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격언에 「남의 말 듣고 투자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요즈음 증권사 사장단의 행동을 보면 「증권사 사장단의 증시안정 자구노력 믿지말라」가 더욱 그럴 듯해 보인다.증권사 사장단이 지난 23일 회의를 열고 불과 일주일 여전인 지난 15일 결의한 대주주 주식배당금지방침을 철회하자 일반투자자들은 아무리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다지만 이번 경우는 너무한 게 아니냐」며 한때나마 증권사의 자구노력을 믿었던 것을 후회하는 표정이었다.
증권사 사장단은 올들어서만도 20여 차례나 모여 「주식매각 중지하자」「있는 돈 다 모아서 주식을 사자」며 결의했고 급기야 지난 15일에는 공급물량 억제를 통해 증시안정을 이룩하자는 취지로 이번 주말 주총에서 대주주에 대해서는 주식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었다.
그러나 「증시가 살아야 증권사도 살아남는다」는 평범한 진리가 돼새겨지는 것도 잠시,일주일만에 증권사들은 「눈앞의 이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장삿속 논리로 돌변했다.
주식배당을 받기로 번복한 명분은 주식배당을 받지 않으면 지분이 축소돼 경영권 확보가 어렵고 현행 상법상 대주주나 소액주주가 똑같이 주식으로 배당받아야 한다는 명분이었으나 곰곰 생각해보면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우선 25개 증권사의 1인 대주주의 평균 지분은 18.5%로 4%가량의 주식배당을 받지 않을 경우 지분이 17.9%로 축소되지만 과연 지분이 0.6%포인트 줄어든다고 경영권 행사가 어려워질지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또 주식배당분은 증안기금에 출연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주식을 계속 소유하게 돼 장기적으로 증시가 회복될 전망이고 보면 손해볼 것은 하나도 없게 된다.
상법상의 문제도 대주주와 소액주주 똑같이 주식으로 배당해야 한다는 것은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대주주가 주식배당을 포기,희생할 경우 문제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다.
증권사들이 불과 일주일전 대주주 주식배당금지방침을 발표할 때는 이같은 문제점을 모르다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번복했다는 것이 너무나 석연치 않다.
정부가 증권사 신규설립허가억제등으로 기존 25개 증권사를 「과보호」 해온 것은 증권사가 짭짤한 재미를 독식하라는 것이 아니고 일반투자자를 보호하라는 의미가 있는 만큼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려 일반투자자들의 불신을 초래하는 행위는 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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