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총재 “기다려달라”설득 무위/“당론 채택 안되면 제2행동화”완강 서명파/“명분만 집착 조직원신분 망각” 비판 지도부야권통합 절충안에 대한 소속의원 8명의 서명으로 야기된 평민당의 「서명파동」은 당사자들의 서명확산작업 중지에도 불구하고 서명의원들이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파동이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서명의원들은 22일의 의원총회에서 이상수의원의 입을 빌려 『결과적으로 당에 누를 끼치게 됐다』고 절차상의 무리는 인정했지만 서명의 골자인 절충안에 대해서는 이의 관철을 거듭 다짐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서명중진의원인 조윤형부총재와 정대철의원등은 의원총회에 아예 나오지 않았고 서명의원들은 22일밤 별도의 모임을 갖고 대책을 숙의했다.
서명의원들은 공식서명은 중단했지만 취지에 동참하는 의원들을 계속 규합해 나가기로 했는데 한 참석의원은 『서명취지에 동조하는 의원은 지난 4월의 1차서명 때 보다 많았으면 많았지 적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평민당지도부도 서명의원들이 상당한 각오로 임한다는 점을 십분의식해 다각적인 조기수습방안을 강구하고 있는데 김대중총재가 23일 조부총재와 이상수 이해찬의원을 직접 만난 것도 이같은 노력의 일환
김총재는 이들에게 『당의 언로는 언제든지 열려있으니 할 얘기가 있으면 공식회의에서 얘기해 달라』고 서명형식의 문제제기에 유감의 뜻을 표한 뒤 『통합추진위 등 당공식회의에서 절충안에 대한 결론이 나오고 야권통합에 대한 당론이 서면 이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세 의원은 야권통합에 대한 자신들의 「애정」을 설명한 뒤 김총재가 절충안등 제3의 야권통합방안에 대해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달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총재는 22일에도 지난 4월에 서명을 한 바 있는 이재근 전사무총장의 귀국인사를 겸한 방문을 받았는데 여기에서도 서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며 외부에 투영될 당의 모습을 감안해 행동에 나서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김총재주변의 당중진들도 서명파의원들과 각종대화를 갖고 이상옥의원 구속과 29일의 영수회담등 당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는 게 좋겠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설득과 대화노력에도 불구하고 서명의원들이 순순히 김총재와 당지도부의 입장을 수긍할 것 같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서명의원들은 24일 열릴 당내 통합추진위회의에서 이 절충안의 당론관철을 계속 추진키로 했는데 통추위회의가 이를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서명의원들은 통추위에서 서명의 취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계속해서 행동으로 나선다는 방침을 굳히고 있어 비서명의원들로부터 『당론이 분명히 절충안을 받아들이지 않는쪽으로 결론이 났는 데도 계속해서 이를 주장하는 것은 조직원의 일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강한 반발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서명의원들중 일부는 『야권통합을 위해서라면 정치를 그만둘 각오까지 돼있다』고 털어놓고 있는 실정이고 당지도부 일각에서는 『설득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끝까지 당론에 위배되는 행동에 대해서는 당헌ㆍ당규상의 제재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당기위원장인 최훈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야권통합에 대해 할 얘기가 있으면 당 공식기구에서 논의하는 절차를 취하는 게 해당행위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은근히 경고하기도 했다.
이와관련,관심을 끄는 것은 김총재와 평민당지도부가 야권통합에 대해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왜냐하면 서명의원들의 끈질긴 요구에도 불구하고 평민당지도부는 절충안이 사실상 민주당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수용가능성은 희박하다.
김총재는 의총에서 영수회담이 끝난 뒤 야권통합문제를 본격 논의하는 기회를 갖자고 했고 이때가서 통합에 대한 자신의 입장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김총재는 『29일 재야에서 야권통합을 위한 정식기구가 발족될 것이며 재야와 평민ㆍ민주당의 협상이 잘돼가면 생각지 못했던 좋은 분들이 들어오게 될 것』이라면서 『92년 양대선거의 승리와 대통령후보 단일화를 위한 방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평민당이 야권통합협상을 평민 민주 재야의 3자협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김총재가 경우에 따라서는 파격적인 통합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평민당지도부는 재야가 포함된 3자간에 야권통합협상이 진행될 경우 민주당의 입지가 아무래도 약화될 것이며 민주당의 움직임과 함수관계에 있는 서명의원들의 행보도 주춤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서명의원들의 면면과 이들이 밝히고 있는 각오및 서명운동이 갖고 있는 깊은 뿌리들을 감안하면 지도부의 수습방안이 어느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서명의원들은 자신들이 절대적으로 명분있는 행동을 하고 있으며 이는 김총재에 대한 「항명」이 아니라 야권통합의 성사를 위한 「용기」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명을 하지않은 대다수 의원들은 『서명의원들이 통합이 지니고 있는 명분을 지나치게 의식해 조급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이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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