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30년만에 「복수정당제」로 투표실시/구금ㆍ추방ㆍ통금 등 탄압총동원/군정 정통성ㆍ외국경원 등 노려/군부의 “탈 빈곤의지”불구 민주화진통 계속될 듯지난 88년 7월 민주화요구 시위를 유혈진압한 군부의 강권통치하에 있는 미얀마(구버마)가 오늘 (27일) 「민정이양준비」를 표방한 의회선거를 실시한다.
이번 선거는 형식적으로는 30년만에 처음으로 복수정당제가 도입됐다는점에서 일견 군사정부의 민주화약속의 첫 실행조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군사정부가 선거후의 구체적 민정이양절차를 밝히지 않은채 선거자체가 극도로 통제된 상황에서 이뤄져 실제로는 군정연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일종의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천명의 학생,시민들이 학살당한 유혈민주화시위 직후인 88년 9월 쿠데타로 집권한 국가법질서회복평의회(SLORC)는 민주화세력에 대한 강경탄압을 거듭하면서도 조속한 민정회복약속을 되풀이 해왔다.
그리고 지난해 4월에는 사회주의통제경제의 포기와 함께 다당제허용등 민주화일정을 발표,이번 의회선거실시를 공약했다.
1원제 의회의원 4백85명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는 군사정부의 공약대로 93개 정당과 무소속 후보등 모두 2천3백여명이 출마,민주선거의 형식은 갖추고 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원회는 「혼란방지」를 이유로 대규모 선거집회를 금지시키는 한편 10분정도의 TVㆍ라디오방송연설로 유세를 대신하도록해 선거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연설원고도 사전검열을 받아야했고 선거결과는 약 3주후에,그것도 당선자만 구두로 발표될 예정이다.
또 이에 앞서 군사정부는 야당세력의 핵심인 국민민주연맹(NLD)의 지도자 아웅산ㆍ수키 여사를 지난해 7월부터 가택연금상태에 두고 출마금지조치를 취하는등 야당세력의 대두를 원천봉쇄했었다. 아웅산ㆍ수키 외에도 틴ㆍ우 전국방장관,우ㆍ누 전총리 등 야당의 대표적 지도자들의 출마가 금지됐으며,37개 정당이 해산되고 4천명 이상의 야당인사들이 구금상태에 있다.
이와 함께 수도중심가에는 하오 10시∼상오 4시의 야간외출금지조치가 시행중이고,요소마다 군과 경찰이 삼엄한 경계를 계속하는등 공포분위기가 지속되고 있어 민중의 「반정기세」를 억누르고 있다.
일부 관측통들은 『아웅산ㆍ수키 여사가 가택연금된후 국민들간에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고,군부에 대한 반감이 커져 선거결과를 점치기 어렵다』는 예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이 지배적 관측이다. 군부는 지난 3월부터 수도 양곤(구랑군)등 주요도시의 반정부성향이 강한 유권자 50만명을 골라 오지의 밀림지역으로 집단강제 이주시켰다.
이에 따라 수도 양곤등지에서 야당세가 얼마나 진출할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또 강권을 휘두르고 있는 군부가 공정선거를 실시할 가능성은 애초부터 부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탄압조치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선거가 민정이양을 얼마나 앞당길지 전혀 보장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군사정부는 『새 의회가 새로운 민주헌법을 제정해 민정회복절차를 구체적으로 결정하고,이 헌법에 따라 새 정부가 구성되면 군부는 퇴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새 헌법을 제정할 것인지등 구체적 시한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어 의회구성후의 정치스케줄은 전적으로 사실상 군부의 의중에 달려있다. 관측통들은 헌법제정과 국민투표,새 정부구성등은 빨라도 2년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얀마군부가 이같은 민주화의 요식행사를 굳이 치르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정당성확보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경제회생에 필요한 일본등 외국의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서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군사정부는 집권이후 외국인 투자촉진법등을 채택,일본 미국등에 유전개발,원목벌채권등을 허가해 지난한해동안 10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야당세력들은 이들 외국들이 『겉으로는 미얀마의 민주화등을 촉구하면서도 경제진출을 노리고 독재군부와 결탁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군사정부는 이들 외국정부와 기업들이 군사정부와의 「협조」를 정당화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주어야할 필요를 느끼고 있고,이에 따라 형식적 민주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얀마의 장래와 관련,주목을 받는 것은 군사정부의 정치목표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으로는 군부는 구정권의 경제정책실패와 경제재건의 시급함을 내세워 「선 경제개발 후 민주화」의 도식을 그대로 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장구한 세월이 소요될 경제개발과정에서 계속 분출될 민중의 민주화요구를 어느정도 수용해 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적되고 있는 것은 사우ㆍ마웅 군참모총장이 주도하는 현 군사정권이 88년 쿠데타이전 26년간 1인 독재를 해온 네ㆍ윈 전사회주의계획당의장의 분신과 같은 존재라는 점이다.
국가법질서회복평의회가 현재 수도 양곤의 저택에 은둔하고 있는 네ㆍ윈과 어떤관계를 맺고 있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평의회의 제2인자인 킨ㆍ눈준장이 매일 네ㆍ윈의 저택을 비밀리에 방문,그의 딸 산타ㆍ윈과 긴밀한 협의를 갖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우ㆍ마웅 군사정권은 외형적으로는 네ㆍ윈이나,사회주의계획당의 후신인 국민통일당과 일정한 거리를 둬 개혁의지를 인정받으려 하고 있지만,실질적으로는 「네ㆍ윈 없는 네ㆍ윈 정권」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렇게 본다면 1인당 국민소득 2백달러 이하의 세계최빈국인 미안마는 경제재건을 위한 몸부림과 함께,군부독재와 민주화세력간의 갈등으로 진통을 계속할 것이란 것이 이번 선거를 보는 외부세계의 일치된 시각이다.【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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