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인희생양」삼아 흑인들 좌절 폭발/뉴욕시 한­흑인 분규악화 안팎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인희생양」삼아 흑인들 좌절 폭발/뉴욕시 한­흑인 분규악화 안팎

입력
1990.05.24 00:00
0 0

◎“지위상승 계기로”시위 장기화/비난여론 불구 해결책 못찾아/언론들 연일 대서특필… 한인측은 “유감”속 화해노력흑인학생들의 「물건사주기」운동으로 수습기미를 보였던 뉴욕시 일부 과격흑인들의 한국인 청과상 불매운동이 재연,인종분규의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물건사주기」이후 급격히 줄어들었던 시위대 규모선는 19일부터 다시 3백여명선으로 크게 늘어났으며 시위도 과격해졌다.

시위 주동자인 소니ㆍ카슨은 한 TV와의 회견에서 『문제의 한인청과상 「레드 애플」과 「처치 프루트」가 폐업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장기전에 돌입했음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물건사주기」운동을 주도한 흑인교사에게 협박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여기에 흑인청년들이 베트남인을 한인으로 알고 집단폭행한 사건보도에 불만을 품은 흑인들이 백인 TV보도진 3명을 폭행해 부상을 입힌 사건까지 발생,인종간,얽히고 설킨 감정이 폭발직전에 달하고 있다.

사태가 이처럼 악화되자 타임,뉴욕,뉴스위크 등 시사주간지들은 이번주 「혼란속의 뉴욕」「깨어진 모자이크」「신경쇠약에 걸린 뉴욕」이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면서 뉴욕시가 역사상 「최고의 위기」에 빠졌다는 진단을 내렸다.

미주요 TV들도 뉴스시간이나 특별프로그램 등을 통해 이 사건을 연일 보도하고 있으며,뉴욕타임스는 한인과 흑인간의 사회ㆍ문화적차이 등을 분석한 기사를 게재했다.

이 사건은 또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한 한인등을 통해 백악관측에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으며,뉴욕시 주요신문에는 지도급 정치인들이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기고가 계속 실리고 있다.

그러나 조속한 그리고 만족할만한 해결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더이상 잃을 것이 없으니 끝까지 버티겠다』는 과격한 시위대들의 태도에 있다. 이는 흑인들이 이 사건을 그동안 누적되었던 불만과 좌절을 일시에 폭발시킬 계기라고 보고 한인청과상을 희생양으로 삼아 사회ㆍ경제적 지위를 획득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또한 지난해 발생한 백인청소년의 흑인소년 살해사건인 「벤슨허스트 사건」과도 맞물려 묘하게 악화되고 있다.

지난 19일 벤슨허스트사건 재판에서 살인용의자중 한명이 무죄판결을 받자 이에 흥분한 흑인들이 거리로 몰려나가 벤슨허스트 부근인 처치애비뉴의 한인청과상에까지 피해를 입혔다.

이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브루클린병원 근처 한인커피숍과 청과상의 유리창을 부수고 침입,기물을 파괴해 브루클린일대 한인상가 전역으로 피해가 확대됐다.

그러나 흑인시위대측 변호사가 시위대가 자신에게 재량권을 주지 않는다고 사임해 버려 협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한인청과상으로부터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아이티 여성이 최근 「레드 애플」을 상대로 6백만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이에 맞서 「처치 프루트」주인 박만호씨도 흑인시위대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문제가 더욱 꼬여들고 있다.

이로인해 민족융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딘킨스 뉴욕시장은 큰 시련에 직면한채 화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뉴욕시의 각 소수민족단체들도 모두 시장의 중재노력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면적인 중재노력이 오히려 시위대들을 고립시켜 더 과격화시키는 역효과를 낼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결과 뉴욕시민의 74%(흑인중에서는 59%)가 시위에 찬성하고 있지 않으며,유명 흑인언론들도 시위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시위를 오히려 과격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인사회는 종전과 같이 사고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대화를 시도하면서 시위대와 지역주민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이번 사태가 한인과 흑인사회간의 대결이 아닌 한인상인과 흑인고객간의 사소한 시비에서 발단된,지엽적인 문제로 국한시켜 이를 양측간 상호이해와 유대강화의 계기로 삼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뉴욕일대의 흑인사회를 대상으로 선교ㆍ목회활동을 펴고 있는 한인 헨리 홍목사(42)는 최근 한 라디오 대담프로에 출연,『우리한인들은 흑인들을 사랑한다』며 『사소한 이번 사건이 인종분규로까지 비화된 것은 유감』이라며 수많은 한인들이 흑인권총에 사살됐지만 한번도 항의시위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위대의 과격태도로 보아 한인들의 화해노력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아직 불투명하다.

때문에 한편에서는 피해 한인청과상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18일 사고발생 이후부터 계속된 성금은 현재 4만달러선을 넘어섰다.

특히 한인회 청과상조회 공동주관의 성금접수에는 4일째인 23일 이미 1만달러 이상이 답지했으며 가두모금을 벌이고 있는 퀸즈등 뉴욕시 한인밀집지역에서는 중국계등 아시아인과 백인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뉴욕지사=송혜란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