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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규모 싸고 당정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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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규모 싸고 당정 줄다리기

입력
1990.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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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소비규제 솔선수범보여 2조내 편성을/당/교통난해소등 현안 많아 2조6천억 돼야/정/「6월 국회서 처리」엔 의견일치○…추경예산편성 규모를 둘러싸고 당정간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정부가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민자당쪽 주장과 『불가피 쓸곳만 해도 엄청난데 무조건 깎기만 능사냐』는 정부쪽 대응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더구나 당정양쪽의 주장이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어 자칫 당정간 견해차가 힘겨루기로까지 번져 지난 연초 조순부총리­이승윤정책위의장간의 관계처럼 소원함이 깊어질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표출된 의견차이는 「경제현실」을 보는 기본시각이나 금융실명제등 중요시책을 놓고 찬반이 맞서는 식의 대립이라기보다는 추경규모등 정책의 시행방법을 둘러싸고 씨름을 벌이는 차원이어서 『당정간 견제와 균형이란 관점으로 보면 지극히 당연한 다툼』이라는 해석도 없지 않다.

○…현재 당정간 절충이 진행중인 추경예산문제를 보면 일단 추경편성이 불가피하고 적어도 다가올 6월 임시국회에서 심의를 마쳐야한다는 원칙에는 당정간에 의견이 일치한다.

다만 협상현안으로 등장한 것은 바로 추경규모를 2조6천억원(정부측 제안)으로 할 것인가 2조원이하(당쪽요구)로 줄일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민자당이 김용환정책위의장을 비롯한 황병태ㆍ나웅배의원 등 6인 경제특위는 지난 15일과 17일 잇달아 회의를 열고 당면한 물가불안해소를 위해 재정긴축,공약사업재조정,추경규모축소등에 의견을 모았다. 당쪽 견해는 정부가 「5ㆍ8」투기억제책으로 기업에 부동산매각을 종용했고 국민들에게는 과소비 자제를 촉구했으므로 당연히 정부도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민자당 고위정책관계자는 23일 『물가불안 등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니 정부도 가계ㆍ기업등 각 경제주체에 무작정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뭔가 솔선수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당의 이러한 움직임을 다분히 정치적 제스처로 오해하겠지만 사실 경제가 어려워진 원인이 그동안 정치권의 책임도 큰 만큼 도의적 차원의 자기반성도 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쪽의 맞받아침도 만만찮다. 우선 정부도 재정긴축명분 자체에도 하등 이의를 제기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미 올 본예산 가운데 5천억원을 삭감 혹은 집행유보해 「짠살림」꾸리기의 의지를 밝힌바 있다.

그렇지만 나라살림의 속사정을 들여다볼 경우 쓰임새가 곳곳에서 아우성을 치는 상태라 더 이상의 삭감이나 추경편성유보 등 화끈한 대응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

추경재원이 지난해 세계잉여금은 모두 3조1천2백30억원. 이중 재정증권ㆍ외국환평형채권 등 통화관리에 소요될 비용 5천억원을 빼고 남는게 2조6천억원 내외. 경제기획원의 의견은 이 돈을 모두 다 써도 모자랄 지경이라는 입장이다.

지방재정 및 교육재정 확충을 위해 의무적으로 뜯겨나가는 법정교부금만해도 6천억원을 웃돈다.

또 지난해 정기국회때 추곡수매심의과정서 당초 통일벼 5백50만석을 9%오른가격으로 사려던 예정을 바꿔 ▲통일벼 6백만석 12%인상 ▲일반벼 14% 6백만석수매 등으로 선심을 써 줄잡아 5천억원이상 추경지원이 불가피하다.

게다기 증시침체로 국민주 매각계획을 수정하는 바람에 영구임대주택기금ㆍ양곡기금 등 재정투융자 특별회계에서 1조원이상 구멍이난 상태.

이러니 대도시교통난 해소,맑은물 보급,중소기업구조 조정자금등 발등에 떨어진 현안 처리에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게 정부측 얘기다.

이승윤부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환경보전ㆍ교통난해소 등 5대 경제과제는 굳이 대통령지시 사항이라서라기보다 시간을 다퉈 해결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경제의 숙제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추경규모 줄다리기와 관련,특이한 사실은 지금까지의 관례와 전혀 반대로 당이 「삭감」,정부가 「고수」를 각각 고집하는 기현상을 빚는 사실이다. 이는 민자당통합의 명분이 경제위기 타개였고 따라서 당입장에선 물가폭등을 비롯,대다수 국민들이 피부로 곧장 느끼는 어려움을 한시바삐 해소하려는 몸부림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불과 몇달전만 해도 당의 입장을 내세워 『금리를 최소한 2∼3% 인하하자』던 이부총리가 『와서보니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고 실토할 정도로 경제가 돌아가는 모양새가 여의치 못한게 사실.

당정간 티격태격을 지켜보던 대다수 국민들은 『경제가 제대로 안 돌아가니 이래라 저대라 말들이 많겠지만 만의 하나라도 「자리」를 노리기 위한 흑심이 끼어들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인 것 같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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