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배짱통하는 동년배… 대화 잘될 것”/영빈관 환영식엔 왕족·전각료참석 성황/도이 “과거양국 엄청난일 마음으로 사과”○…2박3일간 일정으로 일본을 공식방문중인 노태우대통령은 첫날인 24일 일왕주최 환영만찬을 비롯,가이후 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일본유력인사접견등 빈틈없이 짜여진 각종 행사에 참석하느라 바쁜 하루.
노대통령은 이날 상오 10시 서울 공항을 출발,동경도착직후 영빈관에서 열린 환영행사에 참석한 뒤 밤 10시30분 일왕주최 궁성만찬이 끝날 때까지 쉴새 없이 이어진 첫날 일정을 피곤한 기색없이 강행군.
○…과거사에 대한 사과문제로 가장 관심을 모은 아키히토 일왕의 만찬사는 24일 저녁 8시40분쯤 시작,미리 준비된 만찬사를 천천히 읽어 내려가던 아키히토 일왕은 과거사에 언급하면서 『우리나라에 의해 초래된 이 불행했던 시기에 귀국의 국민들이…』라는 대목에서 잔기침을 해 다소 긴장한 듯한 모습.
그러나 아키히토 일왕은 젊은이들의 교류를 비롯한 양국의 장래문제를 언급하면서는 밝은 어조로 바꾸면서 『노대통령의 방일은 21세기로 이어지는 새로운 양국관계의 초석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
만찬사가 끝난 뒤 애국가 연주에 이어 아키히토 일왕은 한국과 한국국민의 번영을 기원하는 축배를 제의.
이어 노대통령은 만찬답사에서 전후 일본의 발전과 아키히토 일왕의 즉위를 축하하고 고대로부터의 양국간문화교류등 선린우호의 역사를 담담한 어조로 지적한 뒤 근세에 있어서의 어두웠던 과거에 언급.
노대통령은 『역사의 진실이 지워지거나 망각될 수는 없다』고 힘을 주어 강조하고 『그러나 우리는 과거의 속박에 언제까지나 묶여 있을 수 없다』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갈 것을 역설.
노대통령은 『일본의 역사와 새로운 일본을 상징하는 폐하께서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주는 것은 의미깊은 일』이라고 이날 아키히토 일왕이 과거사 문제를 언급한 데 대해 평가하고 『과거 역사의 그늘을 걷고 잔재를 치우는 데 모두 노력하자』고 다짐.
노대통령의 답사도중 참석한 일본의 주요인사들은 미리 배포된 연설번역문과 노대통령의 표정을 번갈아 살피며 경청.
○…24일 하오 6시 영빈관에서 열린 노태우대통령과 가이후 일본총리간의 제1차정상회담은 접견환담및 확대정상회담의 순서로 진행.
가이후 총리는 회담에 앞서 일본측의 사정으로 노대통령의 방일이 두차례씩 지연된 데 대해 송구스러움을 표한 뒤 한국내에 노대통령의 방일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방문을 결심한 데 대해 사의를 표명.
노대통령은 이에대해 『정말 어려운 방일이었다』고 털어놓고 『그런만큼 뜻있는 방문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며 『20세기를 깨끗이 정리하여 밝은 21세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강조.
가이후 총리는 『각하께서 6·29 민주화선언의 선두에 나서 보통사람이 위대한 시대를 개척해 나가시는 것을 보고 신선한 인상을 받았다』며 『우리는 같은 연대 출신이므로 뜻을 나누면 대화로써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
노대통령은 이에 『고맙다』고 응답한 뒤 자신과 가이후 총리,아키히토 일왕이 각각 32,31,33년생임을 들어 『서로 배짱이 통하는 동년배의 우리가 진정한 대화를 나누면 긴 역사속에서 짧았던 불행했던 기간은 능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
가이후 총리는 회담서두 정부를 대표하여 대한 과거사에 대해 깊은 사죄의 문안을 낭독했는 데 노대통령은 가이후 총리가 보여준 진정한 자세를 평가하고 청소년을 포함한 양국 국민간의 교류를 촉진해 나갈 것을 제의.
○…노대통령 내외는 이날 하오 1시20분 숙소인 영빈관 앞뜰에서 아키히토(명인) 일왕 내외,나루히토(덕인)왕세자,왕족대표인 마사히토(정인)일왕제,가이후 일 총리 부처,일본전각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베풀어진 환영식에 참석,일자위대의장대를 사열한 뒤 일본측 환영인사들과 인사를 교환.
노대통령은 다나카·요시모토(신중의구) 수석영접위원의 안내로 사열대에 올라 의장대의 총례를 받은 뒤 도보로 의장대를 사열.
노대통령은 사열을 마친 후 환영식에 참석한 사쿠라우치·요시오(앵내의웅) 일 중의원의장,즈치야·요시히코(사옥의언) 참의원의장 및 일각료들과 차례로 악수를 나누며 인사.
○…영빈관의 환영식이 끝난 뒤 궁성으로 아키히토일왕 내외를 방문한 노태우대통령 내외는 예정보다 10분이 더 긴 50여분간 환담.
노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일왕의 따뜻한 영접과 환영에 감사의 뜻을 표했고 일왕은 노대통령의 방일을 다시한번 환영하면서 한·일간이 지리적 역사적으로 매우 가까운 사이임을 강조하고 과거사 부분과 관련해 만찬사에서 행할 내용을 전달했다는 후문.
이어 노대통령과 일왕은 테니스,한국의 고전음악등을 화제로 얘기를 나눴는데 아키히토 일왕은 칠보화병을 노대통령에게,미치코 왕비는 대통령부인에게 보석상자를 전달.
이에 노대통령은 아키히토 일왕에게 자개서류함과 한국의 문화재도록을,대통령 부인은 일본왕비에게 자개보석함과 조선왕조복식도감을 선물.
○…노대통령은 영빈관에서 스즈키 동경도지사를 접견한 데 이어 나카소네(중증근),다케시타(죽하) 전총리,도이(토정) 사회당위원장,이시타(석전) 공명당위원장,오우치(대내) 민사당위원장 등 일 정계원로및 중진들을 차례로 접견.
노대통령은 이날 이들 원로및 중진들과 약 10분간씩 따로 만나 한·일 우호협력증진방안과 양국관계 증진을 위한 이들의 협조를 요망.
다케시타 전총리는 노대통령을 만나 이번 방문이 성공적이기를 빈다고 했고 도이 사회당위원장은 『과거 양국간에 있었던 엄청난 일에 마음으로부터 사과한다』고 36년 식민통치등에 사회당으로서의 입장을 전달.
노대통령은 한국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사회당위원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일 사회당의 남북균형현실 노선을 환영하면서 7·7선언을 설명,북한을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이끌어 내는데 협력해 줄 것을 당부.
○…노대통령의 숙소인 모토아카사카(원적판) 영빈관은 부지만도 11만8천㎡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
1909년 메이지(명치)시대 왕태자의 거소로서 프랑스 베르사유궁을 모델로 지은 바로크풍 석조 2층건물. 건물면적은 1만5천㎡로 지난 68년 대보수공사를 거쳐 74년부터 국빈의 숙소로 사용.
영빈관에는 기동대의 장갑차 10여대와 30m간격으로 제복경관이 배치돼 있으며,곳곳에 검문소가 설치돼 특히 트레일러·왜곤차를 중심으로 철저한 검문검색.
○…일본 언론들은 이날 노대통령의 방일을 대대적으로 보도. 일본의 6대 전국지는 석간에서 1면 머리기사로 대통령방일을 사진과 함께 실었으며,사회면에서는 대통령을 맞는 일본의 표정을 스케치.【동경=정훈·이종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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