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사과」 수위조절 흐름 급박/일,문안작성지연 진통 입증/청와대선 비공식접촉 연일 점검… “우리뜻 수용” 기대/밀사는 양해요청 성의인 듯정부는 세지마ㆍ류조(뇌도용삼) 특사의 방한을 일본측의 일왕사과문안확정을 앞둔 마지막 수순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가 주일대사관을 통해 파악한 바에 의하면 일본은 일요일인 지난 20일부터 연일 가이후수상 주재로 외무장관 관방장관등이 참석한 가운데 각료회의를 개최,일왕사과 내용에 대한 막바지 협의를 계속해 왔다.
정부는 일본이 이 과정을 통해 22일 상오까지 일왕사과문안을 거의 확정했으며 이를 한국측에 최종 통보하기 직전에 세지마씨를 특사로 보내 일본의 입장을 전달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당국은 22일 하오 세지마씨의 노태우대통령 예방이 끝난 뒤 세지마씨가 가이후 일수상의 개인적 부탁으로 방한,가이후 수상의 생각과 일본의 전반적 분위기를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세지마씨는 일왕사과 문안을 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정부당국자는 『일본측이 세지마씨를 특사로 보낸 것은 일왕사과 문제를 놓고 우리측과 협상을 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단지 사과문안의 최종확정을 앞두고 일본의 어려운 입장을 전달하고 양해를 구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양해를 요청하기 위한 성의표시로 세지마씨를 보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일본측이 정부나 의회인사가 아닌 세지마씨를 파견한 것에 대해서는 일본이 국내여론을 의식,극비리에 밀사를 파견하기 위한 차선책이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고위관리나 중진의원을 파한할 경우 언론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그동안 양국관계에서 일본측의 막후교섭 창구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온 세지마씨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22일 아침부터 하오까지 세지마씨와 박태준민자당최고위원의 청와대방문사실을 부인하다가 하오 3시40분께 이수정대변인을 통해 뒤늦게 확인.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세지마 특사의 방한과 청와대방문은 극비리에 이뤄질 계획이었다』고 전하고 『이같은 이유는 일왕의 사과문제가 자칫 양국간 여론을 자극시켜 양국의 국익을 해치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전언.
당초 세지마씨의 내한과 박최고위원의 청와대 방문계획은 정부및 민자당고위관계자 몇사람만이 파악하고 있었는데,청와대의 고위관계자들은 일본특사의 내한사실과 청와대 방문계획을 확인하는 질문에 한결같이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오히려 연막.
그러나 이날 하오 세지마씨가 다녀간 직후 청와대가 당초 방침을 바꿔 이대변인을 통해 공식확인을 해준데 대해 일부 관계자들은 『일왕사과 문제와 관련,우리측 주장의 일부가 긍정적으로 수용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해석하기도.
한편 청와대비서실 관계자들은 일왕의 사과문제를 놓고 양국간의 고위접촉을 통한 막바지 절충을 하랴 방일준비에 대한 최종점검을 하랴 눈코뜰새 없이 바쁜 걸음.
특히 소관업무인 김종휘외교안보보좌관은 연일 외교경로를 통한 막후접촉의 진행사항을 점검하느라 심야까지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고 노재봉비서실장과 하루에도 몇차례씩 단독밀담을 가져 일왕사과 문제를 둘러싼 양국간의 사전조정이 진통을 거듭하고 있음을 반증.
○…외무부는 세지마씨의 방한에 대해 『정부외적인 접촉은 알지못한다』며 침묵으로 일관.
외무부당국자들은 이날 상오 일본특사방한에 관해 묻는 기자들에게 『일왕사과문안은 외교채널을 통해 전달될 것』이라며 『특사파한등 외무부외적인 경로를 통한 양국간 협상여부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연막.
특히 외무부는 세지마씨가 청와대를 방문한 뒤에도 그의 방한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았는데 이같은 함구 태도는 일측이 국내여론을 고려,정부차원에서 절대비밀을 지켜줄 것을 요청한데다 최호중외무장관이 일왕사과 문제에 관한한 개인적으로 어떠한 언급도 하지 말것을 엄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
외무부는 외교경로를 통한 일왕사과 문안이 예상보다 늦어지자 일본내부에서 문안작성에 진통을 겪는 것 같다고 자체분석.
외무부 고위당국자는 『일본이 노태우대통령방일 이틀 전까지는 사과문을 전달해 주기로 했다』며 『문안작성이 난산인 것을 보니 일본측이 우리입장에 맞추려 애를 쓰는 것 같다』고 풀이.
이 당국자는 또 『일본측이 우리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막연한 기대를 표시.
○…민자당도 세지마씨의 방한과 관련하여 바쁜 움직임. 박태준최고위원은 당초 이날 상오 11시의 출국일정을 변경,세지마 「밀사」와 청와대에서 노대통령을 함께 만난 뒤 하오 6시 대한항공편으로 출국했는데 그가 담당한 막후접촉의 구체적인 내용들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주로 외무부등 공식외교 경로를 통해 타협점이 모색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일정ㆍ재게 거물들을 설득,매듭을 마련하는 역할이라는 후문.
이와관련,박최고위원은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왕의 사과문제 못지 않게 양국간 경제기술협력 문제도 중요하다』면서 『정상외교는 몇년에 한번있는 소중한 기회인 만큼 국익을 도모할 수 있는 실리외교를 펼쳐야 하지 않겠는냐』고 말해 현안을 보는 시각이 너무 한쪽에만 치우쳐 있음을 지적.
한편 김영삼대표최고위원도 세지마씨의 방한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
이와관련,김대표의 한 측근은 『김대표도 이틀전 세지마씨의 방한에 대해 보고를 받아 알고 있었다』면서 『세지마씨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내한해 현안문제에 대한 막후 조정역을 맡아왔지만 그의 존재가 구체적으로 언론에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인것 같다』고 부연.【정광철ㆍ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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