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어느때 보다도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잇단 현직의원의 구속을 보는 국민의 심중은 여간 씁쓸하지가 않다. 그것은 구속된 어느 한의원의 행위에 대한 잘잘못의 문제가 아니라 그간 국민들이 막연하게 나마 가졌던 생각들을 사실로써 확인해 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우리사회가 난국이라고 규정된 후 여기 저기서 잘못된 곳ㆍ느슨해진 곳에 대해 대보수작업이 시작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작업이 골고루 끈질기게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 강한 국민의 바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20일 수뢰혐의로 구속된 평민당의 이상옥의원사건도 예외가 될 수 없으며 혐의의 사실여부는 앞으로 가려질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 지적코자하는 것은 13대국회에 들어와서 있었던 의원관련사건의 내용들이다. 이권개입,동해시의 후보매수,현직의원의 북한밀입북,입법로비와 관련된 금품수수 등은 물론 몇몇해당의원들에게 국한된 일들이긴 하지만 지금의 우리 정치권의 수준이나 분위기를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아심을 지울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의 한 여론조사는 국회,국회의원에 대해 전에없이 낮은 평가를 했었다. 국회의원이 해야할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의 물음에 겨우 6.1%만이 배정적인 대답을 했고 무려 78.7%가 잘못하고 있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은 전에 없던 일이었다.
정치권에 대한 높은 기준의 도덕성이나 윤리성의 요구는 국민들의 이기적인 욕심때문만은 아니다. 정치권이 우리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도자적 위치와 그러한 높은 기준이 끝내는 만들어낼 높은질의 정치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소무리가 없지않은 공직사회의 기강확립이라던가 의원윤리를 좀더 강제할 수 있는 윤리강령의 제정등이 커다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점 이번 사건에 관련되는 당사자들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말할 것은 이런류의 일이 있을때마다 똑같이 나오는 정치권의 반응이다. 평민당은 즉각 이의원의 구속에 대해 도주우려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현역의원의 구속집행은 명백한 야당탄압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구속되는 이의원은 V자를 그리며 수감됐다는 보도다. 과거 우리정치사에 숱한 정치성수사,정치성 인신구속이 있어온 것이 사실이고 또 야당으로서 자당의원의 구속에 대해 충격을 받지 않을 당도 없겠지만,사안을 냉정히 가릴줄 아는 자세 또한 있어야 공당으로서의 행동에 더많은 국민적 신뢰를 얻게될 것으로 안다. 수뢰사건에 대해 공작이니 야당탄압이니 하는 것은 설사 그런 느낌이 들더라도 혐의에 대한 진위가 밝혀진 후가 순서일 것이다.
그렇지않아도 정치권에는 늘 여야를 가릴것 없이 「꼬리달린」정치자금을 한푼도 받지 않고 세비등 깨끗한 돈만으로 정치를 하고 있는 국회의원이 과연 몇명이나 있을까 하는 자조섞인 말들이 팽배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점 사건을 다루는 당국이 깊이 명심할 부분이며 자칫 형평을 잃을 경우 「야당탄압」의 비난을 면치못할 것이고 지금 추진하고 있는 사정작업도 무위로 돌아가기 쉽다.
지금은 총체적 난국이라고 규정되고 있는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이 난국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기강이 확립돼야 하고,이를 위해서는 윗물부터 맑아야 한다. 여야지도자의 자세가 흐트러지면,아랫사람을 다스릴 윤리성이 약화되고,기강이 해이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의 철저한 조사와 함께 과감한 자기혁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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