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성의… 표면상 「과거불행」 매듭/수사보다 「사죄실천」이 선린의 관건노태우대통령의 방일정상외교의 핵이랄 수 있는 아키히토(명인) 일왕의 사과문제는 우리측 의도대로 일단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일왕의 사과언급 하나로 양국간의 불행했던 과거,그리고 이로부터 연유되어지는 온갖 현안과 문제들이 말끔히 씻기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이 품어왔던 마음의 벽을 허무는 데는 긍정적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적어도 이제부터는 한일 양국관계에 진실을 바탕으로 한 미래지향적 우호협력관계,다가오는 아·태시대의 주도적 동반자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키히토 일왕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시한 분명한 유감표명,한국 국민에 대한 솔직한 사과와 반성의 태도,또한 가이후·도시키(해부준수) 일본총리의 더욱 구체적인 사죄표방은 우리 국민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으나 외교적 관행으로서는 극히 이례적 성의 표시라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일왕의 솔직한 사과와 가이후총리의 구체적 사죄는 따지고 든다면 미흡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있다. 왜냐하면 과거 우리나라가 겪었던 처절한 역사와 사연들이 오늘의 수사 한마디와 등가치가 결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아키히토 일왕의 사과언급은 히로히토일왕의 추상적 유감표명과 비교할 때 보다 확실하게 진전된 내용으로 분석된다. 다만 아쉽다면 그가 언급한 「불행했던 시기」의 표현을 「일제강점 36년」과 견주어 본다면 막연하다고 치부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일왕과 가이후 총리의 사죄언급과 관련,『일본이 우리의 과거 어두운 시대를 초래케 한 사실을 명백히 인정하고 우리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준 데 대해 솔직히 사과,반성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히고 『일왕의 사과정신이 각 분야에 반영돼서 한일 우호에 굳건한 바탕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논평속에는 「만족스럽다」는 구체적 표현은 없으나 그같은 의미가 행간에 배어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번 일왕의 과거사 언급을 계기로 양국간의 불행한 과거문제를 재론하지 않겠다는 전향적 입장도 내포되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정부가 일왕 사과문제에 대해 이처럼 만족스러운 수용과 부재론의 입장을 가질만큼 외교적 성과를 거두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배경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복합적 배경속에는 국제정세의 급변,과거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양국정부의 인식일체,정부의 외교적 노력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노대통령이 자신의 방일과 관련,과거사 매듭을 외교적 승부수로 던진점이 일왕의 분명한 사과를 얻어 내는 데 주효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노대통령은 연초부터 자신의 방일전제로 재일한국인 법적지위문제와 과거사에 대한 일본정부의 솔직한 태도표명을 공식적으로 표명해 왔다.
노대통령은 실례로 다케시타 전총리의 청와대 만남,주한일본특파원단과의 회견등에서 외국의 국가원수로는 결례가 될 만큼 강도높게 일본정부의 태도전환을 촉구해 왔다.
한편 일왕사과와 가이후 총리의 사죄를 놓고 일본정부의 의도가 따로 있을 것이라는 일부 부정적 시각이 있는 데 대해 유의해야 할 것 같다. 지나간 과거사문제를 깨끗이 승복하고 그 대신 한국측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받아 내겠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견해인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양국간의 문화교류라는 명목으로 한국정부의 문화부문 문호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화등 몇개의 분야에서 이미 우리 정부가 긍정적 수용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줄 것은 주되 받을 것은 받아내자는 일본 특유의 외교적 계산인 셈이다.
또하나 유의해야 할 것은 가이후총리의 사죄언급중 피해주체를 「한반도 여러분」으로 확대했다는 점이다. 이는 남북한을 공히 의식하는 대목일 것으로,일종의 대북제스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구태여 반대할 입장은 아니겠으나 「남의 불에 게잡는」 형식이랄 수도 있는 것이다.<동경=이종구특파원>동경=이종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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