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의 제149회 임시국회 소집을 둘러싸고 정치권은 또다시 납득할 수 없는 실랑이를 하고 있다. 여당인 민자당은 단독소집을 공고했고 야당인 평민당은 원구성만의 국회에는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정경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국민들은 참으로 한심한 심경이다. 요얼마전까지 난국이니 위기니하고 떠들던 것은 다 어디가고 당의 운명이 걸린 문제도 아닌 임시국회의 소집문제에서마저 「합의」를 못하고 파행이니 파란이니하는 소리를 들리게 하는가. 「정치권은 아직 정신못차렸다」는 세간에 떠도는 말이 이렇게 실감있게 들리는 때도 없는 것 같다. 그간 누누이 보아왔던 정치무력증을 확인하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 금할 수 없다.이번 임시국회의 목적은 29일로 끝나는 국회의장단과 오는 6월19일 끝나는 상임위원장등을 교체하는 「원의 구성」과 쟁점법안의 심의처리에 있다 하겠다.
그렇다면 여야총무들이 만나 협의하여 여기에 소요되는 날짜를 정한 뒤 임시국회를 소집하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하찮은 소집기간과 소집기일을 에워싸고 여야가 이견을 조정하지 못한 것은 집권여당이 3당통합으로 오만해졌거나 정치력의 결여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솔직한 심정은 여당의 주장대로 5월29일과 6월19일 두차례 나눠서 임시국회를 소집하면 어떻고,야당의 주장대로 5월29일부터 잇달아 열면 어떻단 말인가. 난국일수록 정치권이 제기능을 해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정치권이 흡수하고 수용할 수 있기를 국민들은 요구해왔고 기대해왔다. 따지고 보면 여당이 국회를 나눠서 소집하려는 것은 지금 정치문제화되고 있는 이문옥감사관의 폭로사건을 국회로 비화시키지 않으려는 속셈이 깔려있다고 추단되며,야당의 1회 장기소집의도는 쟁점법안의 정치공세와 함께 상임위원장의 할애를 겨냥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경우에서 흔히 보듯 상임위원장을 다수의석당이 독점하는 것과 분점하는 것은 모두 장단을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협상과 합의의 대상물이며 국회까지 단독강행,보이콧할 만한 사안이 결코 아닌 것이다.
평민당은 29일 예정됐던 청와대 영수회담까지 연기하고 「원의 구성」을 위해 여당 단독으로 소집한 1일간의 임시국회 소집에 불응한다는 강경한 당론을 세우고 있어 13대 후반에 이끌어갈 국회의장단 선출부터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뽑는다는 파행이 예상되고 국회 체통은 또한번 땅에 떨어질 판국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본다. 여야총무들은 즉각 협상을 재개해서 이왕에 소집된 제149회 임시국회에 야당이 응하되 그대신 제150회 임시국회를 하루빨리 소집해서 쟁점법안과 이감사관의 비리폭로문제를 다루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총체적 난국」이라고 진단되고 여야가 위기대처방안을 모색해야 할 국면에서 국회를 너무 오래 비워두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니다. 여야가 경화돼서 정치가 불안하면 경제나 사회의 불안요인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관점에서 정치권의 반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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