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확대 「편안한 주거」침해”/“동간격 좁히기도 부작용 초래 16층 이상 기존기준 적용해야”/맨해턴·홍콩·도쿄 등 고층고밀주택/입지환경 다른 서울엔 본보기 못돼뉴욕은 시민들이 벌떼처럼 살아가는 장소이다. 「폐허된 벽체와 보기흉한 건물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개미떼마냥 어디로 기어들어가거나 길을 찾기 위하여 도로를 기어다니고 있다」는 말은 미국의 저명한 건축가 라이트의 말이다.
당국은 무주택자를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으로 공동주택의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 총면적의 비율)을 2백%에서 3백%(주거지역)로 높이고 준주거지역은 5백%까지 올렸으며 16층 이상의 아파트 동간 간격을 15층 높이기준의 1백%만 확보하면 가능하도록 조정하려고 한다.
이것은 곧 16층 이상의 아파트를 장려하는 것이 되며 높이 지을수록 전체건축비중 토지가격의 비율을 적게하는 것이다. 이것이 값싸게 대량 공급할 수 있는 대안이지만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경악을 금치못할 정도로 치솟은 부동산가격에 뒤따르지 못한 서민들의 재정능력 때문에 값싼주택을 대량으로 수도권에 신속히 공급하여야 하는 난제를 제일 손쉬운 방법의 하나인 용적률 높이기와 인동간격 좁히기를 통해 해결하려 한다. 즉 고층고밀주택을 세운다는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곧 환경의 악화를 의미한다.
서울을 맨해턴이나 홍콩만큼 밀집시켜 주택난을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서울은 맨해턴도,홍콩도 아니다. 서울은 오직 서울이다. 우리가 신도시나 신축건물을 계획할때 곧잘 홍콩,뉴욕,도쿄의 예를 든다. 예를 드는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들이 가진 환경적인 특성과 문화적 배경이 아주 다르다는 것을 망각하고,겉으로 보이는 것만 흉내내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서울은 내륙도시로서 바다나 큰 호수가 없는 사방에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태의 우묵한 지형을 가진 역사깊은 도시이다.
반면 맨해턴은 삼면이 바다와 강으로 둘러싸인 길쭉하고 평지인 조그마한 섬이다. 거기다가 도시계획이 격자형으로 되어 사방에서 통풍이 잘되는 신흥도시다. 도쿄 역시 내륙도시가 아니고 통풍이 비교적 잘되는 항구도시며 홍콩 또한 항구도시이고 섬이다. 이와 같이 서울과는 입지와 환경이 다른데도 그 도시들을 모델인듯 그들의 초고층·초고밀도의 지표인 용적률을 본따 적용하고 있으니 이들 도시들보다 우리 도시들의 환경이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 특히 타민족이 경영하고 있는 식민지 도시인 홍콩을 서울의 본보기로 삼는다면 우려되는 바 크다(홍콩의 헥타르당 아파트주민 밀도는 70년도 중반에 1만5천명이 보통이었다). 홍콩이란 얘기를 말자. 라이트가 말하듯 맨해턴도 어디 사람 살 곳인가!
남한의 전체면적은 약 10만㎢로 산지 6만,수면 1만,농경지 2만1천,초지 3천,도시면적 6천㎢ 정도로 계획되어 있다. 남한의 인구를 약 4천만명으로 생각하고 도시계획상 고밀도로 계획했을 때 인구 1인당 80㎡ 이상의 토지가 필요하다. 계산편의상 1백㎡의 토지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 전국민이 도시생활에 필요한 땅은 총 4천㎢ 이다. 이것은 도시면적 6천㎢ 보다 작은 땅이다.
만약 1인당 1백50㎡로 계산하면 아주 맞아떨어지는 면적이다. 그이상 필요할 경우 부득이 산지나 초지를 도시화시키게 되므로 이론상 토지문제는 심각하지 않다.
뉴욕과 한국은 비슷한 고밀도의 용적률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뉴욕은 좀더 세밀한 계획 아래 그러한 고밀도의 용적률이 적용된다. 한국에서처럼 일률적으로 적용된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바닷가나 센트럴공원 부근의 일정한 규모만 최고 밀도화시켜 그 주위의 공지환경과 함께 환경의 악화가 순화될 수 있다.
주택은 고저층 주택과 아파트를 막론하고 인간이 생활하는 보금자리이다. 주택은 외부로부터 보호되는 은신처요,신분을 나타내는 욕망과 프라이버시가 유지 되어야 하는 세계관의 표현장소요,사회·문화적 산물의 장소이다. 거기에는 가족이 있고 고향이 있어 부모의 대를 자손이 계승하고 번영하는 가운데 내동네를 아끼고 나아가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처럼 소중한 공간이라면 몇년 쓰다 버리는 TV나 자동차와 구별되어야 한다. 주택단지는 또 사회적·문화적으로 타당해야 하며 건강유지가 보장되어야 한다.
칼훈이 실험한 결과 쥐와 인간은 과밀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야만성이 증대된다. 쥐의 경우 일정한 공간에서 스트레스 없이 공동생활 할 수 있는 최대 숫자는 12마리라고 한다. 그 이상이 되면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고 사회적 질서가 흐트러지면서 혼란상태가 다른 지역까지 확산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쥐들은 예측불허의 난폭한 싸움을 벌여서 큰 혼란이 생긴다. 이러한 이유로 암쥐 5마리가 5만마리까지 번식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지로는 1백50마리 정도만 항상 남는다는 것이다.
동물간에도 서로 유지해야 할 거리가 있으며 이러한 거리가 침해되면 치명적인 공격행위를 취하게 된다. 인간에게도 개인간의 거리와 개인공간,사회적 거리와 사회공간이라는 개념이 있다.
미국의 한 이론가에 의하면 이웃이 가까이 살기 때문에 서로 친근해 질 수 있는 세대수는 20∼30가구 정도라고 한다. 그것은 1백명 정도가 근접해 살 때 서로 친해질 수 있다는 것으로 구미제국의 이상적인 1헥타르당 주거인구밀도 1백명의 기준이 될 수도 있겠다.
제2차 세계대전후 유럽에서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하여 취해졌던 아파트단지나 신도시의 헥타르당 순밀도는 일반적으로 2백명 이하가 제일 많고 고밀도의 경우 3백명이 넘는 것은 많지 않으며 5백명 이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런던의 팩헴이 3백50명,독일의 쾰른신도시가 2백40명,마드리드 사코니아 데헤사가 5백90명 등이다.
역대 도시계획가들이 제안한 헥타르당 밀도의 폭은 아주 크다. 로버트·오윈은 6명,호워드는 75명,은윈은 1백명,힐버스·아이머는 2백50명,르코르브제는 그의 독특한 계획안에서 1천명까지 제안했으나 전문가들의 악평을 받아 실현시키지 못했다.
최근 우리나라 신도시의 공동주택지역은 약 1백77헥타르에 16만6천명을 수용할 계획으로 밀도는 헥타르당 9백38명이다.
인구가 밀집된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도 밀도가 2백∼3백명 정도가 보통이며 용적률도 서독과 비슷한 2백% 미만이다.
초고밀화를 위한 초고층은 피하자. 16층 이상의 고층아파트들이 15층 높이 기준의 동간간격을 띄우고 ㄷ,ㅁ자형으로 배치된다고 하면 그 밀도는 위압적·폭발적으로 늘어나며 굴뚝속과 같은 환경의 아파트단지가 생길 것이다.
장자는 「공간이 한정된 우물속의 개구리는 대양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다」(정맹불가어어 구어허야)고 했다.
맨해턴에 근무한 사람들은 대부분 1시간만 퇴근길을 달리면 별장같은 저택이 있다. 호화판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도 비행기를 1시간만 타면 큰농장과 별장에서 잘 수 있다. 그렇지 못한 맨해턴 거주민들은 이민자 및 유색인종들이기 쉽다. 이 어찌 동족끼리만 사는 서울을 맨해턴의 초고밀도의 초고층아파트와 비교하겠는가.
우리가 지금까지 오랫동안 고수해 오던 건물높이만큼 띄운다는 아파트동간의 간격을 16층 이상에도 계속 적용하기 바란다. 만약 이 기준이 주거지역에서 깨어지면 주거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된다.
아울러 밀도의 규제가 없으므로 주거지역에서 헥타르당 주민 1천명선을 넘지 않도록 미리 대처해서 초고밀화를 피해야 한다.<양동양 고려대 교수 건축공학과>양동양>
□(단위%)
주거지역 상업지역
뉴욕시 R2 50∼ 100 C1 200∼1,000
R5 100∼ 200 C3 50∼1,000
R10 200∼1,000 C5 400∼1,500
미국저지시 R3 100 C1 400
R4 200 C3 75
C4 400
자유중국 주1 60 상1 360
주2 120 상2 630
주3 250 상4 800
주4 300
서독 마을 30∼ 40 혼합 50∼120
주거 50∼120 도심 100∼240
준주거 50∼120
일본 전용주거 50∼200 근린상200∼400
주거 100∼300 상업 400∼1,000
준주거 200∼400
한국 전용주거100 *
주거 400 상업 1,500
준주거 700
◇몇지역의 용적률 1987년 기준
*상업지역이 세분되어 시행령에서는 1300%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