하나의 진전으로 볼 수가 있으나 가장 핵심인 일본정부와 민간보유의 첨단기술 이전요구에는 여전히 거부로 일관,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다.
물론 이번 노대통령 방일중 우리나라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일본국회에서 연설,1억3천만 일본국민을 대표한 중ㆍ참 양원 의원들에게 지난날 일제의 침략 약탈 압제를 분명히 상기시킨 다음 양국이 과거를 정리하고 지향해 나갈 방향을 제시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의의가 있다하겠다.
또한 우리의 북방정책 추진과 국제경제 진출에 있어 일본의 협력을 다짐받는 한편 지금까지 기회만 있으면 들먹여왔던 저들의 대북한 카드이용과 관련,일본의 대북한 접근때 한국과 사전협의,그리고 북한의 핵안전협정 가입과 남북대화 호응이 접근의 선결요건임을 못박은 것도 의미있는 일로 꼽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기이하게 느끼는 것은 양국 정상의 공동발표문이 없다는 점이다. 정상회담후 반드시 따라야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국민들의 들끓는 논란과 관심속에 이뤄진 나들이인때는 당연히 방문의 결과를 압축한 성명 내지 발표문을 냈어야만 했다. 이점 정부는 어떤 형식으로든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할 것이다. 특히나 84년 전두환대통령의 방일때는 12개항의 공동성명을 냈음에도 일본이 거의 이행하지 않았던 점에 비추어 이번에 일본이 약속한 사항들을 공식성명도 없이 과연 얼마나 성의있게 이행할 것인지는 의문이 적지않다.
이제 한일양국이 그야말로 괴로운 과거를 씻고 미래의 친구요 동반자가 될 수 있는가 없는가는 서로가 얼마나 신의와 성의있는 태도와 실천을 해보이느냐에 달려있다. 그에따라 아키히토 왕의 방한도 가능여부가 판가름지어질 것이다. 우리들은 앞으로 일본이 과연 마음속으로부터 참회하고 반성하느냐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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