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분산”함께 교통량 폭증 우려/자족성 높여 「침상화」막고/대중운송 뒷받침 있어야/수도권 도로시설은 위성도시간 연결로 「서울지향」분산을금세기에 들어서 선진국 대도시주변에 많은 신도시가 경쟁적으로 건설되었다. 런던교외의 바실던 하로우,파리주위의 에브리,동경 교외의 다마,심지어 모스크바주위의 키로로보 등등 도시성격이나 규모도 각양각색이다.
모두가 공룡처럼 팽창해 가는 대도시의 인구를 분산시키고 과밀로 인한 교통문제를 완화시키자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과연 이들이 대도시의 본질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었는가? 이같은 질문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의 비판은 다분히 부정적이다. 대부분의 신도시들이 대도시의 혹(류)이 되어,교통문제를 완화하려다 오히려 교통문제의 교외확산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작년 봄,우리나라에서도 분당,일산 등 신도시 건설계획이 발표되자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교통문제에 관한 논란이 많았다.
비판론자들의 쟁점은 첫째,신도시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교통량을 서울 주변의 부족한 교통시설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고 둘째,신도시에서 진주해 올 교통량이 가뜩이나 포화에 이른 서울의 교통사정에 설상가상이 되리라는 점이다.
실제 성남이나 안산같은 대규모 신도시,목동이나 상계동 같은 주택단지 건설시에 항상 교통계획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으므로 시민들의 우려가 클 것이다.
먼저 서울의 교통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 보자.
금세기 초만 해도 서울의 인구는 고작 20만 정도였다. 소설가 이호철씨가 서울을 만원이라고 진단한 것이 1966년이었고 당시 서울 인구는 3백60만명이었다. 자동차도 2만대에 불과하였다. 지금 서울의 인구는 세 배가 넘고 자동차는 백만 대가 넘는다. 이제 서울은 「초만원」이다.
애당초 도로,주차장 등을 위한 유보공간이 없던 서울이 자동차시대를 맞아 겪는 고통은 유난히 크다. 자동차의 급증으로 서울의 교통체증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도시의 기동성이 떨어져서 이로 인한 국민경제적 손실 또한 엄청난 실정이다. 교통체증은 과밀한 대도시의 속성이며,세계 대도시들이 국부에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고통이다.
교통문제에 대한 묘약은 없다. 역설적이지만 대도시의 교통체증은 필요악이다. 만일 교통체증이 없다면 도시는 쏟아져 나온 자동차에 짓밟혀 버리고 낭비적인 도시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대도시 교통의 이율배반이다. 선진국의 교외화와 위성도시건설은 이같은 복잡한 교통문제의 탈출구로서 시작된 것이다.
일산·분당의 경우도 주택공급의 확대는 물론,인구 및 교통수요를 서울 외곽지역으로 광역적으로 분산시키려는 의도도 숨겨져 있다.
실제로 분당·일산은 도합 70만명의 인구를 수용하도록 계획되었으며 수도권내의 인구이동패턴을 추적,분석하면 45만명의 서울인구 재배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교통량으로 보면 서울로 되돌아 올 통행량을 감안하여도 대략 60만 통행의 감소 효과로 나타난다.
물론 이같은 계산은 인구분산,교통량 감소의 여백이 다시 새로운 인구의 유입,교통량 유발의 형태로 나타나리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어떻든 신도시가 서울의 교통문제 해결에 큰 도움은 되지 못한다 해도 방해자는 아니라는 점이다.
다음으로,신도시와 서울간의 교통처리대책에 대한 검토이다. 최근 수도권 주변도로의 교통량은 연평균 20%씩 증가하여 왔다. 따라서 경인·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하여 거의 모든 간선도로가 이미 용량한계에 다다른 실정이다.
이러한 주변여건을 고려해 볼 때 인구 30∼40만의 대규모 택지개발이 서울의 코 앞에서 이루어지면 심각한 교통전쟁이 벌어지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느정도의 교통량이 예상되는가? 분당의 경우 38만명의 인구를 수용한다면 통근·통학인구는 19만명 정도된다. 서울인접 위성도시의 시민들의 서울통근율이 30정도이다. 분당의 경우,서울의존도가 높겠지만 차츰 비슷한 비율로 안정될 것이다. 그러나 약간 높게 40%를 가정하고 아침 러시아워 한시간동안 서울로 향할 통행량을 산정하면 대략 4만명 정도가 된다.
어느 교통전문가가 러시아워때 4만대의 차량이 서울로 몰려들 것이라고 진단한 기사를 보고 놀란 적이 있다. 4만대의 차량홍수는 러시 아워때 동서남북 사방을 통해 서울로 진입하는 차량수에 맞먹는다. 아무리 자동차시대라도 모두가 자동차로 출근한다면 이를 처리할 방도는 없다.
따라서 서울과 분당 간의 교통량을 어떻게 여러 교통수단이 분담처리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즉 버스와 전철,그리고 승용차가 효율적인 분담체계를 이뤄야 한다. 이를 위해 분당왕십리,구파발일산간 전철이 필요하고,6∼8차선의 고속화도로를 3개 정도 분산 신설하도록 되어 있다. 이 정도의 도로시설의 용량이 충분한가는 대중교통체계와의 상관관계에서 결정될 것이다.
이와 같이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교통패턴과 처리대책을 살펴보면 결국 신도시개발로 인한 교통문제의 관건은 다음의 몇 가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첫째,신도시의 자족성이다. 도시에는 침상만이 아니라 생명이 있어야 한다. 당초 정부는 일산,분당을 주택도시라고 발표하였으나 지금은 자족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정하였다.
만약 베드타운에 지나지 않는다면 아침마다 서울로 진군해오는 엄청난 교통량을 처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통행의 장거리화를 초래하고 교통시설의 낭비밖에 더 되겠는가? 영국의 뉴타운들이 대개 런던에서 32∼49㎞ 멀리 떨어진 반면 일산·분당은 20∼25㎞ 밖에 안된다.
거리가 가까운만큼 서울 의존성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으로 업무·상업기능을 유치하고 직주근접을 이뤄야 그만큼 교통수요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대중교통 중심체계로 교통시스템이 이뤄져야 한다. 앞서 예측한 교통량을 모두 승용차로 처리하려면 서울∼분당간에 50차선 이상의 도로가 필요하다. 도로의 확장에는 끝이 없다. 설사 이같은 시설이 가능하다 해도 서울로 진입한 교통량을 서울시내에서 처리할 능력이 없다.
세계 대도시들의 도심통근자 중 승용차 이용률은 10% 안팎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30%가 넘는 수준이다.
현재 일산·분당에 전철이 계획되어 있는데 버스노선·요금체계·역세권주차장·마을버스 등이 전철이용을 편하도록 뒷받침되어야 한다.
프랑스의 도시비평가 미셸라공은 파리주위의 신도시들이 이 자동차 중심으로 계획되어 실패한 반면 런던이나 스톡홀름주위의 신도시가 대중교통 중심체계로 계획되어 있음을 비교,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스톡홀름 교외의 신도시는 전철이 건설되고 나서야 착공하기도 하였다.
셋째,일산·분당의 교통문제는 크게 서울 및 수도권의 교통문제라는 차원에서,수도권 순환고속도로를 비롯하여 광역적 교통시설의 확충을 추진하여,위성도시와 위성도시간의 기능분담 및 연계를 강화하고 서울지향적으로 편중되어 있는 교통량을 분산시키는 방안도 병행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신도시에 대한 기대도 크고 우려도 크다. 신도시 건설사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므로 분당·일산의 경험이 시금석이 될 것이다.
결국 우리가 겪고 있는 교통문제는 신도시에 국한된 문제라기 보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이 겪고 있는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여야 할 것이다.
대도시교통은 대중교통 중심체계로 이끌 수 밖에 없다. 도시가 자동차에 중독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다가오는 자동차 시대에 시민들은 자동차를 다스리는 절제의 미덕과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이건영 국토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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