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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눈치보기」/홍선근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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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눈치보기」/홍선근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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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어느 선까지 나가는 것인지 좀 알수 없습니까』『이 정도 처분해 가지고 괜히 밉보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정부의 5ㆍ8대책이 발표된지 보름이 지나고 있는 요즘 대기업 경영자들이 정부정책강도의 수준을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듯 하소연조로 이런 말을 털어놓고 있다.

5ㆍ8대책이 발표된 직후 국내 10대재벌그룹들이 쫓기듯이 서둘러 1천5백70만평의 부동산을 자진해서 처분하겠다고 발표하고 시중은행장이 재벌의 부동산투기를 묵인했다는 이유로 느닷없이 자리에서 쫓겨나던 분위기와는 사뭇 딴판으로 상황이 어느덧 「눈치보기」의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번 10대 재벌그룹이 매각대상부동산을 밝힐 때도 덩치만 크고 실속은 없는 땅만을 내놨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조만간 매각대상부동산을 밝힐 예정인 나머지 39개 재벌그룹들도 대체로 되도록 적게 처분하면서 생색을 내는 방안마련에 바쁠 뿐 어떻게 자기반성의 성의를 보일 것인가를 고민하는 예는 찾기 힘든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대기업들의 분위기가 이처럼 눈에 띄게 바뀌고 있는 것은 정부가 어떤 식으로 나오든 간에 버텨낼 수 있다는 배짱이 있어서가 아니다. 재벌들도 자신들의 엄청난 덩치와 막강한 재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허점이 많아 정부의 공격을 막아낼 재간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재벌들의 태도변화는 오히려 정부의 움직임에서 얼핏비친 정책강도의 약화를 읽은 후의 2차적인 반응으로 봐야한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정부는 5ㆍ8대책이 발표된 이후 보름 사이에 벌써 여러차례에 걸쳐 「부동산투기만큼은 반드시 잡고야 말겠다」던 약속을 일반국민이 믿지 못하게 만드는 행태들을 스스로 보여왔다.

골프장 등 사치성 재산을 담보로 한 대출을 기한없이 끝까지 인정해주고,법인세법 시행규칙상의 비업무용 부동산이더라도 무조건 처분토록 하지는 않겠다는 방안마련 등이 다 그러한 예이다.

특히 제3자명의 부동산자료의 공개기피는 어떤 이유를 갖다 대더라도 결국은 기업을 싸고도는 일이다.

정부가 고무줄에 매어 튕겨져나간 공처럼 어김없이 기업편으로 되돌아오는 판에 기업들이 당황해할 이유가 하등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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