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 「7인 항명」… 야통합 새 국면/네중진 합류ㆍ1차 서명파 만류불구 강행 충격/“의원직 사퇴 불사” 배수진 비장/세력규합ㆍ김총재 반응이 변수「선합당 후조직책인선」을 골자로 한 야권통합 절충안에 대한 서명이 야권의 쟁점으로 등장해 있는 가운데 평민당의원 7명의 서명은 당내외에 간단치 않은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7명 의원들은 평민당 지도부가 『이안은 민주당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절충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면히 했을 뿐 아니라 지난 4월 중순 1차 서명을 했던 소위 서명파로 분류되는 동료의원들 조차 지난 18일의 모임에서 우선 김대중총재에게 절충안의 수락을 촉구한 뒤 서명여부를 결정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서명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7명의 서명은 지난 4월17일 현역의원 13명과 원외중진 4명이 「야권통합을 위해 4월말 전당대회를 연기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 서명을 해 결국 전당대회를 연기시키면서 야권통합협상에 촉매제역할을 했던 것과는 또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7명의 서명의원들은 야권통합을 위해 자신들의 신분문제는 물론 거취문제까지를 고려할 정도의 단단한 각오까지 하고 있다는 후문인데다 노승환 조윤형 정대철의원은 중진인사이다.
서명의원이 7명에서 머무를지 아니면 더많은 동조의원을 규합할지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들의 서명이 이뤄진 저간의 사정을 살펴보면 서명이 갖는 의미가 좀 더 분명해 진다.
야권통합협상이 지난 14일의 수유리아카데미 협상에서 사실상 결렬되자 평민당의 몇몇 소장서명파의원들과 민주당의 일부의원들 사이에서 제기된 게 「선통합 후조직책인선」의 절충안.
이 절충안은 ▲평민 민주 두당은 우선 합당을 선언하고 ▲대의원 숫자를 50대50으로 해 지도부를 경선하며 ▲지구당조직책 인선은 조직강화특위를 구성해 창당후 3개월 이내에 완료토록 하는 것 등으로돼 있다.
이 절충안을 주도적으로 마련한 의원들은 안의 공개에 앞서 계속적인 막후접촉을 갖고 공감대를 넓혔으며 공개를 하는데 있어서도 평민당은 이상수의원을,민주당은 이철의원을 창구로 하는등 치밀한 과정을 밟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 안에 대해 평민당은 명백한 거부의사를 밝힌 반면 민주당은 사실상의 수용태세를 보였고 민주당의 7명(박찬종 이철 김정길 장석화 노무현의원과 조순형 장기욱 전의원)은 이미 지난 19일 서명을 마쳤다.
민주당측에서는 서명 사실을 공개하면서 평민당의원들의 서명이 끝나는 대로 기자회견을 통해 이 절충안의 수락을 두 당지도부에 촉구할 것이며 야권통합을 바라는 재야와 학계ㆍ종교계등의 인사들도 이에 동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적극적인데 반해 평민당측은 이 안에 대한 당내의 강한 반발을 의식하여 서명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야권통합협상이 시작된 이후 계속적인 모임을 가졌던 서명파의원들도 일단 김총재면담을 먼저 하기로 의견을 모았었다.
그러나 이러한 가운데서도 지난번 서명과 절충안 마련을 주도했던 이상수 이해찬의원과 이에 동조하는 이교성의원은 「의원직을 그만두더라도」라는 식의 비장한 결심을 감추지 않았고 급기야는 4명의원이 합류하게 된 것.
7명의원들은 자신들의 서명이 당내에서는 김총재권위에 대한 도전이자 항명으로,당외에서는 분파작용으로 확대해석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면서도 서명이라는 강경수단을 택한 것이다.
이들의 서명으로 평민당은 지난 4월에 이어 또 한차례의 「서명파동」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고 동조의원들의 증가여부에 따라 그 파장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김총재는 지난 4월의 서명때에도 『밤잠을 못자며 고뇌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강행된 서명에 대해 고심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4월에 서명했던 의원들중 이번에 서명하지 않은 의원은 손주항 이재근 박실 안현섭 김종완 이찬구 양성우 이철용의원 등이다. 이들은 또다시 모임을 갖고 선수를 치듯 이뤄진 7명의 서명에 대한 동참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데 행동통일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만일 서명파의원들의 행동통일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7명의원들은 좀더 강력한 방안을 택할 것이고 서명이 가져올 후유증은 배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경우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역시 김총재의 서명을 보는 시각과 당내의 분위기가 된다. 김총재는 지난 4월때는 서명의원들의 주장을 대폭 수용,전당대회를 연기하고 야권통합에 적극적 태도를 보임으로써 파문을 잠재웠지만 이번의 경우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김총재는 야권통합이 거론될 때마다 『야권통합에 여권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계속 경고해 왔으며 「선합당」 대회를 위한 민주당과의 50대50지분에 반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김총재가 7명서명의원이 요구하고 있는 절충안을 쉽게 수용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럴 경우 7명서명의원들은 자신들이 밝힌 각오를 행동에 옮길 가능성이 있고 김총재와 평민당은 어려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이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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