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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시인』 이상 기념비 세워졌다/모교 보성고서 내일 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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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시인』 이상 기념비 세워졌다/모교 보성고서 내일 제막식

입력
1990.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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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세계 반영 국내 첫 추상조형/동문들 합심 4년 산고 끝 결실/일반인위해 옆에 시비도 함께이상(본명 김해경)의 기념비와 문학비가 최초로 그의 모교인 보성고(교장 전성우ㆍ서울 송파구 방이동) 교정에 세워져 26일 제막된다.

추상조형물인 기념비는 무게15톤,높이3.5m 크기이며 와비인 문학비에는 대표시 「오감도」 전문과 자화상,연보 등이 불규칙 입방체 2개에 새겨져 「박제가 된 천재」의 모습을 전해주고 있다.

4년간의 산고를 치른 이 사업은 한때 이상의 부인이었고 나중에 화가인 수화 김환기(작고)의 아내가 된 수필가 김향안여사(74.미국뉴욕거주)를 비롯한 예술가,문인들의 숙원이기도 했지만 보성고 동문들이 발벗고 나선 결실이기도 하다.

이 사업은 지난86년 미국의 환기재단 이사장인 김여사가 고인을 기리기위해 재단기금으로 전북 익산에서 마천석을 마련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김여사는 재미조각가 한용진씨(55)에게 조각을 의뢰,지난 4월까지 작업한 끝에 국내 최초의 추상기념비를 만들었다.

그러나 당초 김여사와 이 사업을 함께 구상한 「문학사상」 사측이 기존형태의 문학비를 고수해 작품제작에 착수한지 1년도 채 되기 전에 중단되는 곡절을 겪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3월 교우회가 학교이전 기념사업으로 이상문학비 건립을 확정짓게 됨에따라 이들은 3년만에 다시 사람의 손길을 맞았다.

교우회(회장 정세영)는 같은해 6월 당시 이화여대교수로 재직 중 객원교수로 뉴욕에 가 있던 이상연구의 권위자 이어령 문화부장관에게 자문을 구하게 됐다.

보성측은 이장관의 활약으로 10월4일 김향안여사로부터 작품형태를 제외한 모든 사업을 일임받고 같은달 19일 소위원회를 구성,동문들이 기증한 2천여만원으로 기념비의 기초 및 기단공사와 문학비 제작에 본격착수했다.

기념비의 전면에 시와 초상을 새겨넣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됐으나 『모더니스트로서의 이상이 작품에 나타나야 한다』는 김여사와 한씨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철회했다.

교우회는 그러나 학생들과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기념비옆에 오석으로 된 8면체 6면체의 와비 2개를 설치했다.

이문학비에 비스듬히 새겨진 시오감도는 시비최초로 컴퓨터그래픽 글씨체로 돼 있으며 두조형물의 모든것이 남보다 앞섰다는 이유로 불우해야했던 한 천재의 「현대성」을 최대한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 교우회의 설명이다.

불규칙한 형태의 검은 비석들,바닥의 붉은 벽돌,녹색의 나무와 잔디,기념비 주변의 흰꽃 등 화려한 색채에는 「화가」 이상이 암시 돼 있으며 조형물의 검은색에는 그의 비극ㆍ비밀ㆍ고통ㆍ가난 등 어두운 이미지와 흑색이 지닌 세련미 등 양면성이 함축됐다.

교우회측의 자문에 응했던 서울대 김윤식교수(54ㆍ국문학)는 『이상은 선전에 입상한 야수파적 화가이자 유클리드 기하학을 안 건축학도로서 삶의 모든 부분에서 모더니즘이 충만한 진짜 모더니스트』라며 『지금껏 그를 단순한 작가로 「유폐」 시켜왔지만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국내 건축인,미술가,수학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6년 일본에서 『불우선인』으로 찍혀 옥고를 치른끝에 37년 4월17일 동경제대 병원에서 비상을 멈춘 이상은 화장돼 뼛가루만 미아리 공동묘지 어디엔가 묻혔지만 유일한 혈육인 여동생 김옥희씨(73)도 그 위치를 모른다.〈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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