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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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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8학군병」은 불치병인가. 서울시교위가 이 열병을 치유하겠다고 발벗고 나선 지도 2년이 넘었다. 그동안 온갖 지혜를 총동원해 서울시내 9개 고교학군을 대수술하는 3개 개선시안을 마련해,지난달에 서울시내 중3생 18만9천6백여명을 대상으로 모의배정까지 해봤다. 그 결과는 오히려 「긁어 부스럼」이 될 소지가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경에 다시 처했다는 소식이다. ◆그래서 학군개선 3개 시안을 21일 공청회에 다시 부쳐봤으나 역시 묘안을 찾지 못한 모양같다. 8학군병이 유발하는 부작용을 생각하면 그것은 의당 개선돼야 한다. 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내의 아파트값과 전ㆍ월세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은 원흉도 바로 8학군이다. 강남에 지하실방이라도 요행히 전세얻은 강북이나 타시도의 학부모들은 어머니와 아들 또는 딸만이 위장전입,식구들과 떨어져 사는 이산가족신세가 돼야 하는 것도 「8학군병」때문이다. ◆그러고서도 남학생의 경우는 거주기간이 20개월이상,여학생은 30개월이 훨씬 넘어야 8학군 고교에 배정이 된다. 지난번 배정때도 남녀학생 3천3백명이상이 강북고교나 7ㆍ9학군으로 배정됐다. 괜한 「강남살이」」로 고생만 한 꼴이 됐다. 서울의 「남북전쟁」으로까지 일컬어지는 8학군 지향열기는 그 실체를 파보면 허상일 뿐이다. ◆고득점 중졸자를 많이 배정받은 것에 비하면 소위 명문대 입학은 물론이고 일반대학 진학률도 별것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 지도 오래다. 중학교 입학초부터 지나친 과열경쟁만을 부추겨,자칫하면 공부에 싫증을 느끼는 경우도 많고 일찍이 좌절할 위험도 있다는 우려까지 있다. 「8학군 고교는 모두 좋은 학교,대학 많이 보내는 고교」란 헛소문에 놀아나는 학부모들이 딱할 뿐이다. ◆물론 8학군내 고교는 대부분이 강남개발과 함께 신설됐거나 강북의 전통있는 고교들이 이전해와 학교시설이 좋은 것은 분명하다. 달동네도 드물어 학부모수준이 똑 고르다 할 만하니 교육환경이 좀 나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8학군병을 고친답시고 이 또한 강북수준으로 끌어내리는 식은 안될 일이라고 본다. 별다른 묘안이 없다면 낙후된 강북을 비롯한 타지역 고교에 과감한 교육투자를 해서 8학군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장기대책이라도 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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